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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득한 도토리묵 말랭이와 촉촉한 생선 살의 만남 [쿠킹]

중앙일보

입력

김혜준의 건강식도 맛있어야 즐겁다 ⑬ 도토리묵 말랭이 생선찜

도토리묵 말랭이를 넣은 생선찜. 사진 김혜준

도토리묵 말랭이를 넣은 생선찜. 사진 김혜준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천 어딘가에 있던 한 식당의 도토리묵 무침이 떠오른다. 쌀밥이 유명한 이천이지만, 이곳의 묵사발이나 묵무침을 한 번 맛본 사람에게는 쌀밥보다 묵을 먼저 그리워하게 될 그런 맛이었다. 아쉽게도 그 가게가 코로나 기간에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는 가끔 집에서 묵을 이용한 요리를 가볍게 해 먹곤 했다. 그러다 도토리묵을 나물처럼 반찬으로 먹거나 떡볶이의 떡 대신 활용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당뇨 식단을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주인공이 될 식재료의 선정이다. 고기와 생선, 해산물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한 후, 그 식재료의 맛을 끌어 올릴 만한 좋은 궁합의 채소와 양념, 그리고 부재료를 더한다. 사용하는 양념은 간단한 편이다. 최소한의 소금을 바탕으로 질 좋은 고춧가루(고추장은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지양하는 편이다)와 오렌지, 레몬 같은 감귤류 과일의 과즙과 향이 진한 껍질을 얇게 저민 제스트, 피시 소스 등으로 한정 짓고 있다.

양념이 간단한 대신 요리법은 최대한 재료의 맛을 살리는 방법을 쓴다. 그중 이탈리아 요리법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특히 이번에는 자주 가는 서촌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두오모’에서 먹었던 생선찜을 떠올리며 오븐 대신 프라이팬을 이용해 생선찜을 만들어봤다. 이탈리아에서는 ‘카르토초(Cartoccio)’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프랑스 요리법으로는 ‘파피요트(Papillote)’로 통용되는 생선찜 요리다.

기름종이 위에 여러 가지 해산물과 도토리묵 말랭이를 올려 구우면 근사한 파피요트가 된다. 사진 김혜준

기름종이 위에 여러 가지 해산물과 도토리묵 말랭이를 올려 구우면 근사한 파피요트가 된다. 사진 김혜준

카르토초 또는 파피요트는 요리용 기름종이나 쿠킹포일 위에 메인 재료와 허브, 올리브오일 등을 넣고 밀봉한 후 가열하는 요리다. 밀봉한 기름종이 안에서 일어나는 대류 현상으로 음식을 촉촉하게 조리할 수 있다. 주로 생선이나 홍합, 조개와 같은 어패류를 먹을 때 이용하는데, 여기에 크기가 곡물 낟알만큼 작은 파스타 ‘프레골라’를 곁들이면 탄수화물도 함께 섭취할 수 있다. 나는 프레골라 대신 ‘도토리묵 말랭이’를 선택했다.

도토리묵 말랭이는 열량이 낮고 혈당 관리에 요긴한 식재료다. 우리가 흔히 먹는 도토리묵을 건조하면 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수분이 날아가면서 영양 성분이 농축된다.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노화를 방지하고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도 가진다. 칼로리 역시 낮아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에도 알맞으며, 혈당 관리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당뇨 식단에도 효과적이다.

도토리묵 말랭이는 보통 미지근한 물에 1시간 정도 불린 뒤 물기를 빼서 사용하면 되는데, 이번 요리같이 오래 가열하는 경우 물에 불려 사용할 경우 묵이 푹 퍼져버리기 때문에 불리지 않고 사용했다. 생선은 생물을 사용하는 게 가장 최선의 맛을 낼 수 있지만, 냉동실에 있는 생선 몸통 조각 제품 등을 활용해도 충분하다. 이때는 냉동 생선 살에 맛술을 약간 발라주면 잡내를 잡을 수 있다.

‘도토리묵 말랭이 생선찜’은 쫀득한 도토리묵 말랭이와 촉촉하고 부드럽게 익은 생선 살의 대비가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조리는 오븐을 사용하면 180도에서 12~15분이면 충분하다. 나는 프라이팬으로 조리했는데, 굵은 천일염을 붓고 종이에 밀봉한 요리를 올린 후 뚜껑을 닫고 중불에서 20분 정도 익혀 완성했다. 15분이 되었을 때 요리 상태를 한 번 확인한 후 시간을 조절하기를 권한다.


Today`s Recipe 김혜준의 도토리묵 말랭이 생선찜

“채소와 고추의 양은 기호나 상황에 따라 조정하면 된다. 이 레시피에서는 청귤을 사용했지만, 오렌지나 레몬, 라임 같은 다른 감귤류 과일로 대체할 수 있으며 과일의 양 역시 기호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소금과 후춧가루의 양을 줄이고 피시 소스를 더하면 동남아의 이국적인 정취를 담은 생선찜으로 변신한다.”

재료 준비

도토리묵 말랭이 생선찜 재료. 해물과 완두콩은 냉동된 것을 사용해도 된다. 사진 김혜준

도토리묵 말랭이 생선찜 재료. 해물과 완두콩은 냉동된 것을 사용해도 된다. 사진 김혜준

재료(2인분): 도토리묵 말랭이 50g, 새우 4미, 완두콩 한 줌, 참돔 스테이크용 2조각, 토마토 1개, 대파 1대, 마늘 5알, 팽이버섯 1개, 청양고추 또는 쥐똥고추 2개, 청귤 3개, 맛술 2큰술, 올리브오일 적당량, 소금‧후춧가루 적당량.

만드는 법  
1. 생선은 맛술을 고르게 발라 준비한다. 냉동된 것을 사용할 경우 냉장실에서 충분히 해동한 뒤 밑간한다. 새우는 가위로 수염을 잘라낸다.

2. 대파는 팽이버섯과 비슷한 길이로 자른 뒤 세로로 길게 채 썬다.

3. 토마토는 꼭지를 제거한 뒤 반달 모양으로 8등분하고, 청귤 2개는 동그란 모양을 살려 얇게 슬라이스한다.

4. 고추는 쫑쫑 썰고, 마늘은 편을 썰어 준비한다.

5. 기름종이는 양 끝을 접어 요리를 밀봉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재단한다.
6. 프라이팬에 굵은 천일염을 평평하게 깔고 그 위에 기름종이를 얹은 후 대파와 버섯을 깔고 생선과 새우를 올린다. 완두콩과 토마토, 청귤과 마늘, 고추 등을 올린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하고 슬라이스 하지 않은 청귤 1개의 과즙을 짜서 생선 위에 뿌린다.

7. 기름종이의 양쪽 끝을 접어 밀봉한다.

8. 프라이팬 뚜껑을 닫고 중불에서 15분 굽는다. 불에서 내리기 전 기름종이를 살짝 열어 재료가 충분히 익지 않았다면 추가로 5분 더 조리한다.

9. 기름종이째로 큰 접시에 옮긴 후 종이를 열어 장식한다.

김혜준 푸드 콘텐트 디렉터 cooking@joongang.co.kr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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