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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 업뎃하면 기능 똑같은데…” 새폰 살까말까 소비자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7일(현지시간) 팀쿡 애플 CEO가 새로 출시한 아이폰14를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팀쿡 애플 CEO가 새로 출시한 아이폰14를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이폰이 새로 출시됐는데, 바꿔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직 사용하고 있는 폰 성능도 쌩쌩하고, 운영 체제(OS) 업데이트를 하면 새 폰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거든요.”

올해로 3년째 아이폰12를 사용하고 있는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8일(한국시간) 애플이 발표한 신제품 아이폰14 시리즈를 보고 고민에 빠졌다. 애플은 이날 신제품을 발표하며 신형 OS ‘iOS16’ 업데이트 계획도 함께 밝혔다. 기존 아이폰 유저들도 OS 업데이트를 하면 아이폰14에 담긴 최신형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iOS16에는 이미 보낸 문자 메시지를 수정·회수하거나 잠금 화면의 서체·위젯 등을 취향에 맞게 디자인하고, 촬영한 사진 속 인물들에게 쉽게 사진을 공유하는 기는 등이 생겼다.

‘OS 업글’ 하면 구형폰도 신기능 구현 

지난달 갤럭시Z4 시리즈를 출시한 삼성전자  지난 5일부터 기존 사용자를 대상으로 OS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원UI 4’로 업데이트할 경우 ‘태스크바’ ‘멀티윈도우’(Z폴드) 기능과 ‘플렉스캠’(Z플립) 기능 등이 추가된다. 새 폰과 구형 폰 간 소프트웨어(SW) 기능상의 차이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 같이 휴대폰 제조사들이 OS 업데이트를 제공할 경우 제품 교체 사이클이 길어져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교체율이 2013년 42%에서 2020년 28%로 줄었다. 하드웨어 성능의 차이가 크게 없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존 폰에서도 ‘혁신적 새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소비자들이 휴대폰 교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발표한 갤럭시Z폴드4(왼쪽)과 Z플립4.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달 발표한 갤럭시Z폴드4(왼쪽)과 Z플립4. 사진 삼성전자

 애플이 7일(현지시간) 새롭게 발표한 아이폰14 시리즈. EPA=연합뉴스

애플이 7일(현지시간) 새롭게 발표한 아이폰14 시리즈. EPA=연합뉴스

5년 전 제품까지만 서비스…‘절묘한’ 교체 대상, 왜 

그렇다면 휴대폰 제조사들은 왜 기존 휴대폰 이용자에게까지 OS 업데이트를 제공하는 것일까.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폴더블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더 혁신적인 최신 모바일 경험을 지속해서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객을 계속 붙잡아 놓기 위해 ‘자물쇠 효과’를 노린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특정 상품·서비스 생태계에 익숙해지면 다른 상품·서비스로의 이전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OS의 변화에 소비자를 익숙하게 만들어 폰 교체 시기가 도래했을 때 이탈률을 줄이려는 것이다.

다만 제조사들도 소비자들의 제품 교체 주기에 맞춰 ‘절묘하게’ OS 업데이트 대상을 구분하고 있다. 애플의 경우 이번 iOS16 업데이트 대상을 2017년 출시한 아이폰8 이후 모델로 한정했고, 삼성전자도 우선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Z3 시리즈 이용자를 대상으로 ‘원UI 4’ 업데이트를 하고, 향후 2019년 발매된 모델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구형 휴대폰의 OS를 업데이트한 뒤 휴대폰 성능이 느려지거나 일부 기능이 호환되지 않는 문제점도 있다.

전기차·가전도 ‘업글’ 바람

최근엔 전기차나 가전도 스마트폰처럼 SW를 통한 성능 업그레이드를 확대하는 추세다. 테슬라·현대차 등 전기차 제조사들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자율주행·배터리 성능 등을 개선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업데이트를 통해 냉장고를 와인셀러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도록 했다. 지난달엔 장시간 냉장고 문이 열리지 않으면 지정한 보호자에게 알람을 보내는 ‘패밀리 케어’ 기능도 선보였다.

LG전자는 ‘업(UP) 가전’ 라인업을 내놨는데, 냉장고·세탁기 등의 사용자 사용패턴을 분석한 뒤 ‘씽큐앱’을 통해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22’에서 선보인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이 대표적이다. 씽큐앱을 통해 물리적 패널 교체 없이 냉장고 외장 색상을 바꾸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테슬라 모델3는 무선으로 차량을 업데이트하는 'OTA' 기능이 특징이다. 사진 테슬라코리아

테슬라 모델3는 무선으로 차량을 업데이트하는 'OTA' 기능이 특징이다. 사진 테슬라코리아

LG전자가 LG 씽큐(LG ThinQ) 앱에서 냉장고 색상을 변경해 분위기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신제품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을 공개했다.  사진 LG전자

LG전자가 LG 씽큐(LG ThinQ) 앱에서 냉장고 색상을 변경해 분위기까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신제품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을 공개했다. 사진 LG전자

“교체 주기 길어지지만, 신제품 구매 욕구 높이기도”

이채호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제조사들이 ‘사용자경험’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OS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며 “제품 교체 주기가 길어져 제조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신기능을 성능 좋은 기기로 체험하고 싶다’는 욕구를 소비자에게 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변화를 원치 않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능을 배워야 하는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 폰이 느려지거나 용량이 부족해 기본기능 사용이 어려워져 불가피하게 새 폰을 사게 되는 사례도 있다”며 “제조사들이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하되, 여기에 따라오는 불편사항 등을 인지하고 사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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