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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엇갈린 아들의 입관식…"못 보낸다" 오열 속 엄마는 실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오후 경북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포항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실종 사망자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조기가 설치돼 있다. 뉴시스

7일 오후 경북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포항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실종 사망자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조기가 설치돼 있다. 뉴시스

경북 포항시 남구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포항의료원은 8일 애통하게도 생사가 엇갈린 모자(母子)를 비롯해 희생자 유가족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침수 현장에서 아들 김모(15)군만은 살리기 위해 먼저 나가도록 재촉했던 모친 김모(52)씨는 결국 주검이 돼 돌아온 아들을 입관실에서 마주하고는 오열했다. 김군의 가족과 친인척들은 김군의 앳된 얼굴을 보며 "저 이쁜 얼굴 어떡하노", "못 보낸다"라고 소리치며 중학생밖에 되지 않은 김군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10여분간 울음소리가 이어졌던 김군의 입관실은 모친 김씨가 결국 들것에 실려 나오며 고요해졌다. 김씨는 곧장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렇게 엄마는 아들과의 두 번째 작별 인사를 마쳤다.

김군의 친구 20여명도 이 모습을 지켜보며, 김 군의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게 자리를 지켰다. 앞서 포항 시내 중학교·고등학교 교장들이 빈소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위로의 마음을 보태야겠다 싶어서 조문했다"며 "학교는 다르지만, 결국 우리 제자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7일 오후 2시쯤 경북 포항 북구의 경북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 김모(15)군의 친구들이 조문하고 있다. 김군은 지난 6일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엄마와 함께 갔다 실종, 숨진 채 발견됐다. 안대훈 기자

7일 오후 2시쯤 경북 포항 북구의 경북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 김모(15)군의 친구들이 조문하고 있다. 김군은 지난 6일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엄마와 함께 갔다 실종, 숨진 채 발견됐다. 안대훈 기자

김씨는 포항 지하주차장 참사의 두 번째 생존자이자, 희생자인 김군의 모친이다. 김씨는 지난 6일 태풍 '힌남노'로 인해 침수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자동차를 빼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내려갔고, 김군도 엄마가 걱정돼 곧바로 따라 나갔다. 그러나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김씨는 차에 갇혔고, 아들 김군이 이를 발견해 운전석 문을 열면서 가까스로 차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모자는 안간힘을 써가며 지하주차장 밖으로 탈출을 시도했지만, 김씨는 급격히 체력이 저하됐고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고 설득해 아들을 먼저 내보냈다. 김 군은 엄마의 간곡한 부탁에 주차장 출구로 향하며 "엄마 사랑해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그러나 김씨는 지하주차장 천장 배관에 몸을 의지한 채 30cm 남짓한 공간에서 14시간을 버틴 끝에 기적적으로 구조된 반면, 아들 김군은 주차장 계단 인근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7일 오후 경북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이번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유가족이 망연자실한 듯 상주석에 앉아있다. 안대훈 기자

7일 오후 경북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이번 사고로 어머니를 잃은 유가족이 망연자실한 듯 상주석에 앉아있다. 안대훈 기자

이날 다른 희생자들의 입관식도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유족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입관실로 들어갔고, 곧바로 비통한 울음이 복도까지 울렸다. 슬픔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유족은 지인들의 부축을 받아 겨우 발걸음을 뗐다.

또 다른 희생자 안모(76) 씨의 입관식에는 이날 제복을 입은 월남전 참전 용사 전우회가 찾아와 예우했다. 안씨는 십자성 부대 소속으로 1년 6개월간 월남 파병을 다녀왔다고 유족은 전했다. 국가보훈처 윤종진 차장도 국가유공자인 안씨의 빈소를 찾아 애도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난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서 8일 경찰, 소방 등이 1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많은 인명피해가 난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서 8일 경찰, 소방 등이 1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포항시 남구에서는 태풍 힌남노로 냉천이 범람하면서 총 3개 아파트 주민 7명이 지하 주차장에서 주차된 차량을 빼내려다가 사망했다.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합동 영결식은 치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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