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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찬 "이준석 막말 악순환 빠졌다, 당이 반응 안해야 풀려" [스팟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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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청년본부장,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을 맡았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청년본부장, 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을 맡았던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달 26일 법원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급제동을 걸면서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보낸 ‘내부 총질’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돼 파동을 겪은 뒤 주호영 전 비대위원장을 주축으로 당이 겨우 안정을 찾아가던 시기라 충격은 더욱 컸다.

당이 충격에 빠져 있던 그 때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최고위원 4명이 사퇴한 현 상태를 당헌 상 ‘비상 상황’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이라면, 비상 상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당헌을 바꾸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그의 해법은 막힌 길을 뚫는 것과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긴급 소집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모호했던 ‘비상 상황’ 규정에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이상 사퇴’라는 구체적 내용을 포함시켜 당헌을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이후에도 당내 반발이 이어지긴 했지만 결국 국민의힘 전국위원회는 개정 당헌에 따라 지난 8일 정진석 의원을 새 비대위원장으로 의결했다.

장 이사장은 지난해 여름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본격 활동에 나설 때부터 곁에서 도왔다. 대선 캠프에선 청년본부장을 맡아 젊은 유권자와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이른바 ‘대선 공신’인 그가 ‘이준석 사태’ 국면에서도 위기 돌파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셈이다. 그런 장 이사장은 지난 6일 중앙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이 더 이상 혼란에 빠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총대를 멨다”며 “이제 당이 비대위, 전당대회 등을 거치며 안정을 찾으면 오로지 민생에 집중하는, 능력 있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당헌 개정은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인가.
“가처분이 인용된 당일 오후에 예정된 방송을 준비하려 바로 법원 결정문을 받아서 읽어봤다. 결정문의 핵심은 ‘당헌에 나와 있는 비상 상황의 규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비상 상황을 당헌에 정확히 명시해 이를 충족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떠올라 몇몇 정당 재판 전문 변호사 분들께 조언을 구했다. 그랬더니 ‘충분히 가능하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글을 본 당 중진 분들도 전화로 이것저것 물어오더라.”
이준석 전 대표가 당헌 개정 아이디어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때 이 전 대표 측이 ‘주변에 법조인 없는 거냐’며 모멸적인 말을 해가며 나를 공개 저격했다. 내용이 아닌 메신저를 공격하는 행태는 이 전 대표의 나쁜 점이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도 나와 비슷한 의견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그때는 이 전 대표가 나에게 하듯 학벌이나 배경을 문제 삼아 인신공격하지는 않았다. 아마 본인보다 체급이 높은 정치인들과 싸워가며 유명세를 탔던 이 전 대표가, 약한 체급이라고 생각했던 후배 정치인에게 비슷한 공격을 받으니 당황했던 것 같다. 이젠 이 전 대표도 기성 정치인이다. 이런 비판을 하는 청년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원래 두 사람은 친분이 깊지 않나.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이긴 하지만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아니다. 우리는 중요 사안이 있을 때는 항상 의견이 달랐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이 전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며 대선 캠프에서 뛰쳐나갔던 때도 나는 만류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썼다. 지난해 7월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의 입당을 압박하며 ‘국민의힘 경선 버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탑승과 상관없이 일정대로 출발한다’고  했을 때도 나는 ‘버스가 먼저 출발해도 택시 타고 목적지로 직행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언제 들어오라고 으름장을 놓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포스트 이준석’에 대한 고심이 깊은 것 같다.
“법원 결정으로 해산이 됐지만 ‘주호영 비대위’에서 최재민 강원도의원이나 이소희 세종시의원을 발탁한 건 좋은 시도라고 본다. 찾아보면 우리 당에 젊은 원석이 많다. 말 좀 잘하고 유명한 새 사람을 찾기보다는 당을 위해 헌신하는 청년 원석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국민의힘은 ‘이준석 사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드는 게 체감되고 있다. 국민들도 사태가 길어지니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니 이 전 대표가 더욱 센 발언을 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들어서게 된 것 같다. 일단 국민의힘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예전과 달라진 유능한 모습을 보이는 게 이준석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란 생각이 든다. 태풍 힌남노를 잘 막아낸 것처럼 민생 행보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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