ADVERTISEMENT
오피니언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수도권 최대 관심사 GTX, 늘리는 게 능사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강갑생 기자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는 ‘출·퇴근 하루 1시간의 여유를 위한 GTX 플러스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전해철(더불어민주당)·송석준(국민의힘)·심상정(정의당) 의원 등 수도권 지역 여·야 의원 64명이 공동 주최했고, 경기도가 주관했다. 토론회 자료집에는 드물게 의원들의 인사말만 100쪽 넘게 실렸다. 그만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수도권의 최대 관심사란 반증이기도 하다.

‘GTX 플러스’는 김동연 경기지사의 지방선거 공약이다. 기존 GTX-A·B·C 3개 노선은 연장하고, D·E·F 등 3개 노선은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약속한 ‘2기 GTX’와 유사하다. 사실 두 공약 모두 GTX를 대폭 확충해 수도권 주민의 통근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는 같다.

‘2기 GTX’ ‘GTX 플러스’ 사업 등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등장
연장·신설 좋지만 사업성 문제
인구감소로 지속가능성도 의문

총론은 같고 각론은 조금 달라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참석 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출·퇴근 하루 1시간의 여유를 위한 GTX플러스 국회토론회’에서 손팻말을 든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참석 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출·퇴근 하루 1시간의 여유를 위한 GTX플러스 국회토론회’에서 손팻말을 든 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세부적으론 조금 차이가 있는데 2기 GTX 계획은 A노선을 기존 운정~동탄에서 운정~동탄~평택으로 연장하고, B노선은 송도~마석에서 춘천까지 늘린다는 내용이다. C노선은 덕정~수원에서 위로는 동두천, 아래로는 평택까지 더 잇는다. ‘김부선(김포~부천)’ 논란의 D노선은 삼성역을 거쳐 하남과 팔당까지 확대한다. 또 부천에서 분기해 인천공항까지 가고, 삼성역에서 갈라져 수서~광주~이천~여주를 잇는 노선도 추가한다는 구상이다.

E노선은 인천~김포공항~정릉~구리~남양주를 연결하고, F노선은 고양~안산~수원~용인~성남~하남~의정부~고양을 잇는 순환선이다. 총사업비는 약 18조원가량으로 국토교통부는 2기 GTX 계획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해당 업무를 전담하는 ‘GTX 추진단’까지 신설해 운영 중이다.

GTX 플러스는 A노선은 동탄~평택(지제), B노선은 마석~가평~춘천, C노선은 덕정~동두천, 수원~평택, 안산(상록수)~시흥(오이도) 등의 연장안을 담고 있다. D노선은 부천에서 하남을 거쳐 팔당까지 잇고, E노선은 인천~시흥~광명~사당~구리~포천 노선으로 건설한다. 또 F노선은 파주~고양~잠실~위례~광주~이천~여주를 연결한다. 예상 사업비는 18조원이 조금 넘는다.

이러한 GTX 연장과 신설 계획이 실행된다면 수도권은 GTX로 촘촘하게 연결돼 서울까지 오가는 통행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수 있다. GTX는 표정속도(역 정차시간을 포함한 평균 운행 속도)가 시속 80~100㎞로 서울지하철보다 두세 배 빠르다. 요즘 부침이 있지만, GTX역이 들어설 지역의 집값이 치솟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GTX 확충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GTX 확대는 올림픽 허들(장애물 넘어 달리기) 경기와 같다”고 표현했다. 무엇보다 사업성 확보가 최대 난제다. 수요가 적어 투자비 회수가 어려운 노선이라면 민자사업자가 외면할 게 뻔하다. 이러면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건설해야 하는 재정적 부담을 떠안아야만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B노선(송도~마석)이 대표적인 예로 사업성이 부족한 탓에 민자 적격성심사에서 두 번이나 탈락했다. 그러자 정부가 용산~상봉 구간을 맡고, 나머지 구간만 민자사업자가 건설하는 것으로 사업방식을 바꿨다. 민자사업자의 투자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그런데도 철도업계에선 경쟁이 치열했던 기존 A·C 노선과 달리 B노선 입찰에는 한 개의 컨소시엄만 참여할 거란 얘기가 나온다. 대형건설사들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대신 하나의 컨소시엄에 모인다는 의미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B노선은 사업성이 떨어져서 건설사들이 가급적 부담을 덜 지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단독 입찰이 되기 때문에 경쟁 입찰 때보다 정부에 요구하는 보조금 규모 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신설 예정인 D·E·F 노선 역시 사업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현재 노선대로라면 수요가 충분치 않아 민자사업자를 끌어들일 요인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인프라 신설보다 유지가 문제

인구 고령화가 심화하고, 인구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교통인프라 투자와 유지가 지속가능할 수 있느냐도 과제다. 진장원 한국교통대 교수는 “인구 노령화가 심각한 일본도 재정이 줄면서 인프라의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도 유사한 상황에서 노선 연장과 신설이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GTX 확충이 직장과 주거지를 최대한 가깝게 조성하는 ‘직주근접’, 도시 내에서 거의 모든 생활이 가능한 ‘자족도시’ 등 신도시 건설원칙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GTX는 사실상 특정지역과 서울을 빠르게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오히려 서울 집중화를 가중한다는 비판도 있다.

박준식 한국교통연구원 광역교통연구센터장은 “GTX 수혜권과 비수혜권 사이에 발생하는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지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이런 장애물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느냐에 따라서 GTX 확충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뚜렷한 해법도 없이 공허한 약속만 되풀이된다면 수도권 주민들에겐 그야말로 ‘희망 고문’에 불과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