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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직원 입에 음식 받아먹으라고 한 상사, 성희롱 맞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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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주며 입으로 받아먹으라고 강요한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공무원 A씨가 소속 기관을 상대로 “감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1심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0년 2월 워크숍 회식 자리에서 젓가락으로 안주를 집어 부하 여직원인 피해자에게 입으로 받아먹게 시켰다.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표했지만, A씨는 재차 강요했다.

그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피해자의 얼굴을 만지거나 다른 신체 부위를 때리는 등 회식 자리에서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혁신처는 2020년 12월 A씨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는 소청 심사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 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에서 징계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서 먹여준 적은 있지만 강요한 적이 없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위가 비록 부적절한 것일 수는 있으나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행위는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의 행위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직원 간 회식에서 음식을 건네줄 때 접시나 젓가락이 아닌 입으로 그 음식을 직접 받아먹게 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이러한 행동을 시키는 것은 거부의 의사표시를 쉽게 할 수 없는 하급자를 괴롭히는 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부적절한 신체 접촉 등도 모두 징계 사유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공무원 징계기준에 따르면 감봉보다 무거운 정직으로 의결될 수도 있었다”며 처분이 지나치게 무겁지도 않다고 봤다.

A씨가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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