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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구창모 38년 만에 ‘모여라’…송골매 팬 9500명 모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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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1일 서울 잠실 케이스포돔에서 전국투어 ‘열망’을 시작한 송골매. 송골매의 전성기를 이끈 배철수(왼쪽)와 구창모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은 38년 만이다. [사진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11일 서울 잠실 케이스포돔에서 전국투어 ‘열망’을 시작한 송골매. 송골매의 전성기를 이끈 배철수(왼쪽)와 구창모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은 38년 만이다. [사진 드림메이커 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시간은 정해져 있고/ 우리도 언젠가는 늙어가겠지/ 흐르는 세월은 잡을 수 없네”

지난 11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체조경기장)에 송골매 9집 타이틀곡 ‘모여라’가 울려 퍼지자 객석에는 뭉클한 기운이 감돌았다.

1990년 9집이 발매된 지 32년 만에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의 막이 올랐기 때문이다. “송골매를 사랑하는 여러분 다 모이신 겁니까”라고 묻는 배철수(69)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그의 곁에는 1984년 4집 발매 직후 팀을 탈퇴했다가 38년 만에 송골매의 품으로 돌아온 구창모(68)가 서 있었고, 추석 연휴에 공연장을 찾은 9500여 관객은 순식간에 그때 그 시절로 되돌아갔다.

송골매의 전성기를 이끈 두 사람은 오랜 이별이 무색하게 찰떡같은 호흡을 과시했다. 각각 흰 재킷과 검은 가죽 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무대 좌우편에서 등장한 구창모와 배철수는 하이파이브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구창모는 “이런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니 코끝이 찡하고 목이 멘다. 친구를 잘 만난 덕이다. 배철수가 있어서 가능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배철수는 “꿈인지 생시인지 얼떨떨하다. 이렇게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기타를 메고 있으니 20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응수했다.

두 사람은 1978년 TBC ‘해변가요제’에서 서로를 처음 만난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당시 배철수는 항공대 그룹사운드 활주로로 출전해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를 선보였고, 구창모는 홍익대 밴드 블랙테트라로 나와 ‘구름과 나’를 불렀다. 배철수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의 미성으로 노래하는데 그때부터 반했다”고 회고했고, 구창모는 “드럼을 치며 노래 부르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고 말했다. 1979년 배철수를 주축으로 데뷔한 송골매는 82년 블랙테트라의 구창모와 김정선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날아올랐다.

2시간 40분 동안 27곡을 선보인 이 날 공연은 이들의 역사를 응축해놓은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배철수는 “송골매가 KBS ‘가요톱10’에서 5주간 1위를 차지한 ‘어쩌다 마주친 그대’(1982), 4주간 1위를 한 ‘모두 다 사랑하리’(1982) 모두 구창모가 부른 노래다. 제가 부른 ‘하늘나라 우리님’(1985)은 1주”라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하나하나 한국 록 음악의 발자취가 되는 곡이었다.

구창모는 “송골매 배반하고 (솔로로) 나서” 1985년도 1위를 휩쓴 1집 수록곡 ‘희나리’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방황’으로 한층 구성진 노래 솜씨를 뽐냈다. 배철수 역시 1990년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시작하며 한동안 뮤지션의 길을 떠나 있었지만 32년간 DJ로 활동하면서 한층 깊어진 전달력과 호소력을 뽐냈다. 영국 여류시인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작품에 곡을 붙인 9집 수록곡 ‘사랑하는 이여 내 죽으면’(1990)을 무대에서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송골매 3기부터 함께 한 베이시스트 이태윤은 음악감독을 맡았고, 장혁(드럼), 전달현·이성열(기타), 박만희·안기호·최태완(키보드) 등 베테랑 연주자들이 모여 송골매 4기로 힘을 보탰다. 12일 서울에서 한 차례 더 공연한 뒤 부산·대구·광주·인천으로 이어진다. 내년 3월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뉴욕·애틀랜타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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