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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하면 명절 잔소리 해방"…군대·취업 해결하는 계약학과 인기

중앙일보

입력

비어있는 서울시내 한 대학의 취업정보 게시판. 연합뉴스

비어있는 서울시내 한 대학의 취업정보 게시판. 연합뉴스

‘대학은 어디 지원할거니?’ - 10만원
‘군대는 언제 갈거니?’ - 13만원
‘취업해야지, 알아보고 있는 곳은 있니?’ - 15만원

명절 때마다 회자되는 ‘잔소리 메뉴판’의 일부다. 친척들의 걱정은 수험생에게는 가격을 매겨 돈을 받고 싶을만큼 듣기 싫은 잔소리다. 이런 잔소리를 일찌감치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계약학과다. 입학 즉시 취업이 보장될 뿐 아니라 최근에는 군대까지 해결할 수 있는 계약학과도 인기다.

취업·군대 걱정 덜어주는 ‘군 계약학과’ 인기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입학 즉시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반도체, 모빌리티 등 첨단 기술 분야의 계약학과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군 관련 계약학과의 인기도 높다. 대학에 지원해 합격하는 순간 ‘대학-군대-취업’이 해결돼 명절 때마다 듣게 되는 인기 잔소리에서 해방될 수 있다.

2023학년도에 신입생을 모집하는 군 관련 계약학과는 고려대, 세종대, 아주대, 영남대, 충남대, 한양대(ERICA) 등 6개 대학으로, 약 200여명의 예비 장교를 선발한다. 육·해·공군과 협약을 맺은 각 대학들은 사이버보안, 항공·우주, 해군항해 등 각 분야 정예 인력을 키운다. 군 계약학과는 의무복무기간을 마치면 꼭 군인이 아니더라도 전공과 관련한 연구소나 산업체 등 다른 기관으로 취업할 수 있다.

평균 7년 정도의 의무복무기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입학생에게 4년 전액 장학금과 기숙사·국내외 연수 기회 등 일반 학부생이 누리기 어려운 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에 경쟁률은 매년 치열하다. 2022학년도 선발 때도 6개 학교에서 322명을 모집했는데 1390명이 몰려 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군 계약학과 중 가장 잘 알려진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는 2012년부터 국방부와 협약해 사이버 보안 전문장교를 키우고 있다. 보안 관련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키우지만, 보안 관련 법률·정책 수업도 많다. 이를 바탕으로 4학년 때는 주로 사이버 공격 및 방어 실습 위주의 교육이 진행된다. 졸업 후에는 사이버사령부 등 군 관련 기관에서 7년간 복무해야 하며, 전역한 졸업생들은 국내외 IT기업이나 국가기관, 보안업체로 진출한다. 이 외에도 아주대 국방디지털융합학과는 공군과 협약해 네트워크 기반 사이버전을 책임질 엘리트 기술장교를 양성하며, 세종대 항공시스템공학과는 공군조종사 후보생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대학 졸업자들의 취업난이 심화되는 만큼, 올해 모집에서도 군 관련 계약학과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군 관련 계약학과 모집 학교 중 오는 14일(화)부터 시작하는 수시 모집을 하는 학교는 세종대 국방시스템공학과·항공시스템공학과, 충남대 해양안보학전공, 한양대 ERICA 국방정보공학과 등이다. 오종운 종로학원 이사는 “여러 혜택이 있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수험생 본인이 군 적성과 맞는지 아닌지 따져보는 일”이라며 “성적도 좋아야 하지만 체력 시험, 군 본부 주관 면접시험도 있으니 관심이 있는 수험생이라면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3년 만에 졸업해 100% 취업하는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자료 진학사

자료 진학사

얼른 취업을 하고 싶다면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를 따져보는 것도 좋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지난 2018년부터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사업 중 하나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 받는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2023학년도에는 8개 대학 27개 학과에서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가천대 미래자동차학과, 국립목포대 첨단운송기계시스템공학과, 한국공학대 스마트전자공학과 등 4차 산업과 직접 연관있는 학과부터 경일대 스마트푸드테크학과, 동의대 스마트호스피탈리티학과 등 관광·여행·건강 관련 학과까지 다양하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기업체 취업형 계약학과'와는 차이가 있다. 기업체 취업형 계약학과는 대표적으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삼성전자), 고려대 반도체공학과(SK하이닉스) 등이 있는데, 특정 대기업과 대학이 협약을 맺고 학과를 만든 뒤 졸업생을 일정 기간 근무하도록 하는 형태다. 이와 달리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는 다양한 기업체가 한 학과와 협약을 맺는 형태로, 학생은 2학년부터 기업에서 근무하며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

4년 교육 과정을 3년 안에 마쳐야 하기 때문에 방학이나 야간에도 학기가 진행될 수 있고, 군 입대를 제외하고는 휴학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등록금을 국가·기업으로부터 지원 받을 수 있고, 졸업과 동시에 최소 2년의 기업 경력이 쌓이는 만큼 빠른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적합하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들은 주로 수시 모집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학생을 모집하고, 대학과 기업 관계자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생을 선발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정부와 기업의 장학금 혜택, 취업 보장 등 다양한 장점과 더불어 일반적인 대졸자와 달리 최소 2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조기취업형 계약학과의 큰 장점”이라며 “하지만 그만큼 입사 후 3년 내 이직 및 퇴사가 어렵기 때문에 본인이 입사할 기업에 대한 정보까지 모집요강 등을 통해 꼼꼼하게 찾아보고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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