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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실종 여중생 목숨구한 ‘영웅 군견’ 12월 전역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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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육군 제32사단 기동대대 군견 달관이가 박성호 병장과 수색훈련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육군 제32사단 기동대대 군견 달관이가 박성호 병장과 수색훈련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3년 전 충북 청주에서 실종된 여중생을 구해 국민 영웅으로 불린 군견 ‘달관’이가 올 연말 전역한다.

육군 32사단에 따르면 기동대대 소속 정찰견 달관이가 오는 12월 1일 전역 예정이다. 32사 기동대대 박상진(47) 원사는 “달관이가 9년간 복무를 마치고 무사히 전역하게 됐다”며 “전역이 확정됐지만, 후방지역 정찰견 통합운용 방침에 따라 10월쯤 조기 전역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달관이는 전역 후 강원 춘천 군견교육대에서 노후를 보내게 된다.

달관이는 10년생 수컷 셰퍼드다. 2012년 12월 춘천 육군 군견교육대에서 태어나 20주간 군견 교육을 받았다. 2013년 11월 정찰견 임무를 받아 32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다. 전체 군견 후보 중 30%만이 이 관문을 통과한다.

군 정찰견은 땅속이나 나무에 숨은 적을 찾아내고 부비트랩 등 장애물을 찾는 역할을 한다. 사람이 숨을 쉴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와 체취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훈련돼 있다. 정찰견 능력을 평가할 때 50m·100m·200m 떨어져 은신한 대항군을 누가 먼저 찾는지를 놓고 경쟁한다. 달관이는 1년마다 시행하는 보수교육에서 2014년과 2015년에 1등, 2018년엔 2등을 차지했다.

박상진 원사는 “달관이는 수색 탐지 능력이 탁월하고 도보동반 훈련 때 200m 떨어진 곳에 숨은 대항군을 1~2분 안에 찾아낸다”고 말했다. 다른 군견보다 1.5배~2배 정도 빠른 수준으로 달관이는 수색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하루 4시간씩 기본훈련, 도보동반 훈련, 자유 수색 훈련을 한다.

평소 갈고닦은 실력은 2019년 8월 조은누리(당시 14세)양 실종 당시 유감없이 발휘됐다. 조양은 그해 7월 23일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에서 길을 잃고 사라졌다. 당시 경찰과 군 등 연인원 5800여 명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지만, 조양의 찾지 못했다가 실종 열흘만인 8월 2일 달관이에 의해 극적으로 발견됐다. 달관이는 이때 제자리에 앉아 ‘보고’ 자세를 취했다고 한다. 박 원사는 “지금도 조은누리양이 산속에서 열흘이나 버틸 수 있었는지 믿기지 않는다”며 “발견 당일 오전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 수색이고, 찾지 못하면 실종으로 처리한다’는 얘기가 관계기관에서 나왔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길도 없는 골짜기를 따라 수색하던 중 달관이가 보고 자세를 취했고, 바위에 기대있는 조양을 발견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군견은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9~13년 정도 임무를 수행한다. 10살인 달관이는 수색 능력은 문제가 없지만,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올해 정기 건강검진에서는 “골반이 좋지 않아 30분 이상 수색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찰견은 통상 1회 수색에 50분~1시간 동안 임무를 수행한다.

달관이의 활약으로 군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육군은 2019년 8월부터 세상을 떠난 군견을 대상으로 영결식을 열고 있다. 헌화와 분향·추도사 등 전사자 영결식과 동일한 방식이다. 전역하는 군견은 은퇴식도 해준다. 과거 논란이 됐던 군견 안락사는 완전히 폐지됐다.

윤상순 32사단 기동대대장은 “달관이는 복무 기간 큰 병치레 없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며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부대를 떠나서도 건강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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