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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게 운 좋은 복지장관 후보자…기재부 출신 조규홍은 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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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이 7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제23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조 차관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이 7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제23회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조 차관은 이날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뉴스1

조규홍(55)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정통 예산·재정 전문가이다. 기재부 관료가 뜻하지 않게 복지부 차관으로 왔다가 약 넉 달 만에 장관 후보자로 올랐다. 5월 복지부 제1차관이 될 때 "의외의 인사"라는 평이 나왔다. 기재부 관료가 복지부 차관으로 오는 경우가 더러 있긴 했지만 흔하지 않아서다. 이번에 장관 후보자가 된 것 역시 "더 놀랍다"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정호영-김승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한 터라 후임자가 누가 될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정 후보자는 자녀의 입시 문제로, 김 후보자는 '후원금 사적 유용' 의혹으로 물러났다. 대통령실은 김승희 후보자가 7월 4일 자진해서 사퇴한 이후 두 달 넘게 후임자를 물색했다. 한 때 "감동적인 인사를 후보자로 올릴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런 차원에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유력한 후보로 올랐으나 본인이 고사했다고 한다. 이번 인사로 감동적인 인사라는 말은 빈말이 됐다.

 이번 인선에서 최우선적인 기준은 정책적 능력보다 청문회 통과인 것 같다. 두 번 실패한 터라 여느 때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고, 하마평에 오른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의사 장관'을 원해 정책 능력을 갖춘 의료계 인사를 두루 물색했으나 이런저런 사유로 청문회 통과가 어려워 제외됐다. 남은 건 자기관리를 비교적 잘한다는 전직 관료나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적임자를 찾지 못했고, 돌고 돌아서 현직 차관을 낙점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조 후보자는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행정고시 32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1995년 재정경제원 예산실근무를 시작으로 기획예산처 정책홍보관리실 법령분석과장, 기재부 예산실 예산제도과장, 예산총괄과장 등을 거쳐 2014년 경제예산심의관과 재정관리관(차관보)을 지냈다. 2006년에는 복지 분야 재정투자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국내 최초 장기 국가 비전인 '비전 2030' 입안을 총괄했다. 기재부에서 승승장구하며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별 탈 없으면 차관이 되는 코스였다. 청와대에도 두 차례 근무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0∼2011년 대통령 기획관리실에서 행정관과 선임행정관으로 일했고,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청와대 근무 경력이 흠이 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시련을 맞았다. 2018년 10월~지난해 10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로 나갔다. 원래 이 자리가 한직은 아니었으나 조 후보자에게는 달랐다. 조 후보자는 당시 EBRD 이사로 나갈 때 주변에 큰 실망감을 토로했다고 한다.

 조 후보자는 지난 대선 초기에 윤석열 후보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그와 친한 한 관료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게 통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을 맡았다. 조 후보자는 새 정부에서 기재부 차관을 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복지부 1차관이 됐다. 사회복지, 인구정책, 연금 등 업무를 맡았다. 복지부 차관이 된 게 이번에 전화위복이 됐다.

 조 후보자는 지난달 19일 대통령 업무보고 때 윤 대통령에게 "잘하고 있다"는 칭찬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수원 세 모녀 사건 때도 발 빠르게복지사각지대 발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책 마련에 나섰다. 7일 오후 3시께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후보자 지명을 발표했을 때 조 후보자는 서울 노원구의 한 아동양육시설(보육원)을 방문해 종사자를 격려하고 방역 상황을 점검했다. 그 자리에서 시설 관계자들이 축하를 건네자 "아직은 장관이 아니다"라고 몸을 낮췄다고 한다. 행사 직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사회보장정보원으로 이동해 제1회 복지사각지대발굴TF 회의를 주재했다.

 기재부에서 조 후보자와 같이 근무한 한 공무원은 "전문성과 인성을 겸비한 준비된 장관감"이라고 평가했다. 복지부 고위관계자도 "(후보자가) 복지 업무를 금방 익히더라.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성격이 원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을지는 몰라도 "또 기재부" "또 서울대"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전직 복지부 고위관료는 "'검사·기재부의 나라'라는 사실을 이번에도 확인했다"고 냉소적인 평가를 했다.

 다음은 조 후보자의 약력.

▲ 서울 ▲ 서울대 경제학과 ▲ 행정고시(32회) ▲ 미국 콜로라도대 경제학 박사 ▲ 기획재정부 예산실 예산총괄과장 ▲ 대통령 기획관리실 선임행정관 ▲ 기재부 장관 비서실장 ▲기재부 예산실 재정관리관 ▲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 ▲ 복지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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