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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내년에도 안 좋지만 격차 벌릴 기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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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여기에 들어간 철근으로 프랑스 파리 에펠탑 29개를 짓고도 남습니다. 건물 길이가 640m니까 잠실 롯데타워(높이 555m)를 눕혀놓은 것보다 길지요.”

7일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의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DS부문장)은 지난 7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P3라인(제3공장)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그의 말대로 입구에서는 건물 끝이 맨눈으로 보이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7일 평택캠퍼스 내부를 취재진에게 최초로 공개했다. P3라인은 1층이 준공돼 지난 7월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사진 삼성전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전자는 7일 평택캠퍼스 내부를 취재진에게 최초로 공개했다. P3라인은 1층이 준공돼 지난 7월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사진 삼성전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날 삼성전자는 취재진에게 평택 캠퍼스 내부를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안내했던 그곳이다. 사무 2동 로비엔 두 정상이 서명한 세계 첫 3㎚(나노미터) 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P3는 현재 낸드플래시 양산 시설을 구축하고, 웨이퍼를 투입하면서 가동을 시작한 상태다. 웨이퍼가 칩으로 만들어지는 데까지 90일가량 걸린다. 미세공정 조건을 제어하는 ‘클린룸’ 크기만 축구장 25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이다. 〈표 참조〉 지난해 5월 착공해 지난 7월 가동을 시작했으니 삼성의 ‘반도체 속도전’이 얼마나 빠른지도 짐작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2년여가 걸린다.

경 사장은 “평택캠퍼스는 업계 최선단의 14㎚ D램과 초고용량 V낸드, 5㎚ 이하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모두 생산되는 복합단지”라며 “친환경 사업장 구축 등을 통해 한국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지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평택시 고덕면 289만㎡ 부지에 평택캠퍼스를 조성 중이다. 전체 부지만 여의도 면적(290만㎡)과 맞먹는다. 총 6개 생산라인을 구축할 계획인데 1라인(P1)은 2017년, 2라인(P2)은 2020년부터 제품을 출하했다.

최신 설비를 도입해 자동화율도 높였다. 이날 P1 라인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천장 레일의 웨이퍼 자동운송장치(OHT)가 분당 300m를 이동한다”며 “평택캠퍼스에선 100% 자동화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경계현 사장

경계현 사장

경 사장은 이날 반도체 불황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더 늘려 격차를 벌릴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내년에도 반도체 시장 전망이 좋아질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격차를 벌리기 위해 R&D와 신규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P3 옆 부지에선 타워크레인과 덤프트럭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제4공장(P4) 착공을 위한 기초 공사를 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 반도체 시장 수요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 사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 가능성에 대해선 “어디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우선순위를 정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3㎚ 제품에 대해선 “첫 제품을 만든 뒤 지금은 2세대를 진행 중”이라며 “고객사들이 2세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내년 말쯤엔 우리 파운드리 모습이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의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6.3%로 TSMC(53.6%)와의 격차가 37.3%포인트였다. 지난해 4분기(33.8%포인트)보다 더 벌어졌다. 경 사장은 “선단 노드 공정에서 이기는 방법도 있고, 주요 고객(확보)에서 이기는 방법이 있다. 매출 1등이 아닌 내용적으로 1등을 달성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에 대해선 “정부에 우려를 전달했다”며 “중국에 먼저 이해를 구하고 미국과 협상을 했으면 한다. 우리도 발전하고, 미국의 이익에도 기여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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