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저와 北해커병 오간 이 배우..."남북화합송은 역시 '롤린'"

중앙일보

입력 2022.09.11 13:00

업데이트 2022.09.12 09:41

드라마 '신병'과 영화 '육사오'에서 군인 역할로 동반 흥행을 이끌어낸 배우 김민호. 사진 리스펙트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신병'과 영화 '육사오'에서 군인 역할로 동반 흥행을 이끌어낸 배우 김민호. 사진 리스펙트엔터테인먼트

"드라마와 영화가 동반 흥행해서 정말 로또 맞은 기분이에요."
10년차 배우 김민호(32)는 드라마 '신병'(ENA)과 영화 '육사오'로 대박을 터뜨렸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군인을 연기했다.
영화 '스윙키즈'(2018)까지 포함하면 군인 역할을 세 번이나 했다. 그는 드라마 '신병'에선 사단장 아버지를 둔 어리바리하고 소심한 이등병 박민석을, 영화 '육사오'에서는 남한 신조어까지 꿰뚫고 있는 북한군 해커병 방철진을 연기했다.
'푸른거탑'(tvN) 등 성공한 군대 드라마의 맥을 이은 '신병'은 이미 시즌2 제작을 확정했고, 영화 '육사오'는 여름 대작영화들 사이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누적관객수 150만을 목전에 두고 있다.

드라마 '신병', 영화 '육사오' 흥행 이끈 김민호 #중공군,국군,북한군 등 군인 역만 벌써 세번째 #"전방부대 통신병 복무경험이 연기에 큰 도움"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호는 "전생에 유엔 참전용사였냐는 농담을 많이 듣는다. 카투사나 한국계 미군을 연기하면 군인 역할은 섭렵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요즘 로또 맞은 기분"이라는 그는 로또 복권을 소재로 한 영화 '육사오'부터 얘기를 꺼냈다. 영화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1등 당첨 로또복권을 두고 당첨금을 나눠 갖기 위한 남북한 병사들 간의 의기투합을 그린 코미디물이다.

배우 김민호는 영화 '육사오'에서 남한 신조어까지 꿰뚫고 있는 북한군 해커병 방철진을 코믹하게 연기했다. 사진 (주)싸이더스

배우 김민호는 영화 '육사오'에서 남한 신조어까지 꿰뚫고 있는 북한군 해커병 방철진을 코믹하게 연기했다. 사진 (주)싸이더스

배우 김민호는 영화 '육사오'에서 남한 신조어까지 꿰뚫고 있는 북한군 해커병 방철진을 코믹하게 연기했다. 사진 (주)싸이더스

배우 김민호는 영화 '육사오'에서 남한 신조어까지 꿰뚫고 있는 북한군 해커병 방철진을 코믹하게 연기했다. 사진 (주)싸이더스

"북한군 역인데 통통한 게 마음에 걸렸는데, 감독님이 '주전부리 먹으며 해킹하는 병사라 뚱뚱해도 괜찮아. 스트레스 받지 말고 연기해'라고 하셨어요. 그 때 이 영화의 톤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김민호는 영화 '스윙키즈'에서도 탭 댄스를 잘 추는 뚱뚱한 중공군 포로 역할로 주목받기도 했다. '육사오'에서 남북한 병사들이 당첨금 지분 협상을 벌이는 장면이 가장 재미있었다는 그는 "남북한 병사들이 함께 역주행송 '롤린' 춤을 추는 장면이 뜬금없다 할까 봐 다들 걱정했는데, 객석에서 웃음이 빵빵 터져나와 다행이었다"며 "만약 노래가 원래 대본에 있던 'TT'(트와이스)나 '픽미'(프로듀스101) 였으면 어쩔 뻔 했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잠시 남쪽으로 가게 된 북한군 리용호(이이경)가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 '혼코노'(혼자 코인노래방 가기) 등 남한 신조어를 잘 외우지 못하자, 정치지도원 최승일(이순원)이 "이카면 정말 다 죽는기야"라고 혼내는 등, 더 진지하고 간절한 톤으로 바꾼 장면들이 많았다며 "우리끼리만 재밌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시도를 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했다.
촬영 전 여군 출신 탈북자로부터 북한말과 군대문화를 배웠다는 그는 "내 인생영화 중 하나인 '공동경비구역 JSA'의 코미디 버전 격인 이 영화에 출연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신병'에서 김민호는 원작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를 모았다. '육사오' 촬영 후 두 달 만에 이 드라마에 들어간 그는 "원작 팬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5~6㎏를 찌웠다"고 했다. 실제 군 생활이 연기에 도움이 됐다는 그는 특히 전입 신고 장면을 찍을 땐, 몸 상태가 안좋은 상태에서 입대해 전입 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의무실 신세를 졌던 일을 떠올렸다고 했다.

드라마 '신병'(ENA)에서 박민석 이병(김민호)이 부대 전입신고를 하는 장면. 사진 KT스튜디오지니

드라마 '신병'(ENA)에서 박민석 이병(김민호)이 부대 전입신고를 하는 장면. 사진 KT스튜디오지니

드라마 '신병'(ENA)에서 박민석 이병을 연기한 배우 김민호는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헤어스타일, 미세한 볼떨림 등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사진 KT스튜디오지니

드라마 '신병'(ENA)에서 박민석 이병을 연기한 배우 김민호는 원작 캐릭터와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헤어스타일, 미세한 볼떨림 등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사진 KT스튜디오지니

"'스윙키즈' 찍을 때 살을 확 찌운 상태로 탭 댄스 연습하느라 무릎이 안좋아졌어요. 그 상태로 입대해 강원도 화천에서 통신병으로 무거운 장비 메고 다니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1년 고생하다가, '신흥무관학교'란 군 뮤지컬 오디션에 합격해 나머지 군 생활은 편하게 지냈어요. 양 극단의 경험이 연기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박민석 이병은 극 후반, 편한 부대로 옮기라는 아버지의 지시를 생전 처음 거부한다. 더 이상 도망치며 살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신병'이 박민석의 성장담으로 읽히는 이유다.

"처음엔 박민석이 나와 정반대 성향의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각성을 연기하면서 '나 또한 남들 시선 의식하고, ~하는 척 하며 살아온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 신을 찍고 나서 마음이 후련해졌고, 연기가 술술 잘 풀렸습니다. '이번에는 네가 보이지 않고, 캐릭터로 쭉 보였다'는 최고의 찬사까지 들었죠."
그는 '신병'의 인기 요인으로 배경을 회사나 학교로 바꿔도 무방할만큼 어디에나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을 꼽았다.
"시청자들이 너무나 공감 가는 스토리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댓글로 남길 때 보람을 느꼈다"면서 "연말에 시즌2 촬영에 들어가는데, 일병이 된 박민석이 너무 어른스러워질까봐 걱정"이라며 또 다시 너스레를 떨었다.

안양예고, 경희대 연영과를 거쳐 2013년 드라마 '몬스타'로 본격 데뷔한 김민호는 까불까불한 아이('몬스타'), 고교 일진 우두머리('경이로운 소문'), 28살 연상녀와 결혼하는 사채업자('오케이 광자매') 등 10년 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냈다. "얘가 걔였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는 그는 "로또 맞은 기분이라고 말은 하지만, 한 계단 한 계단 노력하며 올라온 느낌"이라며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릴 땐 작고 뚜렷하지 않은 이목구비 때문에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이런 외모를 강점이라 여깁니다. 어떤 캐릭터든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거든요. 오디션에서 잘생긴 배우들 보면 오히려 마음이 놓입니다. 그들이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시장이 따로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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