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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기소에 이재명 “억지기소이자 아마추어 정치보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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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결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8일 기소했다. 지난 대선 후보이자 현직 야당 대표인 이 대표가 법원 심판대에 오르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됐다. 이 대표는 자신이 기소된 것에 대해 “검찰이 ‘억지 기소’를 했다. 반사이익을 노리는 정치는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 기소로 정국이 급랭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검찰은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민주당은 "무리한 표적 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검찰은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민주당은 "무리한 표적 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 대표는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권력으로 상대의 먼지를 털고, 발목잡기로 반사이익을 노리는 정치는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며 “검찰의 ‘억지 기소’는 늘 그래왔듯이 사필귀정이 될 것이다. 저는 국민과 사법부를 믿으며 국민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민생에 주력하겠다”고 썼다.

이어 “이제 아마추어 보복정치를 중단하고 민생,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모을 때”라며 “국민이 맡긴 권력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만드는데 사용돼야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민생과 경제는 뒷전”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대표는 또 “굳이 안 가도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으로 중국·러시아를 자극하고,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아 미국에서 한국 전기자동차 기업이 불이익을 받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대표 취임 직후 윤 대통령에게 제안한 영수회담을 다시 한번 요청했다. 그는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해 언제든 초당적 협력을 하겠다. 절차도 형식도 관계없다”며 “추석 직후에라도 바로 만나 우리 정치가 무엇을 해야하는 지 국민들의 물음에 답해드리자”고도 적었다.

앞서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 대표를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법인카드 유용’ 혐의(업무상 배임 및 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는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씨에 대해서는 이날 기소하지 않았다. 김씨에 대해 추가수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당초 정치권엔 ‘추석 전 이재명 부부 동시 기소’ 시나리오가 돌았는데, 일단 이 대표만 기소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달 23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해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가 지난달 23일 경기남부경찰청에 출석해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이 대표가 검찰 기소를 ‘억지 기소’라고 비판하면서 민생을 강조한 것을 두고 당 내에선 “자신에 대한 기소가 민생과 동떨어진 정치적 보복행위임을 드러내려는 의도”라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는 그는 이날 기소 전에도 “내가 기소되더라도 국민과 법원을 믿고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며 “우리 경제가 어려운 만큼 민생·경제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주변에 말했다고 한다. 이 대표 측 인사는 “검찰이 먼지털듯이 수사를 벌였지만 허위사실 공표 혐의 두 건에 대해서만 기소한 것은 그만큼 알맹이가 없었다는 의미”라며 “재판을 준비하면서 최대한 민생 문제에 집중하는 야당 대표로서의 이미지를 앞으로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를 제외한 민주당 지도부는 기소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야당 대표를 제물삼아 윤 대통령 본인의 무능과 실정을 감춰보려는 저열하고 부당한 최악의 정치적 기소”라며 “민생경제 무능으로 추락한 민심을 사정정국으로 만회하려는 어느 국민도 납득할 수 없는 반(反)협치의 폭거”라고 주장했다.

친이재명계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 대표 기소는 수준 낮은 정치 탄압이다. 차라리 공기를 탄압하고 바람을 구속하라”며 “윤석열 정권은 짐승같은 정권의 민낯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이재명계 중진인 정성호 의원도 “1987년 개헌 이후 대선 후보와 배우자까지 이렇게 (검찰이) 죽어라고 수사를 한 적은 없었다”며 “윤석열 정권이 정치보복, 정치탄압의 새 역사를 썼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현지(전 경기도청 비서관) 보좌관으로부터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 모른다고 한 것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원 안)”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요구를 받았는데 결국 이를 불응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현지(전 경기도청 비서관) 보좌관으로부터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 모른다고 한 것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원 안)”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요구를 받았는데 결국 이를 불응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기소는 처음일 것이다. 군사정권보다 더한 검사정권의 정치탄압”이라며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짜인 각본대로 이뤄진 ‘야당탄압 기소 쇼’이며 부당한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검찰의 이 대표에 대한 기소는 ‘사필귀정’”이라며 “검찰의 기소 결정은 국회 다수당의 대표라 하더라도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며, 죄가 있으면 예외 없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 검찰이 기소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검·경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성남FC후원금,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서 낱낱이 진실을 규명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후보 앞을 지나가고 있다. 검찰은 대선 전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백현동 개발 등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라고 보고 8일 그를 기소했다. 연합뉴스

지난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후보 앞을 지나가고 있다. 검찰은 대선 전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백현동 개발 등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라고 보고 8일 그를 기소했다. 연합뉴스

이 대표 기소로 그의 운명은 법원의 손에 맡겨지게 됐다. 만약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2027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 벌금을 확정받으면 5년간 피선거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또 피선거권을 상실하면 국회법 136조에 따라 곧바로 의원직도 잃게 된다.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게 되면 민주당도 정치적 풍파를 겪게 된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은 선거비용 434억원을 보전받았는데, 이를 반환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18년 친형 강제입원 의혹 등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지만 2020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운명이 걸려있는 만큼 당이 총력을 다해 검찰과 치열한 법리 싸움을 벌일 것”이라며 “만약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윤석열 정권이 야당 지도자를 표적 삼아 죽이려했다는 비판 여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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