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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항공 승무원 산재 인정…비행기 자주 탄 승객 피폭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핀란드 킬피스야그비에서 오로라가 밤하늘을 밝히고 있습니다. 태양풍이 연출하는 오로라는 우주방사선을 담고 있다. 로이터=연합

핀란드 킬피스야그비에서 오로라가 밤하늘을 밝히고 있습니다. 태양풍이 연출하는 오로라는 우주방사선을 담고 있다. 로이터=연합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이 최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방사선 노출에 따른 질병을 이유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비행 도중에 태양 또는 우주에서 발생해 지구로 오는 우주방사선에 피폭, 질병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승무원은 1990년 입사해 2018년까지 30년 가까이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했다.  마지막 비행을 한 뒤 당뇨 검진을 받다가 백혈구 수치 이상을 발견했다. '골수 형성이상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 승무원은 "질병이 비행 중 우주방사선 피폭, 시차·야근 근무 등 업무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이 승무원의 연간 비행시간은 890시간 정도였다. 이 중 882시간을 북극항로와 같은 고위도로 이동하는 국제선 비행시간이었다. 위도와 고도가 높을수록 우주방사선 피폭량은 증가한다. 이 승무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객실 승무원 피폭 방사선량 기준을 적용해 "누적 피폭량이 총 58.04mSv(밀리시버트)~107.53mSv"라고 주장했다. 5년간 누적량은 평균 14.83mSv로 추정했다.

항공 종사자의 방사선 피폭 산재는 지난해 처음 인정된 뒤 지금까지 총 6건이 산재 판정을 받았다.

32년간 대한항공 조종사로 근무하다 2017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이던 근로자에게 산재 판정이 내려진 게 처음이다. 이 조종사는 32년간 1만9337시간 비행했다. 이 중 75%가 고위도 항로였다.  당시 이 조종사의 피폭 방사선량은 5년 7개월간 총 18.67mSv로 산출됐다.

자료=한국원자력안전재단

자료=한국원자력안전재단

국토교통부의 ‘승무원에 대한 우주방사선 안전관리 규정’에 따르면 승무원의 피폭 방사선량은 연간 누적 50mSv, 5년간 100mSv를 넘으면 안 된다. 이마저도 국토부는 지난해 5월 연간 6mSv로 기준을 강화했다. 임신한 여승무원의 피폭량 한도는 2mSv 이하에서 1mSv 이하로 낮춰졌다. 지금까지 산재로 인정된 항공 종사자의 우주방사선 피폭 사례는 모두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기준치만 따져 판정하지 않는다. 질병의 인과성을 본다. 항공기 승무원은 다른 직군에 비해 피폭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질병을 유발할 다른 특성이 없는 상황에서 업무상 특정 상황(직무피폭)이 질병을 발생시켰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허용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 피폭 방사선량이라도 심각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 항공사가 이용하는 극항로 현황.   자료=한국원자력안전재단

국내 항공사가 이용하는 극항로 현황. 자료=한국원자력안전재단

그렇다면 일반 승객은 안심해도 될까. 승객도 비행하는 동안에는 항공 승무원과 같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북극항로가 있는 극지방 우주방사선의 노출량은 적도 지방보다 2~5배 높다. 보통 중위도 이상에서는 시간당 0.005mSv가량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국제선 항로에서 연간 600시간 탑승한다면 선량은 3mSv로 원전 종사자보다 5~6배 높다. 스웨덴과 같은 극지방과 가까운 곳의 자연방사선량이 다른 국가보다 훨씬 높은 것도 같은 이치다.

국가별 연간 자연방사선 피폭량.   자료=한국원자력안전재단

국가별 연간 자연방사선 피폭량. 자료=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일반 승객의 경우 항공 승무원처럼 일상적으로 노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승객은 연간 피폭관리가 필요할 정도로 탑승 시간이 많지 않아서다. 그래서 자연방사선 피폭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하지만 북미 출장과 같은 북극항로 이용이 잦은 직장인이나 한국을 자주 오가는 교포라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이런 경우 피폭 방사선량을 확인할 필요는 있다.

피폭 방사선량은 항공기 탑승정보만 있으면 확인이 가능하다.

국립전파연구원 홈페이지 내 우주전파센터 항공우주방사선정보(SAFE)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출발 일시, 도착 일시, 공항, 항공편명 등을 입력하면 비행시간 동안의 방사능 피폭선량 예측치를 얻을 수 있다. 피폭량 계산 사이트(sievert-stem.org)를 활용해도 피폭량을 계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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