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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이산가족 당국 회담 제안…北 수용여부 관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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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할 것을 북한 당국에 공개적으로 제의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북측에 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당국 간 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 문제 논의할 것을 북한당국에 공개적으로 제의하고 있다. 뉴스1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당국 간 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 문제 논의할 것을 북한당국에 공개적으로 제의하고 있다. 뉴스1

권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북한 당국이 우리의 제안에 조속히 호응해 나올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이어 "남북 당국은 아픈 현실을 솔직하게 대면해 이산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의 일회성 상봉으로는 부족하며 당장 가능한 모든 방법을 활용해 신속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담 일자, 장소, 의제와 형식 등도 북한 측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정부는 언제든 어디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이산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권 장관의 담화 발표와 동시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 이선권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게 통지문을 발송했다. 대북 통지문 발송과 함께 '공개 담화' 형식을 병행한 것에 대해 권 장관은 "(북한이) 최근 통지문 수신을 거부한 적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산가족 문제를 담당해왔던 남북 적십자사 창구를 대신해 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선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상황을 모두 포함해서 (논의하기 위해) 당국자 회담을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 마지막 날인 2018년 11월 26일 북측 가족들이 금강산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나며 남측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 마지막 날인 2018년 11월 26일 북측 가족들이 금강산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나며 남측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윤석열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를 포함한 '남북간 인도적 문제 해결 도모'를 주요 국정과제로 설정하면서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확인과 정례상봉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권 장관은 '대통령실과 사전에 관련 논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통령실과는 항상 이런 문제에 대해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인도적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군사적인 상황과 상관없이 언제든지 지원하고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게 정부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일관된 목소리를 지속해서 내야 한다고 제언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고려해 추석 명절을 계기로 행동에 나선 것"이라면서 "북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계속해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통일부 예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관련 항목을 감액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권 장관은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는데, 방역 상황 등을 고려해 대면·화상 상봉의 정례화는 물론 전면적인 생사확인, 서신교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9일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며 윤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9일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며 윤 대통령을 거칠게 비난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다만 북한의 호응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는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 발생 사실을 처음 밝힌 지난 5월에도 방역·보건 지원 의사를 밝혔으나 북측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북한은 지난달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 담은 '담대한 구상' 제안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난하며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와 무관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남북간 신뢰가 상당 수준 구축되어야 있어야 가능하다"면서 "회담 수용을 위한 분위기와 조건을 만들기 위해 정교하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이산가족찾기 신청자 총 13만3654명 중에서 생존자는 4만3746명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 80세 이상 생존자는 2만9000여 명으로 약 66%에 달한다. 정부도 이런 시급성을 고려해 인내심을 가지고 지속해서 이산가족 문제를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권 장관은 북한이 제안을 무시하거나 비난할 경우에도 "계속해서 북한에 대해 문을 두드리고 지속해서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오후 5시 마감통화 때까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통지문 전달을 몇 차례 시도했으나, 북측은 통지문 수령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없이 금일 통화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통일부는 "북한 당국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의 제안에 적극 호응해 올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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