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된 건물 재건축’ 통보에 가게 권리금 날릴 판…法 판단은? [그법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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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82] 싣컷 다음 세입자 구했는데 ‘재건축 한다’, 억울해요

지은 지 45년 된 서울 서대문구의 한 건물에 세들어있던 장모씨. 그는 보증금 8000만원, 월세 360만원에 2년짜리 계약을 맺고 커피점을 운영했습니다. 커피점의 권리금은 1억 1000여만원 정도였습니다.

그는 2년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마쳤습니다. 곧장 다음 세입자도 구했지만, 상황의 여의치않게 됐습니다. 그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있던 중 건물을 사들인 새 건물주가 새로운 세입자에게 “재건축 계획(공사시기, 소요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알리겠다”고 하면서입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놓은 장씨는 “재건축을 하려는 사실을 고지 받고도 가게에 들어오려고 하는 세입자는 찾을 수 없다”며 “새 건물주의 행동은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라는 취지로 건물주를 상대로 자신이 낸 권리금에 해당하는 1억1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습니다.

지난 8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지역. 뉴스1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임

지난 8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지역. 뉴스1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임

여기서 질문

‘재건축 계획을 알리겠다’는 건물주, 상가임대차법에 따른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할까요?

법원 판단은

1심은 “새로운 세입자를 주선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거절하겠다는 게 아니라, 재건축 계획을 알리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것”이라며 건물주의 손을 들었습니다. 지난 1978년도에 사용 승인된 건물의 상태를 비춰봤을 때 새로운 세입자에게 그러한 사정을 알리는 건 허용돼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반면 2심은 세입자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보고 건물주에게 7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습니다. 재건축 계획 등이 첨부된 평면도가 구체적인 재건축 계획에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재건축 예정 사실은 세입자의 동의가 없는 이상 계약서에 반영하는 건 위법이라고도 해석했습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은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원심 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습니다.

대법원의 앞선 판례에서는 “건물주(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세입자(임차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주선하더라도 그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경우에는 실제로 새 세입자를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했습니다. 결국 ‘정당한 사유’가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확정적 의사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재건축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더하더라도 짧은 임대 기간만 제시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45년된 건물에 대해 수년 내에 철거나 재건축 계획이 있음을 알리는 것은 탄력적이고 유동적일 수 있는 건물 추후 계획 협의를 바탕으로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정하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차원이라고 본 것입니다.

이에 대법원은 “세입자가 신규 세입자가 되려는 자를 주선하더라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건물주의 의사가 확정적으로 표시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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