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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탈출하고픈 심정"…野도 골치아픈 '과방위원장 정청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또다시 의사봉을 쥐었다. 정 의원이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뒤 열린 첫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당직·국회직’ 겸임 불가 관행 논란 속에서도 위원장 자리를 지킨 것이다.

그러나 과방위는 이날도 개회 30분만에 파행을 맞았다. 정 의원의 위원장직 고수에 반발한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전원 불참하면서다. 국민의힘은 이날 정 위원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장외전에 돌입했다.

여당 과방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 위원장은 시종일관 자신의 진영과 한편에 서서 교섭단체 간사의 선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을 미루어 볼 때, 위원장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고 이미 그 자격을 상실한 것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27일 과방위 회의에서 ‘간사 선임의 건’이 상정됐지만, 당시 국민의힘이 ‘의사일정 사전 미협의’를 이유로 불참하자, 정 의원은 그 뒤로 ‘일사부재리 원칙’을 내세우며 여당 간사 선임을 거부해왔다.

여당 과방위원들은 “중립성이 생명인 과방위원장의 역할을 훼손할 수 있는 민주당의 최고위원장직도 겸직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주요 당직자는 상임위원장을 겸직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례이지만, 정 의원이 이를 어긴 것을 꼬집었다.

정 의원 주재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가 파행된 건 지난 7월 후반기 국회 개원 이후 다섯 번째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이날 "정 위원장 사퇴 전까진 과방위 전체회의에 불참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상임위 공전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과방위원은 “지금 과방위는 딱 야당 정책간담회 수준이다. 정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회의에 거수기로서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여당 의원들의 빈자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여당 의원들의 빈자리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민주당은 “여당의 과방위 보이콧은 야당에 입법 독주 프레임을 씌우려는 정략에 불과하다”(과방위 핵심 관계자)는 공식 입장이다. 정 의원이 간사 선임을 거부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오늘 상정된 첫 번째 안건이 간사 선임의 건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이 불출석하면서 간사 선임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장 10월 4일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파행이 거듭되자, 민주당 내에서도 난처한 기색이 번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야당 과방위원은 “정 의원이 간사 선임의 건으로 국민의힘과 괜한 신경전을 벌이다 이 지경에 이르렀다”며 “솔직히 나도 과방위에서 탈출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위원장 사퇴를 강제할 방도는 없다. 이번에 관례를 깨면 앞으로도 변칙이 많아질 것이라고 정 의원에게 재차 말해봤지만, 정 의원이 언론개혁을 본인 손으로 완수하겠단 의지를 꺾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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