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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한줄 3000원 시대 개막…외식물가, 30년만 최고 상승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밥 한줄 3000원 시대가 열렸다. 한때 1000원짜리 한장이면 사 먹을 수 있었던 대표적인 서민 메뉴인 김밥이, 이젠 그 돈으론 3분의 1도 먹지 못하는 세상이 왔다.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와 기상 악화 등으로 각종 식재료 가격이 뛰고, 인건비도 올라 외식비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소비자원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8월 서울 기준 김밥의 평균 가격은 3046원으로, 전달(2969원)보다 2.59% 올랐다. 경남지역의 김밥 평균 가격도 3177원을 기록했다. 햄ㆍ단무지ㆍ시금치ㆍ게맛살 등 김밥을 만드는 기본재료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른 외식 품목의 가격을 전달과 비교하면 삼겹살(200g) 가격은 1만8364원으로 1.7% 올랐고, 김치찌개 백반 가격도 1.0% 올라 7500원으로 조사됐다. 냉면(1만500원)과 삼계탕(1만5462원)ㆍ칼국수(8423원) 가격 역시 0.5∼0.7% 상승했다. 소비자원은 국민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 8개 품목을 꼽아 매달 지역별 평균 판매가격을 고시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이들 8개 품목의 가격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자장면이 지난달 6300원으로 1년 새 15.3%나 올랐고, 칼국수(12.9%)ㆍ김밥(11.5%)도 10% 넘게 뛰었다. 냉면ㆍ김치찌개 백반ㆍ삼겹살ㆍ삼계탕도 8~9% 가격이 올랐다. 냉면은 한 그릇 1만원, 칼국수는 한 그릇 8000원 시대를 개막하는 등 8개 품목 가운데 비빔밥을 제외한 7개 품목이 1년새 메뉴판 가격 앞자리 수를 바꿨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외식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8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8.8%로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개월 연속 8%대를 기록 중인데, 이 역시 최장 기간 8%대다. 통계청이 조사하는 39개 외식 품목 가격이 모두 전년 동월 대비 올랐다.

이는 대형 프랜차이즈와 음식점들이 식재료 가격 인상을 이유로 주요 메뉴의 가격을 인상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 2월에도 가격을 평균 2.8% 올린 한국맥도날드는 지난달 25일부터 68개 메뉴의 가격을 평균 4.8% 인상했다. 도미노피자도 지난달 피자 16종 가격을 일괄 인상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는 9~10월 물가 정점론을 기대하고 있지만, 급등하는 외식 가격에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식 가격은 농축수산물 등과 달리 하방 경직성이 있어서 한 번 오르면 쉽게 내리지 않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에 원화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식자재ㆍ연료비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여기에 인건비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데다, 최근에는 인력난까지 겹치면서다. 고된 업무에 외식업 근무를 꺼리는 내국인이 늘어난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은 지연되고 있다. 외식 산업에서 부족한 근로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 2만6911명에서 하반기 5만8293명, 올해 상반기 7만4361명으로 늘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제 원재료 가격 상승세와 원화가치 하락이 진정되지 않는 한 외식물가 상승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도 문제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선 고정비용이 늘어도 손님이 줄까 가격을 더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걱정”이라며 “코로나19를 겨우 넘겼는데, 지금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동시에 오고 있어 외식업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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