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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상품수지 10년 만에 적자…8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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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외신인도에 경고등이 켜졌다. 7월 상품수지가 2012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며 경상수지 흑자폭이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경상수지는 8월에는 아예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경상수지 적자는 대외신인도 등에 악영향을 줘 원화값 추락에 불을 붙일 수 있다. 이미 조짐이 보인다. 7일 원화값은 달러당 1384.2원으로 떨어졌다(환율 상승).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2009년 3월 30일(달러당 1391.5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10억9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66억2000만 달러 감소했다. 뉴스1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10억9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66억2000만 달러 감소했다. 뉴스1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10억9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66억2000만 달러 줄었다. 2011년 5월(-79억 달러)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감소 폭이 컸다. 경상수지 흑자가 크게 줄어든 건 무역 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온 결과다.

7월 상품수지는 11억8000만 달러 적자를 봤다. 상품수지 적자는 2012년 4월(-3억3000만 달러)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수출(590억5000만 달러)은 1년 전보다 37억9000만 달러(6.9%) 늘었지만, 같은 기간 수입(602억3000만 달러)은 105억2000만 달러(21.2%)가 급증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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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는 경상수지가 아예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8월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 적자(94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상품수지와 무역수지는 산출 방법과 기관이 달라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상당 부분 겹치게 된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8월 무역수지가 이례적으로 큰 폭의 적자를 봤다”며 “상품수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8월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 등의 계절적 요인이 반영되는 4월에는 종종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4월에도 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4월이 아닌 시점에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건 2012년 2월(-25억8400만 달러)이 마지막이다. 8월 기준으로는 2008년 8월(-38억4500만 달러) 이후에는 흑자만 기록했다. 상품수지와 경상수지가 모두 적자를 낸 건 2012년 4월이 마지막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상수지는 한 국가가 교역 등 경제활동을 통해 다른 국가로부터 벌어들인 소득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이상 경상수지가 적자일 경우 그만큼 빚을 내 메워야 한다.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원화가치 하락에 불이 붙을 수 있다. 그동안 단기외채 비율 등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에 경고등이 들어왔을 때도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를 이유로 낙관론을 펼쳐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 교수는 “한국과 같은 수출 주도형 경제 체계에서는 경상수지가 자국의 통화가치 등 거시 경제 안전성에 큰 영향을 준다”며 “(경상수지 악화는) 한국에 들어오는 달러 흐름이 나빠진 것인 만큼 최근 원화값 하락(환율 상승)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전망도 밝지 않다. 중국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무역 수지 적자가 이어질 수 있다. 한은도 전날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로 줄었던 해외여행이 다시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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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줄고(여행수지), 컨테이너 운임(운송수지)이 상승하며 서비스 수지는 2019년(-268억5000만 달러)에서 2021년(-31억1000만 달러)으로 큰 폭으로 개선됐다. 한은은 서비스수지가 올해 상반기 5억 달러 흑자에서 하반기에는 60억 달러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파르게 추락하는 원화가치도 경상수지 악화요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12.5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2009년 3월 30일(달러당 1391.5원) 이후 가장 낮다.

통상 원화가치 하락은 수출경쟁력을 높여 경상수지에 긍정적인 영향도 함께 줬다. 그런데 최근에는 달러 강세 영향으로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 등의 통화도 함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약세로 인한 수출개선 효과는 미미한 대신, 원자재 등 수입 물가만 뛰게 된 셈이다. 원화가치 하락과 경상수지 악화가 서로 악영향만 주고 받으며 한국 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은도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50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로 대폭 낮췄다. 올해 1~7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58억 7000만 달러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1997년(-108억1000만 달러) 이후 적자를 본 적이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세계 경제 둔화 우려로 원자재 가격 하락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돼 연간 기준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올해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행보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경상수지마저 흔들릴 경우 원화가치 하락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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