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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 만에 빚 1600만원 되더라"…악마의 폭탄 리볼빙 탈출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여신금융협회]

[사진 여신금융협회]

평소보다 2배 많은 250만원을 카드로 긁은 20대 사회초년생 A씨에게 카드사의 리볼빙 서비스 권유 문자가 왔다. 이자가 연 12%에 달했지만 월로 환산해보니 몇만 원 밖에 되지 않았다. 최소 약정비율 10%로 리볼빙에 가입한 그는 25만원만 결제해 그달 카드값을 막았다.

결제액이 줄며 마음의 여유가 생기자 또다시 카드를 긁었고, 다음 달 쓴 돈만 200만원이 됐다. 하지만 이미 가입한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해, 약 43만원만 결제했다. 두 달간 쓴 카드 대금 385만원은 또 다음 달로 넘겼다. 두 달 만에 갚아야 할 돈이 400만원에 육박한 것이다. 이후 6개월 만에 리볼빙 잔액은 1600만원까지 불어났다.

A씨는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매달 갚아야 할 카드값을 고민하지 않고 그냥 막 쓰게 됐다"며 "(결제액을) 이월하다 보니 결제해야 할 돈이 계속 부풀어 갚기 힘든 상황이 왔다"고 토로했다.

리볼빙은 시한폭탄...언젠간 터진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문가들이 리볼빙 서비스를 ‘러시안룰렛’ 혹은 '폭탄 돌리기'에 비유하는 이유다. 총알(빚)을 빼내지 않고 회전(돌리기)을 거듭하다 원금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순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리볼빙 서비스는 카드 대금을 한꺼번에 결제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이월하는 대신 높은 이자를 부담하는 결제 방식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전업 카드사가 리볼빙 이용자에게 적용한 이자율은 평균 17.3%로 집계됐다. 법정 최고 금리인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비싼 이자를 받지만, 리볼빙의 장점도 있다. 예상치 못한 소비나 일시적으로 큰돈을 결제해야 할 때 대출을 받는 대신 손쉽게 이월을 통해 카드 연체를 막을 수 있어서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 프리랜서의 경우 수입이 없는 달은 이월을 통해 자금 계획을 유동적으로 세울 수도 있다.

문제는 리볼빙 서비스가 ‘빚’에 무감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리볼빙 서비스는 카드사 앱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쉽게 가입할 수 있다. 또 약정비율대로 다음 달로 빚이 알아서 넘어가다 보니 앞선 A씨의 사례처럼 빚이 빠르게 쌓여간다.

무엇보다 다른 대출과 달리 상환 기간이 없다는 게 가장 위험하다. 한도가 찰 때까지는 빚을 갚지 않고 늘기만 하는 상황에 쉽게 처한다. 김현우 행복자산관리연구 소장은 “리볼빙은 다른 빚과 달리 매달 며칠에 상환하라는 강제성이 없다”며 “독촉이 없으니 부채가 늘어나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지출 관리도 이뤄지지 않아 빚이 더 빠르게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카드 현금서비스와 리볼빙 최우선 변제해야" 

이런 특징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른 '빚'을 내서라도 리볼빙 서비스로 쓴 돈을 최우선 순위로 갚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소장은 "빚 중에서도 신용점수가 가장 많이 깎이는 카드사 현금서비스를 빠르게 갚아야 하고 다음으로 리볼빙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며 "리볼빙은 고금리인 데다가 장기간 쓰면 역시 신용점수에 악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민복기 한국금융연수원 외래교수는 "빚을 은행 대출로 한곳에 모으고 월별 상환계획을 세워야 리볼빙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신용카드 리볼빙은 일시적인 상환부담을 줄여줄 뿐 높은 수수료율이 부과된다”며 “단기간 내 전액 상환이 어려운 경우 중금리 대출을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리볼빙 사용으로 신용도가 낮고 소득이 적은 차주(대출자)의 경우 새희망홀씨와 햇살론 등 정부에서 지원하는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소득이 적거나 신용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차주에게 별도의 심사기준에 따라 대출해 주는 서민 맞춤형 대출상품이다. 연 소득 3500만원 이하, 또는 연 소득 4500만원 이하이면서 개인신용평점이 하위 20% 이하인 차주에게 최대 3000만원까지 대출해준다. 금리도 10.5% 내외로 리볼빙보다 평균적으로 낮다.

당장 갚기 어려운 차주라면?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당장 빚을 더 내서 갚기 어려운 경우라면 리볼빙 약정결제비율을 조금씩 높여나가야 한다. 리볼빙 서비스 약정비율은 10~100% 사이에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이때 약정비율이 높을수록 매달 갚아야 할 금액은 많아지지만 이월되는 금액은 적어져 빚이 빠르게 불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리볼빙 잔액을 줄이며 상환 능력을 높인 차주라면 금리인하권도 신청해볼 수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을 받을 당시보다 신용등급점수나 상환능력이 개선되는 경우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은행 대출뿐만 아니라 장기카드론대출(카드론)과 단기카드론대출(현금서비스),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에도 할 수 있다.

혹시 나도 모르게 리볼빙에 가입돼 있을 수도 있는 만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리볼빙 서비스의 경우 카드를 처음 신청할 때나 카드사 이벤트에 참여하며 가입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가입 여부는 카드 애플리케이션(앱) '명세서' 부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에 가입했다면 카드 명세서에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이라고 명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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