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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 이재명 부부 기소 부담? 김혜경 기소 미룬 검찰 셈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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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한 검찰이 배우자 김혜경씨의 같은 법 위반 혐의에 대한 기소여부에 대한 판단을 뒤로 미뤘다. 김씨와 공동정범 관계로 본 경기도청 전 사무관(5급) 배모(45·여)씨를 우선 기소하면서 내린 결정이다.

지난 대선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범죄의 공소시효는 9일로 완성되지만 공범 중 1인을 기소할 경우 다른 공범에 대한 공소시효는 먼저 기소한 피의자에 대한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정지된다. 배씨의 혐의에 대한 확정판결이 나기 전이라면 언제든 김씨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기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인천 계양을)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인천 계양을)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배씨만 우선 기소  

김씨와 배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해 온 수원지검 공공수사부(정원두 부장검사)는 이날 배씨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기부행위 제한)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배씨는 지난 1월 말 공익제보자인 전직 경기도청 비서실 7급 직원 A씨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기하자 입장문을 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제기된 의혹 전체를 부인(허위사실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 대표가 당내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후인 지난해 8월 2일 김씨가 서울 모 음식점에서 당 관련 인사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변호사 등에게 도합 10만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할 당시 A씨에게 지시해 경기도 법인카드로 음식값 일부를 결제하도록 한 혐의(기부행위 금지 위반)도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모두 2000여만원에 달한다고 판단한 배씨의 법인카드 유용 혐의(업무상 배임) 자체와 배씨와 공모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두고 수사해 온 김씨의 기소여부에 대한 판단은 뒤로 미뤘다.

수원지검. 중앙포토

수원지검. 중앙포토

김씨 관련 수사는 계속 이어가기로
검찰은 단기 공소시효가 적용도지 않는 배씨의 업무상 배임 혐의와 김씨의 공모 여부에 대한 수사는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5일 배씨를, 지난 7일 김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조사 당시 배씨는 “혼자서 한 일”이라며 김씨와의 공모관계를 부인했고, 김씨는 “법인카드 유용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대표도 지난달 23일과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씨는 법인카드를 쓴 일도 없고, 보지도 못했으며, 카드는 배씨가 사용했다”며 “(대선 기간 음식 제공)에 대해서도 (김씨는) 자신의 식사비 2만6000원만 지불했을 뿐, 동석자 3명 몫 7만8000원은 누가 어떻게 계산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김씨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글을 올렸다. 법인카드 유용 과정에서 배씨와 김씨의 공모관계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선거국면에서 유용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한 김씨에게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적용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두 사람 사이의 공모관계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단기 공소시효에 쫓길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부부를 같은 날 기소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편 수원지검은 지난 대선 기간 국민의힘 등이 고발한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 일부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불기소 대상으로 분류된 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부인▶김씨의 수행비서격으로 배씨를 공무원으로 채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부인▶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성남시의회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공공개발을 막았다”고 한 주장▶친형에 대해 “성남시 인사에 개입하려고 했다. 정신이 이상하다”고 했던 발언 등과 관련한 혐의다.

수원지검은 향후 수사력을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혐의(뇌물수수 등) 입증에 모은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최근 쌍방울그룹의 경기도 대북협력 사원 지원 경위와 이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의 뇌물 혐의 등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또 다른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결국 수사의 성패는 해외 체류중인 쌍방울그룹의 전·현직 회장의 귀국 여부에 달려 있는 형국”이라며 “검찰은 뇌물 공여 등 형량 높은 혐의를 추가하며 귀국 압박의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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