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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KT, 7500억 지분 맞교환…모빌리티 ‘깐부’ 맺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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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재계 3위 현대자동차그룹과 12위 KT가 7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10년 내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한 포석이다.

현대차그룹과 KT는 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KT의 자사주 약 7500억원(전체 발행주식의 7.7%) 어치를 같은 규모의 현대차 자사주(약 4456억원, 1.04%)와 현대모비스 자사주(약 3003억원, 1.46%)와 맞바꾸기로 한 것. 두 회사는 이를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공시했지만, 업계에선 양사가 사실상 ‘모빌리티 깐부’를 공식화한 것으로 본다.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두고 이종 산업 간 결합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삼정KPMG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은 2025년 약 1549억 달러(약 214조6100억원), 2035년 약 1조1204억 달러(약 1551조7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모빌리티 산업은 MECA(모빌리티 서비스·전동화·연결성·자율주행)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KT는 이 중 연결성(커넥티비티) 분야의 기술 고도화를 위해 힘을 모을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자율주행 차량에 최적화한 6G(6세대) 통신 규격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차세대 통신 기술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인공위성 기반의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통신 인프라도 마련하기로 했다. KT는 자체 통신위성과 연계해 AAM 운항에 필수적인 관제·통신망을 구축하고 현대차그룹은 기체 개발과 수직이착륙장(버티포트) 건설 등을 맡을 예정이다.

두 회사는 이미 자율주행차와 도심형항공교통(UAM) 분야에서 긴밀한 협업을 이어왔다. 지난 2020년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한국형 UAM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지난해엔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등과 함께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를 설립했다.

이날 현대차 관계자는 “KT의 우수한 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언제, 어디에서나 고객에게 안전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대표적인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완성차 기업과 ICT 기업 간 협력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 GM은 자율주행차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은 데 이어 통신사 AT&T와도 제휴를 맺었다. 일본 도요타는 통신사 NTT,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는 차이나텔레콤, 독일 아우디는 도이치텔레콤과 협업 중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차의 경우 빠른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즉각적인 응답 속도가 담보돼야 한다”며 “자동차 회사와 통신사의 협업은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현재 UAM 분야에서 SK텔레콤·한국공항공사·한화시스템·조비에비에이션 등이 손잡았다. LG유플러스·카카오모빌리티·GS칼텍스·제주항공·파블로항공·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도 서로 협력하고 있다.

최근 통신 외 사업분야에서 발을 넓히고 있는 KT는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대차와 협력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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