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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고 또 접고…근데 왜?" 삼성, 15년전 '잡스 혁신'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에서 관람객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Z폴드4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에서 관람객이 삼성전자의 갤럭시 Z폴드4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접고, 또 접고. 그런데 왜?”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막을 내린 ‘IFA 2022’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폴더블폰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폴더블(foldable) 폼팩터(form factor·제품의 물리적 외형)는 2019년 삼성전자가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럭시Z 폴드4, 플립4를 공개했다.

올해 IFA에서는 삼성 추격자들의 ‘접는 모바일 디바이스’가 대거 등장했다. 미·중 공급망 갈등 와중에 직격탄을 맞은 화웨는 메세 베를린 전시장에 대형 부스를 차리고 관계자와 관람객을 맞았다. 눈에 띈 제품은 이번 IFA에서 처음 공개한 아웃폴딩형 스마트폰 ‘메이트Xs 2’였다.

화웨이의 아웃폴딩방식 폴더블폰 메이트 Xs 2. 바깥으로 접히는 방식이지만 접는 중간에 바깥쪽 디스플레이가 꺼져 자연스러운 이동이 불가능하다. 사진 화웨이

화웨이의 플립폰 P50 포켓. 방진방수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프리스톱 기능이 없어 원하는 각도로 접을 수 없다. 사진 화웨이

“중국 폴더블폰 아직은 역부족”

바깥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의 폴더블폰으로 펼쳤을 때 7.8형(대각선 길이 19.8㎝), 접었을 때 6.5형(16.5㎝)의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무게는 255g으로 갤럭시Z 폴드4와 비교하면 다소 가볍지만 더 큰 화면을 자랑한다.

문제는 사용 편의성이었다. 바깥쪽으로 접히는 방식인데, 접는 과정에서 바깥 디스플레이가 잠시 꺼졌다가 켜졌다. 갤럭시Z 폴드4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았다. 크게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여서 주름은 거의 없지만 방진·방습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

IFA 2022에 전시된 화웨이의 폴더블 폰 메이트 Xs 2. 베를린=이동현 기자

IFA 2022에 전시된 화웨이의 폴더블 폰 P50 포켓. 베를린=이동현 기자

겉표면을 만져보니 힌지(경첩)의 견고함이나 사용자경험에서도 삼성 제품보단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전시장을 찾은 독일 전자제품 소매 관계자 랄프 뮐러(37)는 “삼성의 폴더블폰과 비교하면 만듦새에서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더 큰 문제는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사용자경험 최적화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플립폰도 마찬가지였다. 화웨이가 전시 중인 플립폰 ‘P50 포켓’은 갤럭시Z 플립4처럼 ‘프리 스톱’ 기능이 없다. 프리스톱 힌지는 삼성전자가 적용한 기술로 접었을 때 원하는 각도에서 모두 고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P50 포켓’은 특정 각도에선 고정되지만 이를 넘어가면 맥없이 쓰러진다. 체코에서 온 전자부품 업체 직원 얀 비첵(42)은 “삼성 플립폰이 기능과 사용자 편의성에서 압도적이지만 가격이 비싸서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에이수스가 IFA 2022에서 선보인 젠북 17 폴드 OLED. 17인치 디스플레이를 접을 수 있고, 버추얼 키보드로 태블릿처럼 사용한다. 물리 키보드를 연결하면 노트북으로 활용 가능하다. 사진 에이수스

에이수스가 IFA 2022에서 선보인 젠북 17 폴드 OLED. 17인치 디스플레이를 접을 수 있고, 버추얼 키보드로 태블릿처럼 사용한다. 물리 키보드를 연결하면 노트북으로 활용 가능하다. 사진 에이수스

디스플레이를 접을 수 있는 노트북도 등장했다. 대만 에이수스의 ‘젠북 17 폴드 OLED’는 가운데를 접어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이다. 태블릿PC처럼 별도로 사용할 땐 가상 키보드를 쓸 수 있고, 별도의 외장 키보드를 사용하면 일반 노트북이 된다.

에이수스 관계자는 “태블릿과 노트북의 장점을 모두 살린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람객들 중에선 “노트북 디스플레이가 왜 접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사용 환경에 따라 저절로 휘어지는 LG전자의 42형 벤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플렉스’도 관심을 모았다. 플렉스는 게임을 할 때는 커브드 디스플레이로, 영화를 감상할 때에는 일반 평면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왜 접어야 하죠?” 폴더블 폼팩터의 미래

애플은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아이폰14를 비롯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소문은 무성했지만 올해에도 애플은 폴더블 폰을 내놓지 않았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삼성전자 미국지사는 “접을 수 있게 되면 알려줘(Let us know it when it folds)”라는 트윗을 올렸다. 애플이 폴더블 폰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선보이면서 휴대폰의 세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잡스는 “왜 손가락을 두고 스타일러스 펜을 사용하느냐”고 되물었다. 당시 스마트폰은 작은 쿼티 자판(키보드)이 달려있거나 커다란 스타일러스 펜으로 조작해야만 했다. 미니멀한 디자인에 물리 법칙이 적용된 화면 스크롤, 대화 형식의 문자 메시지 전송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혁신’ 그 자체였다.

2007년 고(故) 스티브 잡스가 최초의 아이폰을 선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07년 고(故) 스티브 잡스가 최초의 아이폰을 선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IFA 2022에서 삼성전자는 별도 공간(시티큐브 베를린)에서 한달 전 공개한 폴더블폰을 대거 전시했다. 관람객들은 4세대째를 맞는 삼성 폴더블폰의 완성도에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실제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을 때 비슷한 대답이 적지 않았다. “왜 접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삼성전자는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MX(모바일경험) 사업부 브리핑에서 “스마트폰에서도 큰 화면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이유”라고 답했다.

최원중 삼성전자 MX사업부 전략제품 개발팀장(부사장)은 “2019년 처음 폴더블폰을 내놓은 이후 많은 발전이 있었고 올해를 폴더블폰 대중화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접히는 디스플레이, S펜이 사용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방진·방수가 가능한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큰 난제였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Z 폴드4와 플립4. 4세대째를 맞은 폴더블 폰은 완성도와 사용자 편의성에서 크게 향상됐다. 뉴스1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Z 폴드4와 플립4. 4세대째를 맞은 폴더블 폰은 완성도와 사용자 편의성에서 크게 향상됐다. 뉴스1

최 부사장은 “단순히 접혀서 신기한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기존 바(bar) 타입 폰이 주지 않는 새로운 소비자경험을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면서 “구글은 물론 애플리케이션 업체들과 협력해 폴더블 폼팩터에서 최적화할 수 있는 소비자 경험을 구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들은 만듦새는 물론, 최적화한 사용자경험과 애플리케이션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한다. 하지만 처음 아이폰이 세상에 나왔을 때처럼 ‘꼭 사고 싶다’는 매력이 넘치는 건 아직 아니다.

전문가들은 애플조차도 더 이상 스마트폰에서 혁신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폴더블 폼팩터가 대세가 되려면, 15년 전 잡스가 왜 아이폰인지 납득시켰던 것처럼 삼성전자도 ‘왜 접어야 하는지’를 납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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