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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5세 '디지털 문해력' 꼴찌수준…폰 무조건 막으면 역효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에듀플러스위크'에서 어린이 참관객이 교육용 장난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에듀플러스위크'에서 어린이 참관객이 교육용 장난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024년 초등학교 입학생부터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부터 코딩 교육이 필수가 되면서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문해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기기와 정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핵심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2일 국무회의에서 “전 세대에 걸쳐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도 체계적으로 제공돼야 할 것”이라며 디지털 문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의 디지털 문해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 수준이다. 지난해 5월 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만 15세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이 25.6%로 OECD 평균인 47%보다 낮게 나타났다. 인터넷 정보의 편향성을 식별하는 교육을 받았다는 비율도 49%로 OECD 회원국 평균(54%)은 물론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디지털 문해력은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이용하는 능력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의 부모의 역할을 강조한다. 조병영 한양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체계적인 교육은 학교에 맡기되,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다양한 소재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딸과 1학년 아들을 키운 경험을 바탕으로 책 「디지털 문해력 수업」을 쓴 김은호 작가는 “디지털 공간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디지털 문해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분별력을 기르려면 평소에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작가와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디지털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을 알아봤다.

①내 아이의 디지털 문해력 알고 싶다면…‘가족 SNS’ 만들기

네이버 밴드를 활용한 가족 SNS. 김은호 작가 제공

네이버 밴드를 활용한 가족 SNS. 김은호 작가 제공

가족 SNS를 만들면 자녀가 온라인상에서 어떤 표현을 하는지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김 작가는 2년째 네이버 밴드를 이용해 두 자녀와 소통하고 있다. 아이들이 공유하는 사진을 통해 ‘스노우’나 ‘잼페이스’ 등 자주 이용하는 앱도 알게 된다. 평소 읽었던 책이나 애니메이션, 게임을 한 소감을 올리기도 한다. 김 작가는 글뿐만 아니라 음성, 영상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표현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②자녀와 함께 답을 만드는…‘다다퀴즈’

여러 단어 중 다른 하나를 찾는 '다다퀴즈'를 하기 위해 만든 이미지. 김은호 작가 제공

여러 단어 중 다른 하나를 찾는 '다다퀴즈'를 하기 위해 만든 이미지. 김은호 작가 제공

‘다다퀴즈’는 여러 가지 단어 중 다른 것 하나를 찾는 퀴즈다. ‘엄마, 아빠, 이모, 고모’ 중 다른 것 하나를 부모와 함께 찾아보는 식이다.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김 작가는 어떤 답이든 이유를 함께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답이 ‘아빠’라면 ‘성별이 남자라서’, ‘엄마’라면 ‘엄마에만 받침이 있기 때문에’라는 이유를 들 수 있다.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내면서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다.

③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문해력 놀이’ 

아이와 지하철 노선도를 펼쳐 놓고 역 이름의 뜻을 찾아보면 어떨까.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역 이름의 어원을 찾아보면서 어휘력을 늘릴 수 있다. 이 밖에 자녀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그림‧사진일기 쓰기, 유튜브 영상 만들기 등이 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쓰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기 위한 활동들이다.

김 작가는 “문해력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가르쳐주고 연습하면 아이들은 성장한다”며 “좀 더 관심이 생기면 블록코딩이나 간단한 앱 만들기도 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EBS 이숍, 네이버 엔트리 등에서 무료로 코딩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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