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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백현동 용도변경 매각” 공문이 협박?…이재명 운명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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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4단계 용도상향’한 것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은 “국토교통부의 협박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경 수사팀은 하지만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단순 부지 매각 협조 요청이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국토부가 성남시에 여러 차례 부지 매각 요청 공문을 보내면서 매각 지원 방안으로 용도변경을 언급하긴 했지만, 협박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허위사실공표(선거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9일 자정)는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국토부, 성남시에 “용도변경 적극 협조” 공문

국토교통부는 2014년 5월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지방 이전을 위한 부지 매각과 관련해 용도지역 변경을 요구하는 공문을 성남시에 보냈다. 사진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5월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지방 이전을 위한 부지 매각과 관련해 용도지역 변경을 요구하는 공문을 성남시에 보냈다. 사진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실

7일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2014년 5월 22일 자 국토부의 ‘종전부동산 매각 관련 협조 요청(한국식품연구원)’에 따르면 당시국토부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위한 종전부동산 매각 지원 방안의 하나로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변경해 민간 매각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공문은 앞서 공개된 2014년 12월 공문보다 7개월여 앞서 성남시로 발송된 자료다.

국토부는 해당 공문에서 ‘국토부, 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종전 부동산에 대한 용도를 변경하여 민간 매각 추진’이라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또 ‘귀 기관(성남시)에서는 이전기관(식품연구원)의 재원 마련을 위해 종전부동산 매각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시기 바라며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주시기 바란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국토부, “성남시 판단 사항임을 알린다” 회신

국토부는 2014년 12월 성남시에 용도상향이 혁신도시법 제6항(국토부는 수립한 종전부동산의 활용계획을 지자체에 도시ㆍ군관리계획에 반영하도록 요구하고 지자체는 이를 반영해야 함)에 따른 의무사항이 아니며 성남시 판단 사항이라고 회신했다. 사진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실

국토부는 2014년 12월 성남시에 용도상향이 혁신도시법 제6항(국토부는 수립한 종전부동산의 활용계획을 지자체에 도시ㆍ군관리계획에 반영하도록 요구하고 지자체는 이를 반영해야 함)에 따른 의무사항이 아니며 성남시 판단 사항이라고 회신했다. 사진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실

다만 해당 요청이 이 대표가 언급한 “국토부의 직무유기 협박”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수사기관과 이 대표 측의 의견이 엇갈린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기남부경찰청은 2014년 1~10월 3차례에 걸친 국토부 공문과 관련자 진술을 검토하고 이 대표를 상대로도 3차례 서면 조사를 진행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 송치했다. 국토부가 단순히 성남시에 협조를 구한 것이지 협박과는 거리가 멀다는 취지에서다.

특히 국토부는 2014년 11월 성남시가 (용도 변경이) 혁신도시법 제43조 ⑥항에 따른 의무사항인지, 한국식품연구원 요청대로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이 가능한지 등을 질의하자, 그해 12월 “혁신도시법에 따른 사항은 아니다”라면서 “성남도시기본계획상 연구원 부지는 R&D센터 등 복합형 시가화 예정용지로 반영돼 있어 용도지역 변경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도시기본계획은 도시의 장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정책계획임을 고려해 귀 시에서 적의(適宜·알맞고 마땅한지) 판단해야 할 사항임을 알려드린다”고 회신했다. 이에 용도상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자체 판단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성남시가 국토부 공문을 받고도 요청을 반려한 이력도 있는 데다, 국토부가 요청한 용도상향 안(제2종 일반주거지역)보다 2단계 높은 준주거지역으로의 상향을 승인한 것도 이유다.

백현동 용도상향 발언, 왜 문제되나

'백현동 옹벽아파트'의 용도변경 특혜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이 지난 6월16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에서 압수품을 갖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스1.

'백현동 옹벽아파트'의 용도변경 특혜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이 지난 6월16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성남시청에서 압수품을 갖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스1.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국토부가 2014년 말까지 매각 시한을 제시하며 용도변경을 압박한 건 사실”이라며 “이재명 당시 시장은 국토부가 성남시 공무원들을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며 위협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당시 언론도 직무유기 압박을 취재했고, 기자의 취재 확인서도 수사기관에 제출됐다”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식품연구원 부지(11만2860㎡) 용도상향에 이 대표가 개입했는지가 논란이 되는 건 민간 사업자가 해당 부지를 매입·분양하면서 과도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이른바 ‘제2의 대장동’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시행사인 성남알앤디PFV는 해당 부지에 1223가구를 분양(분양대금 1조264억원)했고 성남알앤디PFV 대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는 3000여억원의 수익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디벨로퍼 측이 이 대표의 선대본부장 출신인 김 모 씨를 영입, 용도상향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나온 상태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 선거법보다 本사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의 유가족이 공개한 2015년 1월 호주ㆍ뉴질랜드 출장 당시 사진. 호주 시드니 카툼바 블루마운틴에서 김문기 전 1처장(왼쪽)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오른쪽)이 함께 사진에 찍혔다. 사진 국민의힘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의 유가족이 공개한 2015년 1월 호주ㆍ뉴질랜드 출장 당시 사진. 호주 시드니 카툼바 블루마운틴에서 김문기 전 1처장(왼쪽)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오른쪽)이 함께 사진에 찍혔다. 사진 국민의힘

검찰은 이외에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1처장을 “모른다”고 한 데 대한 허위사실공표 혐의도 막바지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통해 얻은 증거와 김 전 처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대장동 관련 내용을 보고한 적이 있다는 전·현직 성남도공 관계자들의 진술,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 당시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함께 찍은 사진 등을 토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변호사비 ‘20억원 대납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가 “2억5000만원 밖에 쓰지 않았다”고 발언한 데 따른 허위사실공표죄 기소 여부는 본류 수사를 통해 자금 출처와 경로 등이 밝혀져야 기소가 가능할 전망이다. 만약 이 대표가 재판에 넘겨져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되고, 향후 5년 동안 선거에 후보자로 나설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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