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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싼 포장재는 재활용 안된다고? 명절 쓰레기 헷갈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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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사용설명서는...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마라. 다시 보면 보물이니”

기후변화의 시대, 쓰레기는 더 이상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재활용·자원화의 중요한 소재입니다. 중앙일보 환경 담당 기자들이 전하는 쓰레기의 모든 것. 나와 지구를 사랑하는 '제로웨이스트' 세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접 따져보고 알려드립니다.

지난해 추석 연휴 다음날인 9월 23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재활용 쓰레기들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추석 연휴 다음날인 9월 23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재활용 쓰레기들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면 항상 골칫거리로 남는 게 있습니다. 바로 명절 쓰레기인데요. 베란다에 산처럼 쌓여 있는 재활용 쓰레기를 보고 있으면 지구에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죠.

정부도 해마다 과대 포장 기준을 강화하면서 불필요한 포장재 쓰레기를 줄이려고 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명절 쓰레기 양은 줄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실제로 환경부가 지난해 추석에 전국 민간선별장 154곳을 조사한 결과, 연휴 이후 폐플라스틱류 반입량은 연휴 전보다 69%나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명절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포장재 쓰레기 중에서 재활용되지 않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걸 분리수거해야 할지, 아니면 종량제 봉투에 담아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야 할지 그만큼 헷갈린다는 거죠.

재활용 안 되는 명절 쓰레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재활용되지 않는 가장 대표적인 쓰레기는 과일을 쌀 때 쓰는 포장재입니다. 과일 하나하나를 꽃받침처럼 밑에서 감싸주는 것도 있고, 그물 모양으로 싼 것도 있죠. 겉보기에는 스티로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재질이 다릅니다.

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포장된 과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7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포장된 과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스티로폼은 PS 재질의 플라스틱을 뻥튀기한 EPS(Expanded Polystyrene)인 반면, 과일 포장재는 PE를 뻥튀기한 EPE 재질로 만듭니다. 이렇게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재활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과일 포장재는 스티로폼과 같이 분리수거하지 않고 종량제 봉투로 배출해야 합니다. 다만, 과일을 고정하기 위해 상자 밑에 까는 흰색 포장재는 스티로폼과 같이 녹여서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분리수거해야 합니다.

명절 선물을 포장할 때 쓰는 부직포나 보자기도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합니다. 음식을 포장하는 알루미늄 호일이나 비닐 랩도 역시 일반 쓰레기로 처리합니다.

전을 부칠 때 밑에 까는 신문지도 기름이 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처럼 종이류로 분류하지 않고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합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물에 종이를 풀어서 재활용하기 때문에 종이에 기름이 묻어 있으면 공정에 사용되는 물 자체가 오염될 수 있다”며 “기름에 오염된 종이는 쓰레기로 버리는 게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대로 분리배출해야 하는 명절 쓰레기 

양파망. 사진 환경부

양파망. 사진 환경부

재활용할 수 있지만,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헷갈리는 것들도 많습니다.

우선, 사용한 비닐봉지는 깨끗하게 모아서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아야 합니다. 양파나 채소 등을 보관할 때 쓰는 양파망 역시 비닐과 함께 분리배출합니다.

아이스팩은 종류에 따라 처리 방법이 다른데요. 물이 든 아이스팩의 경우 가위로 잘라 물은 하수구에 버리고, 케이스는 비닐류로 배출합니다. 고흡수성 수지가 든 젤 형태의 아이스팩은 자르지 않고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해야 합니다. 단, 아이스팩 재사용 수거함이 있는 경우에는 재사용 수거함에 배출하면 됩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어떻게? 

명절 음식을 만드는 모습. 뉴시스

명절 음식을 만드는 모습. 뉴시스

명절이 지나고 남는 음식물 쓰레기도 항상 처치 곤란인데요. 푸짐한 상차림을 선호하는 고유의 명절 문화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 양이 평소보다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명절 연휴 기간의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평소보다 20% 이상 많다고 합니다.

우선, 남은 음식물은 음식물 전용 수거함 또는 전용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배출합니다. 다만, 음식물 중에서도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요. 과일 씨나 조개, 게, 생선 뼈 등 딱딱한 것과 채소류의 뿌리·껍질 등은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합니다.

명절 음식 중에는 유달리 기름진 음식이 많아 식용유 사용도 많은 편인데요. 남은 식용유는 하수로 배출하면 수질 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식용유 전용 수거함에 배출하거나 가까운 동사무소・주민센터에 문의해 따로 처리해야 합니다. 다 쓴 식용유 통의 경우 깨끗하게 세척한 뒤에 분리배출해야 합니다.

지난해 추석 연휴가 끝난 9월 23일 오전 광주 북구의 재활용품 선별장에 연휴 기간 쌓인 재활용품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추석 연휴가 끝난 9월 23일 오전 광주 북구의 재활용품 선별장에 연휴 기간 쌓인 재활용품이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물론 가장 좋은 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거겠죠. 일각에서는 선물을 주고받는 명절 문화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과대 포장을 줄이려고 노력해도 정성에는 포장이 빠질 수 없고, 그 정성은 명절이 지나면 결국 쓰레기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홍 소장은 “선물 문화 자체를 바꾸지 않고 부분적으로 포장재 재질을 개선하거나 공간을 줄이거나 하는 방식으로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쓰레기 감소는 일어나지 않는다”며 “당연히 명절이니까 선물을 보내야 한다는 인식에 우리가 관행처럼 끌려온 것은 아닌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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