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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풍차 돌리기' 들어보셨나요…2030 '짠테크' 돌아왔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월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부착된 정기예탁금 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 7월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부착된 정기예탁금 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30대 워킹맘 김지현(가명)씨는 지난 2년간 종잣돈 1000만원을 포함해 매달 월급에서 50만원씩을 떼낸 자금을 주식에 투자해 3200만원의 목돈을 마련했다. 하지만 김 씨는 올 초 2200만원을 주식에 재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봤다. 당분간 주식으로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한 김 씨는 남은 예수금 1000만원을 인출해 3.4% 금리(1년 만기)의 적금 상품에 가입했다. 김 씨는 "매달 월급의 50만원씩을 '풍차 돌리기' 방식으로 새 적금 상품에 투자할 것"이라며 "20대때 하던 적금 풍차돌리기를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①짠테크의 정석, 돌아온 '풍차 돌리기'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짠테크'가 재유행하고 있다. 짠테크란 '짜다'라는 말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소비를 줄여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자산을 불리는 재테크 방식을 뜻한다. 적금 풍차 돌리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적금 풍차 돌리기는 매달 새로운 적금 상품에 가입해 12개월 뒤부터 순차적으로 원리금을 회수해 목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최근 재테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적금 풍차 돌리기에 대한 경험담이 늘고 있다. "풍차 돌리기 6개월차인데, 적금을 깨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5000만원 모을 때까지 계속 돌릴 것", "다시 적금 풍차 돌리기를 시작했는데, 사회 초년병 시절 생각이 난다" 등이다.

 지난 7월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금융창구에 '우체국 신한 우정적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우체국x신한카드 우정적금'의 금리를 최고 8.95%에서 9.2%로 높여 판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금융창구에 '우체국 신한 우정적금' 안내문이 붙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우체국x신한카드 우정적금'의 금리를 최고 8.95%에서 9.2%로 높여 판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에서도 풍차 돌리기족(族)을 겨냥한 저한도·고금리 적금 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2일 출시한 연 최대 11%의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1년 만기, 월 저축한도 30만원 이내)은 4영업일 만에 신규 계좌수가 5000좌를 돌파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규 적금이 출시될 경우 일평균 가입자가 300~400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증가세"라고 말했다. 이밖에 광주은행의 행운적금은 최고 13.2%(1년 만기, 월 50만원 이내),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은 최고 10% (1년 만기, 월 30만원 이내)의 금리를 제공한다.

②최고의 재테크는 '빚 다이어트'

지난달 25일 서울의 한 은행 앞 대출 현수막.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서울의 한 은행 앞 대출 현수막. [연합뉴스]

늘어난 대출 이자를 줄이는 '빚 다이어트'도 고금리 시대 각광받는 재테크 방식 중 하나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위한 대출 갚는 순서가 공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금서비스→카드론→제2금융권 대출(캐피탈 등)→1금융권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 순서로 갚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에서는 변동금리를 먼저 갚고, 고정금리 중에서도 최근에 받은 대출부터 갚아 나가는 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신현진 우리은행 TC프리미엄 이촌센터 과장은 "카드론이나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라면 새희망홀씨 대출 등을 활용해 제1금융권 대출로 갈아타는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③카드판 '풍차 돌리기', '카테크'도 뜬다 

'카테크(카드+재테크)'도 2030 세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짠테크 방식이다. 최근 카드사는 이른바 '혜자 카드(혜택을 많이 주는 카드)'를 없애는 대신 캐시백 등 현금성 포인트를 지급하는 형태로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카드사는 직전 6개월~1년간 자사 카드 이용 내역이 없는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선 가입 기간에 따라 돌아 가며 새로운 카드에 가입할 경우 현금성 포인트를 확보할 수 있다. 돌아가며 새로운 카드로 갈아탄다는 점에서 '카드 풍차 돌리기'로 불린다. 예컨대 최근 KB카드는 6개월 사용 이력이 없는 회원을 대상으로 16만원에 상당하는 네이버 포인트와 3만원의 현금 캐시백을 내걸어 화제가 됐다.

신용카드 사용 이미지. 픽사베이.

신용카드 사용 이미지. 픽사베이.

이런 '짠테크' 방식은 금융 플랫폼 사용에 익숙한 MZ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층)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토스는 총 13종의 신용카드에 신규로 가입하는 고객에게 최대 15만원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카드 모집인이 신규 고객을 유치하던 과정을 온라인 플랫폼이 대체하면서 모집인에게 돌아가던 몫이 고객에게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국내 카드 시장이 포화 상태이다 보니, 캐시백을 통한 신규 고객 유치전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 밖에 없다"며 "카드사 입장에선 '체리 피커(자기 실속만 챙기는 사람)'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정보 공유가 활발한 2030 세대의 특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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