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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가면 기술 없어도 월600만원 번다…화제의 '조공' 모집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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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대형 타워크레인과 덤프트럭이 투입돼 P4라인 기초 공사를 하고 있다. 평택=고석현 기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대형 타워크레인과 덤프트럭이 투입돼 P4라인 기초 공사를 하고 있다. 평택=고석현 기자

최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에서 하루 ‘16만원+알파(시간외수당)’ 조건으로 조공을 모집하면서 화제가 됐다. 숙소도 제공하고 식대 2만원은 별도다.

조공은 전문 기술 없이 주로 숙련공의 작업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엔 일당 12만원부터 시작했는데 요즘 들어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고 한다. 이러면 실수령 기준으로 조공의 월수입은 500만원 이상, 최대 600만원을 넘기기도 한다. 근무 조건은 만 23~49세 남자였다.

처우가 이렇게 좋다 보니 전국에서 구직자들이 몰려온다. 서울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30대, 경남 거제의 조선소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던 용접공 등이다. 옛 직장 동료나 형제가 함께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평택캠퍼스 건설에 투입된 현장 인력과 협력업체 직원은 6만 명이 넘는다. 이곳에 근무하는 삼성전자 연구·지원 인력이 1만여 명이라고 하니 그 여섯 배가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평택시 고덕면 일대 총 289만㎡(약 87만4000평) 부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지를 조성 중이다. 지난 7월엔 P3라인(제3공장)이 가동에 들어갔다. 여기에 추가로 P4~6 등 3개 라인을 지을 예정이다. 현재는 P4라인 골조 공사가 한창이다. 반도체 공장 하나 짓는데 30조원이 든다고 하니, 단군 이래 최대 공사라는 말이 실감 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충북 청주에 신규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약 6만㎡(약 1만8000평) 부지에 반도체공장 ‘M15X’를 착공할 예정이다. 2025년께 공장을 완공하는 게 목표다. 기존 M15를 확장하는 것으로, 공장 건설과 설비 구축 등에 향후 5년간 15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장엔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서버와 PC·스마트폰 수요 감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를 기점으로 이른바 ‘반도체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고 예고한다. 기존 3~4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던 반도체 사이클이 더 짧아진 것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3%에서 13.9%로 낮춰 잡은 바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2~3개월 내 각각 13∼18%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내년에서 2024년 초까지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전문가 설문조사를 통해 10명 중 7명 이상(76.7%)은 반도체 산업이 ‘위기’라고 진단했다. ‘위기 초입’이라는 인식은 56.7%, ‘위기 한복판’이라는 응답은 20%였다. 응답자 중 58.6%가 이 같은 상황이 내후년 이후에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107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 7.8% 줄었다.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 것은 26개월 만이다.

업계의 인식도 비슷하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 사업이 안 좋다”며 “올해 하반기도 좋지 않을 것 같고, 내년에도 좋아질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를 두 자릿수 이상 낮춰잡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외북동 159-3 일대 SK하이닉스 위치도. 그림 SK하이닉스

청주시 흥덕구 외북동 159-3 일대 SK하이닉스 위치도. 그림 SK하이닉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빅2는 ‘투자 시계를 멈추지 않겠다’는 대응 전략을 선택했다. 반도체 사이클에 연연해 하기보다는 향후 시장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위한 선도 투자로 풀이된다. 전국의 건설 일용직 인력을 평택과 청주가 빨아들이고 있는 이유다.

경계현 사장은 “반도체 시황에만 의존하기보다는 꾸준히 투자하는 게 삼성전자에 더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업황이 좋지 않을 때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한 것이 호황기에는 안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다가올 10년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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