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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초유의 셧다운…'힌남노' 덮친 포스코 수백억 날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많은 비를 뿌리면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안이 침수돼 있다. 사진 독자=연합뉴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많은 비를 뿌리면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안이 침수돼 있다. 사진 독자=연합뉴스

여의도 3배 면적의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가동 50년 만에 처음으로 ‘셧다운(전체 공정 중단)’에 들어갔다. 현대제철 포항공장 역시 가동을 멈췄다. 기업들은 천재지변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지만 철저한 원인 분석과 대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포스코홀딩스는 전날부터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제품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이날 상륙한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공장 대부분 구역에 정전·침수가 발생하면서 전 공정라인의 가동이 중단돼서다.

포스코홀딩스는 공시에서 “제철소 핵심 설비인 3개의 고로(용광로)는 피해가 없었지만 휴풍(일시적 가동 중단) 중”이라며 “전기 공급이 회복되면 정상 가동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시적 가동 중단이 지속 중단으로  

고로에서 쇳물을 생산할 때 바람을 주입하는데 휴풍(blowing down)은 이를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을 뜻한다. 보통 2개월 정도마다 고로 정비를 위해 휴풍을 하지만 현재 사용 중인 2·3·4고로를 동시에 휴풍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포스코는 당초 태풍 상륙이 예상되는 6일 새벽 고로 3기의 휴풍과 전 라인 가동 중단을 계획했다. 하지만 피해가 커지면서 가동 중단 기간이 길어지게 됐다.

6일 오전 7시30분쯤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 공장 인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뉴스1

6일 오전 7시30분쯤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 공장 인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뉴스1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전날 포항제철소를 찾아 침수 지역과 2열연공장, 변전소 등 피해 현장과 직원들을 살핀 뒤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했다. 현재는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을 단장으로 태풍 재해복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사태 원인을 파악하고,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태풍에 대비해 조업 중단과 안전 시설물 점검, 배수로 정비, 물막이 작업 등을 했지만 새벽 (몇 시간 동안) 최대 500㎜의 기록적 폭우가 만조 시점과 겹치면서 제철소 인근 하천이 범람했다”며 “전기 공급 시설인 수전변전소를 비롯한 제철소 대부분 구역에 정전이 발생하고, 많은 설비가 침수됐다”고 말했다.

포스코 “정상화 시점 미정”  

전날 정전으로 환풍기가 꺼지면서 가스가 외부로 빠져나갈 때 불길이 치솟아 화재로 오인하는 사건도 있었다. 포스코에 따르면 정전 시 비상 발전설비가 가동된다. 하지만 비상전력은 냉각수 공급 등 꼭 필요한 업무에만 쓰이며 설비를 가동하거나 코크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산가스 회수 등에 쓸 만큼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복구 작업 중인 현재도 비상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의 지난해 매출은 18조4947억원으로 전체 연결 매출액의 24.2%를 차지한다. 업계에 따르면 휴풍이 가능한 기간은 5일 정도로 이 기간이 지나면 재가동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업계는 하루 생산량과 쇳물 가격을 근거로 하루 수백억원대 매출 손실을 추산하기도 했다.

태풍 '힌남노'로 인명 구조작전과 피해복구 작전을 하는 해병대1사단 장병과 지역 소방대원이 6일 포항에서 상륙돌격장갑차(KAAV)에 탑승해 포스코 화재 발생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해병대사령부=연합뉴스

태풍 '힌남노'로 인명 구조작전과 피해복구 작전을 하는 해병대1사단 장병과 지역 소방대원이 6일 포항에서 상륙돌격장갑차(KAAV)에 탑승해 포스코 화재 발생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해병대사령부=연합뉴스

생산 중단이 길어지면 전체 철강 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포스코 측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고로별 휴풍·송풍을 반복해 이른 시일 안에 조업을 개시할 것이며 수전변전소는 1~2일 안에 정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침수 피해를 본 전 라인을 복구해야 생산이 가능한 만큼 공정 복구 시점은 미정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에서 생산한 슬래브(쇳물을 가공해 판 모양으로 만든 반제품)를 전남 광양제철소로 운송해 가공하고, 광양제철소 생산량을 최대로 늘려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현대제철 역시 힌남노 영향으로 포항공장 일부 시설이 침수돼 봉형강(철근·H형강) 등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피해 설비를 복구하고 있다”며 “인천과 당진공장 재고 활용, 가동률 증대로 매출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어 소재인 카본블랙 등을 생산하는 OCI 포항공장 역시 생산을 멈춘 상태다.

전문가 “대비 부족한 부분 살펴 개선해야”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도 정전과 침수가 발생했다. 회사 관계자는 “침수·강풍·감전 등에 대비했지만 포항의 상당 지역이 침수 피해를 본 상황”이라며 “우선 수해 복구 작업을 한 뒤 변압기 점검을 거쳐 전기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폭우 등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책을 더 철저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주 원인이 기록적 폭우인지, 대처 부족인지 말하기 어렵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하천 범람이나 저지대 침수를 막을 수 있는 시설을 보강하는 등 부족한 부분을 살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천재지변으로 봐야 할 상황 같다”면서도 “항상 예상한 최악의 상황에서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을 가정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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