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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식 상팔자? “하반기엔 실적·가치·경기방어주 주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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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문가들이 본 추석 이후 증시

회사원 이동원(40·가명)씨는 몇 달 전 예약한 올 추석 고향행 차표를 최근 취소했다. 올해 들어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지난달에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생각에 투자에 나섰다가 열흘 만에 1000만원 넘는 손실을 봤다. 이씨는 “결혼자금을 불려 보자는 심산에 신혼집 살 돈으로 모은 2억원을 투자했다가 순식간에 5% 넘게 잃었다”며 “부모님 잔소리가 두려워 고향 갈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털어놨다.

‘무(無)주식 상팔자’란 말이 올 추석 연휴 밥상에서도 계속 나오게 생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한 미국 잭슨홀 미팅 이후 지난 6일까지 7거래일 동안 2.9% 하락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비슷한 낙폭을 보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증시 휴장기인 추석 연휴에 올 하반기 약세장에 대비해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세우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오는 21일(현지시간) 미국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향후 투자 향방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올 하반기 주식시장은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눌 수 있다. 기준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잭슨홀 미팅이다. 국내외 증시는 전반전인 7월 초부터 두 달여간 ‘베어마켓(하락장 속 상승) 랠리’를 이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악재가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고, 긴축이 정점을 지났다는 기대에 하락장을 이어오던 증시가 잠시 반등한 것이다. 하지만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설로 고강도 긴축 방침을 재확인한 잭슨홀 미팅 이후 증시 분위기는 하락으로 반전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시장에선 후반전에 접어든 국내 증시가 추석 이후에도 지지부진할 것으로 전망한다. 코스피 예상 변동 폭은 2300~2600포인트 사이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적응해 나가면서 이전 저점(7월 8일 2276.63포인트) 수준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9월 FOMC에서 결정될 강도 높은 금리 인상과 시중에 풀린 현금을 거둬들이는 양적 긴축(QT), 경기 침체 우려 등이 상승 폭을 제한할 것으로 관측한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긴축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지난 6월보다는 다소 줄었기 때문에 이달 중 코스피가 이전에 찍은 저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수출 증가율 하락과 기업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 등이 지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와 원화 약세, 반도체 수출 둔화를 수반한 무역적자 등 불안정한 거시경제 상황이 지속하는 만큼 주식 투자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을 내놨다. 주목할 만한 종목으로는 실적 상승이 확실시되는 실적주, 실적에 비해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받고 있는 가치주,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 경기방어주 등을 꼽는다. 관련 분야로는 에너지·방위산업·자동차·음식료·유통업종 등을 추천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의 주가 상승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이런 상황에선 철저히 실적과 기업 가치에 기반을 둔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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