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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이제 뭐해?" 묻는 아이, 소아정신과 의사의 조언은?

중앙일보

입력 2022.09.08 06:00

만 6세 남아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아들 성현(가명)이는 어른 말을 잘 듣는 모범생이에요. 시키는 건 열심히 하는데,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서 하는 능력은 부족합니다. 아이가 “엄마, 나 이제 뭐해?”라고 묻곤 해요. 주어진 과제를 잘 하기보다 자기주도적으로 창의적 사고를 하는 인재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를 포함해 주변에 창의적인 사람이 없다 보니, 아이에게 주도성과 창의력을 어떻게 키워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성현이는 게다가 규칙에 얽매이는 편이에요. 경직된 성향이라고 할까요? 스스로 질서를 잘 지키는 걸 넘어, 정도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친구를 보면 지적을 일삼습니다. 집에 와서도 “그 친구는 선생님 말씀을 안 들어서 싫어”라고 말하고요. 좋게 보면 바르다고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융통성이 좀 없는 것 같아요. 틀에 갇힌 생각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양육자 입장에서 걱정되는 지점입니다. 아이가 열린 시각을 갖고 살게 하려면 어떤 교육을 해야 할까요?

호기심과 자기 주도성을 양육자가 길러 줄 수 있을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경윤희(가명)씨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호기심은 아이가 타고난 탐구심을 펼치도록 지켜보는 게 좋고, 주도성은 대화를 통해 높일 수 있다고 신 교수는 말합니다.

신의진 교수는 “많은 부모들이 불안한 마음에 자꾸 아이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고 가르치려 한다”며 “아이가 먼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윤희씨와 신의진 교수의 상담은 지난달 22일 줌을 통해 30분 동안 진행됐습니다. hello! Parents는 경윤희씨의 동의를 얻어 상담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양육자가 ‘맞장구 대화법’을 구사하면, 아이의 주도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에서 확인해주세요.

유아기 창의력, 아이 스스로 기른다 

신) 아이에 대한 어머니의 고민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주도적으로 창의적 사고를 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또 하나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데 융통성이 없는 게 아닌가, 이렇게요. 맞나요?

경) 맞습니다. 창의력과 융통성은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량이 아닐까 싶어요. 창의력과 융통성을 키워주고 싶은데, 입시 위주의 정보만 접하다 보니 답답한 마음에 상담을 신청하게 됐습니다.

신) 유아기에 창의적인 경험을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요 어머니,아이들은 절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특히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아이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세상을 탐구해요. 호기심은 본능이거든요. 세상에 궁금하고 신기한 게 얼마나 많겠어요. 이걸 받아들이기 위해 자기만의 시각과 방법을 총동원하죠. 양육자가 굳이 길러주려고 하지 않아도, 아이는 알아서 창의적 사고를 하는 겁니다. 다만, 디지털 미디어나 과도한 조기 교육은 세상을 배울 기회를 잃게 만드는 요소예요.  

경) 음, 제가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했던 것 같네요.

신) 아이가 시키는 걸 잘해서도 고민이라고 하셨잖아요. 전 왜 그게 고민이실까 의아했어요. 부모와 사이가 좋아야 아이들이 시키는 걸 잘하거든요. 같은 현상을 보고도 저와 어머니의 해석이 완전 다르지요?

경)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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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통성 없는 아이, 강박증일 수도  

신) 어머니께선 아이의 성격적 패턴, 그러니까 융통성이 없고 경직된 성향이 사고력이나 창의성 부족에서 온 것 같다고 생각하시잖아요. 전 그렇게 보지 않아요. 강박증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경) 강박증이요? 그런 게 있는 것 같진 않아요.

신) 기질적으로 불안이나 강박이 높은 아이들이 있어요. 성현이의 행동에서 그런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 패턴이 보입니다. 예를 들면, 학습할 때 이런 아이들은 제시하는 지식은 잘 받아들여요. 그런데 자기 의견을 더해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시도는 잘 하지 않죠. 규율을 깨는 걸 싫어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고요. 지능이나 경험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기질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겁니다. 

경) 성현이가 그렇게 문제 있는 아이는 아닌 것 같아요.

신) 강박 ‘장애’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유전 등의 영향으로 그런 성향을 타고났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표현이나 행동이 패턴화돼 있고, 틀이 잘 안 깨지는 게 강박적 기질을 가진 아이들의 특징입니다.

경) 전 동의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신)어머니, 뇌라는 조직은 사람이 살아가는 방향을 결정하거든요. 평소에 강박적 성격을 가진 아이들은 예를 들어 공부도 정해진 틀과 패턴에 맞춰서 해요. 이게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닙니다. 단지 현상을 설명해 드린 거예요.

아이 마음에 먼저 공감해야 

경) 교수님의 의도는 알겠는데, 제가 보는 아이랑 다르게 말씀하셔서 당황스럽습니다.

신) 제가 30년간 소아정신과 의사를 하면서 만난 아이들만 해도 수만 명은 족히 되지 않겠어요? 어머니의 얘기를 듣다 보면 성현이가 왜 그런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 제 머릿속에는 그려지거든요. 물론 아이를 직접 본 게 아니니 제 판단이 정확하다고 할 순 없지만, 아마 맞을 겁니다.

경) 제가 좀 고지식한 편이에요.

신) ’행동에 내재한 정신적 요인을 파악하는 능력’을 가리키는 심리학 용어가 있어요. ‘정신화하기’(metalization)라는 건데요. 다른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갖고 말하는 건지, 내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상대는 어떻게 생각할지를 이해하는 능력을 말해요. 공감 능력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쉬워요.

경) 정신화하기요?

신) 제가 이 말씀을 왜 드리는가 하면, 성현이가 친구의 잘못을 보면 지적하는 습관이 있다고 했잖아요. 공감 능력, 정신화하기 능력이 떨어진다는 방증일 수 있습니다. 정신화하기는 양육자의 양육 스타일과과 관련이 있어요. 양육자의 마음 크기와 모양이 아이의 마음 크기와 모양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거든요. 성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마음을 잘 읽어주면, 아이의 불안 지수도 낮아질 수 있어요.

경) 그럼 제가 어떻게 아이를 대해야 하는 걸까요?

신)‘맞장구 대화법’을 실천해보세요. 이걸 하면 아이의 공감 능력과 자기 주도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아이의 자기주도력 키우는 대화법은? 

경) 맞장구 대화법이요? 어떻게 하는 거죠?

신)아이가 어머니한테 재잘재잘 자기의 경험을 얘기하잖아요. 그때 이래라 저래라 훈수를 두지 마세요. 그저 아이의 얘기에 공감하면서, 스스로 말을 이어나갈 수 있게 호응해주는 겁니다. “재미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라는 식으로요. 이런 대화를 전체의 8할 정도로 잡으세요. “깨끗이 씻어야지” “밥 잘 먹어야지” “숙제 해야지” 같은 잔소리는 줄이시고요.

경) 이런 대화법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건가요?

신)아이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걸 “잘한다”고 맞장구 쳐주면, 아이는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려고 해요. 그러면서 자기 주도적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요. 자연스레 “엄마, 나 이제 뭐 해야 돼?”라는 질문도 줄어들겠죠? 그런데 제가 진료실에서 보면 요즘 어머님들은 이런 부분에 약하시더라고요. 아이에게 무언가를 주입해주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경) 워낙 정보가 넘쳐나니까요. 이것도 해줘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줘야 할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게 되는 듯 해요.

신)유아기에는 아이 스스로 머리를 쓰게 해서 인지 기능을 키우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똑똑한 아이로 자랄 수 있어요.먼저 설명하고 가르치려고 하지 마세요. 아이에게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어본 뒤 엄마의 얘기를 들려주는 거예요. 여러 가지 지식을 외우면 똑똑한 것이라 착각하는데요. 알고 있는 지식을 자기 걸로 소화해 어떤 말로 표현하는가가 입체적·비판적 사고를 하는 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머니도 아이를 창의적으로 키우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이런 대화법이 도움될 테니 꼭 실행해 보세요.

신의진 교수의 총평 및 솔루션
① 아이의 창의력 교육법을 고민하는 양육자가 많은데요. 호기심은 본능입니다. 뭔가 해주려고 하기보다 그냥 두세요. 그럼 아이 스스로 창의력을 키웁니다.
② 아이가 지나치게 융통성이 없다면 강박적 기질인 걸 수 있어요. 뭔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성향, 기질이 그런 것일 뿐이죠.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닙니다. 성향과 기질에 맞는 교육법을 찾아가면 됩니다. 중요한 건 기질을 파악하는 것이죠.
③ 아이의 자기 주도력을 키우려면 아이가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호응해주세요. 지시하고 지직하기보다 맞장구 쳐주세요. 이게 똑똑한 아이를 만드는 대화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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