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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여왕 장례식에 세계 정상 대거 참석…푸틴·시진핑만 안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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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현지시간)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참석해 근래 보기 드문 최대 외교 행사가 될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BBC 등 외신이 11일 전했다.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초상화가 지난 11일 런던의 버킹엄궁 밖에 놓인 꽃 옆에 놓여있다. AFP=연합뉴스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초상화가 지난 11일 런던의 버킹엄궁 밖에 놓인 꽃 옆에 놓여있다. AFP=연합뉴스

19일 장례식…"모든 국가 정상 참석 원해" 

지난 8일(현지시간) 96세를 일기로 서거한 여왕의 장례식은 19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국장으로 치러진다. 영국 정부는 정상과 배우자가 여왕 장례식에 참석해 달라는 초청장을 각국 대사관에 보냈고, 속속 참석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9일 장례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등 주요 영연방 국가 지도자들이 참석 의사를 알렸다. 유럽에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등이 참석을 확정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참석을 공식 발표했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나루히토 일왕과 함께 참석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여왕과 큰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도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을 실은 영구차가 지난 11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홀리루드 궁으로 향하고 있다. 수많은 에든버러 시민이 거리에 나와 애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관을 실은 영구차가 지난 11일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홀리루드 궁으로 향하고 있다. 수많은 에든버러 시민이 거리에 나와 애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엔 총회(19~20일)와 비슷한 시기에 장례식이 열리면서 정상들은 장례식 직후 바로 미국 뉴욕으로 향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할 전망이다. 가디언은 "사실상 지구 상의 모든 국가의 대통령·총리 등 국가 지도자는 장례식에 오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영국의 한 전직 장관은 "여왕 폐하는 거대한 외교 모임의 장을 제공해줘 마지막까지 나라를 위해 공헌했다"고 표현했다. 찰스 3세 국왕이 장례식 전날인 18일 버킹엄궁에서,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은 19일 장례식 당일 웨스트민스터 사원 안뜰에서 각국 정상을 위한 리셉션을 개최할 예정이다.

러 "푸틴 참석 안 해"…시진핑도 불참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6월 24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함께 마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6월 24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함께 마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반(反) 서방 구도에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왕 서거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장례식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10일 이 소식을 전하면서 "러시아 대표로 누가 참석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불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많은 정상이 참석하기로 하면서 영국 정부는 런던 히스로 공항이 붐빌 수 있어 되도록 전용기 대신 민항기를 타고 올 것을 부탁했다. 만약 전용기를 이용한다면 런던 밖 다른 공항에 착륙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공군 작전을 지원하는 영국 RAF 밀든 홀 공군기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또 장례식 당일에는 도로 통제로 전용차를 이용하지 못한다. 정상들은 런던 서부에 마련된 단체 버스를 타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번 장례는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이후 57년 만의 국장이다. 처칠 전 총리 장례식에는 당시 100개국이 넘는 대표가 참석해 세계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여왕의 큰 며느리였던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1997), 여왕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왕대비(2002), 여왕의 남편 필립공(2021) 등 왕실 가족의 장례식은 예를 갖춰 치러졌지만 국장은 아니었다. 이번 여왕 장례식처럼 전 세계 정상이 운집하지 않았다. 다이애나비 장례식의 경우 주요 정상급 인사는 넬슨 만델라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국 영부인 등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떠난 필립공은 여왕과 자녀 등 가족과 가까운 친척 30명만 참석했다.

일부 영연방 국가 "군주제 폐지" 거론도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지난 11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영연방 국가의 고등판무관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지난 11일 런던 버킹엄궁에서 영연방 국가의 고등판무관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여왕이 서거하면서 영국과 영연방(commonwealth) 국가에선 군주제 폐지 얘기가 거론되고 있다고 폴리티코·뉴욕타임스(NYT) 등이 11일 전했다. 영연방은 대영제국 시절부터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거나 보호·자치령 등이었던 국가들의 연합체로 56개국이 소속돼 있다. 그중 영국을 포함해 15개국은 상징적이긴 하지만 영국 국왕을 국가 원수로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여왕이 애정과 존경을 받으면서 군주제가 유지됐지만, 인기가 떨어지는 찰스 3세가 국왕으로 즉위하면서 군주제 종식이 가까워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카리브해 섬나라인 앤티가 바부다가 지난 11일 3년 안에 공화국 전환 여부를 놓고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노예무역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자메이카·바하마·벨리즈 등에서도 공화제 채택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에서도 공화제 찬성 단체를 중심으로 군주제 폐지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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