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왕의 관, 마지막 여정 시작…19일 남편 필립공 곁에서 영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코틀랜드 왕립 깃발로 덮인 ‘여왕의 관’이 11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에 도착했다. 지난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유해는 그가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장소라고 밝혀온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 머물다, 이날 영면에 들기 위한 열흘간의 장례 여정에 돌입했다.

11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에 영구차가 도착해 여왕의 관을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에 영구차가 도착해 여왕의 관을 옮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여왕의 관, 밸모럴성에서 에든버러로 

영국산 참나무로 만들어진 여왕의 관은 이날 오전 10시 밸모럴 영지의 사냥터지기 6명의 손에 들려 운구차에 실렸다. 관은 밸모럴성 영지 내의 꽃 중 스위트피와 흰색 헤더로 장식했다. 운구 행렬은 7대의 차량이 동원됐다. 여왕의 관을 실은 운구차 바로 뒤 차량에는 여왕의 딸인 앤 공주가 남편 팀 로렌스 경과 함께 탑승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여왕이 사랑했던 밸모럴성을 떠나는 슬프고 가슴 아픈 순간”이라며 “에든버러를 마지막 여정으로 스코틀랜드를 떠나는 여왕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운구는 최대한 많은 이들이 여왕에게 작별인사를 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택했다. 에버딘과 던디, 퍼스를 거쳐 280㎞ 거리를 6시간 동안 이동했다. 차량이 지나는 길목마다 많은 시민이 나와 여왕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두 딸과 세 명의 손주를 데리고 나온 엘리자베스 알렉산더(69)는 “여왕이 매년 여름 스코틀랜드에 머무는 것은 우리 삶의 일부였다”며 “여왕은 이곳에선 옷차림도 편안하고 자유로웠고 사생활을 만끽했다”고 추억했다. 여왕의 관은 이날 저녁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의 공식 접견실에 안치됐다. AFP통신은 관이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에 도착하자 침묵이 흘렀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을 운반하는 차량이 에든버러로 이동하고 있다.AP=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을 운반하는 차량이 에든버러로 이동하고 있다.AP=연합뉴스

여왕의 관은 다음날인 12일 오후 2시 30분 성 자일스 대성당으로 옮겨진다. BBC는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에든버러로 날아가,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에서 성 자일스 대성당으로 이동하는 여왕의 관 뒤를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대성당에서 오후 3시부터 왕실 일가가 참석한 장례 예배가 거행되고, 오후 5시부터 24시간 동안 여왕의 관이 일반에 공개된다.

여왕 유해, 나흘 일반 공개 후 19일 국장

13일 관은 공군기 편으로 런던 서쪽 노솔트 공군기지로 옮겨져, 이곳에서 영구차로 버킹엄 궁으로 이동한다. 이때는 앤 공주가 동행한다. 이날 오후 7시께 버킹엄 궁에 도착하면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가 여왕의 유해를 맞이한다. 왕실 왕관과 꽃 화환으로 장식한 여왕의 관은 14일 오후 2시 20분 마차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져 웨스트민스터 홀 중앙 관대에 놓인 채 이날 오후 5시부터 나흘간 일반에 공개된다.

유해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은 1965년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의 장례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BBC가 전했다. 지난해 4월 별세한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장례는 왕실 법도 상 유해를 공개하는 국장을 치러야 했지만, “가족장으로 하라”는 본인 유언과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유족 30명만 참석한 왕실장으로 간소하게 치렀다.

11일 영국 버킹엄 궁전 성문 밖에 놓인 꽃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 AFP=연합뉴스

11일 영국 버킹엄 궁전 성문 밖에 놓인 꽃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상화. AFP=연합뉴스

영국 정부는 여왕 유해 알현을 원하는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공항 검색대 같은 보안대를 설치하고, 소지품 검사 등을 실시한다. 많은 인파로 인해 참배까지 하루 이상 장시간 대기할 수 있어, 추모객들은 날씨에 적합한 의복과 음식, 필수 약품 등을 미리 준비하라고 공지했다.

여왕의 유해 공개는 국장이 치러지는 19일 오전 6시30분 종료된다. 이날 오후 2시 관이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옮겨지면 영국 전역에 2분간 묵념이 이뤄진다. 1시간의 장례 예배 후, 여왕의 관은 밧줄로 끄는 총포차에 실려 윈저성 내 성 조지 교회로 옮겨져 예식과 함께 지하 납골당에 내려진다. 이곳에서 남편 필립공 옆에 안치돼 영면에 든다. 영국은 국장일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했다.

서거 대비 준비했던 ‘유니콘 작전’ 실행 

이같은 여왕의 장례 절차는 영국 왕실이 수년 전부터 준비해온 ‘런던 브리지 작전(Operation London Bridge)’의 부록 격인 유니콘 작전에 따라 진행한다. 통상 영국 왕실은 주요 인물들의 장례 준비에 모두 ‘작전’이라는 암호명을 붙여 준비한다. 필립공의 장례는 ‘포스 브리지 작전(Operation Forth Bridge)’, 찰스 3세의 유고는 ‘메나이 브리지 작전(Operation Menai Bridge)’으로 부르며 대비책을 마련했다. 이번엔 여왕이 런던이 아닌 스코틀랜드에서 서거하면서, 런던 브리지 작전 대신 이동 절차 등이 포함된 유니콘 작전이 발동됐다.

지난 10일 윈저성 앞에서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 부부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 윈저성 앞에서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 부부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지난 10일 여왕 추모를 위해 찰스 3세의 장남인 윌리엄 왕세자가 동생인 해리 왕자와 같은 차로 윈저 성문 앞에 도착해 추모를 위해 몰려든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이들 형제는 해리 왕자가 2018년 할리우드 배우 메건 마클과 결혼 후 2년 전 왕실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뒤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형제가 공개 석상에서 함께 다정한 화해의 모습을 보인 것은 2년 6개월 만이다. 군중들은 “여왕이 봤다면 매우 좋아했을 것”이라며 반겼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