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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겨우 살았지만 아들은 숨졌다…지하주차장 모자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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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침수된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됐던 주민 중 2명이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하지만 그 두 사람 가운데 1명은 함께 주차장에 내려갔던 10대 아들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15분쯤 물이 가득 들어찬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민 A(39·남)씨가 구조대 밧줄을 붙잡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1시간26분 뒤인 9시41분쯤 또다시 기적이 일어났다. 실종됐던 주민 B(52·여)씨가 A씨에 이어 침수된 지하주차장에서 구조됐다.

A씨와 B씨는 지하주차장 천장과 배관과 사이 30cm에 불과한 틈 사이로 숨을 쉬며 14시간 넘게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배관 위의 여유 공간이 에어포켓 역할을 하며 두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

구조대원은 “처음에 저희가 입구에서 봤을 때 파이프라인(배관)을 잡고 계셨다”며 “그래서 일차적으로 숨을 쉴 수 있었다”고 KBS에 전했다.

두 사람은 발견 당시 저체온증으로 인한 오한 증세를 보였지만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생존 소식은 거기까지였다. B씨와 함께 지하주차장에 내려간 10대 아들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샀다.

B씨의 지인은 KBS에 “(B씨의) 차가 지하에 있었다. 차를 빼러 아들하고 (주차장에) 갔다가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구조된 B씨가 당시 10대 아들과 함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KBS 캡처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구조된 B씨가 당시 10대 아들과 함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KBS 캡처

소방당국은 7일 오전 2시15분까지 A씨를 포함해 총 9명을 발견했지만, 그중 7명은 심정지 상태였다. 70세 남성 1명, 65세 여성 1명, 68세 남성 1명, 신원 미상의 50대 남녀 각 1명, 20대 남성 1명, 10대 남성 1명 등이었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B씨 아들이 있다고 확인했다.

소방당국은 수색자들이 일렬로 서서 훑으며 지나가는 저인망 방식으로 주차장을 탐색해 현재로써는 추가 구조자가 발견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쉽사리 굳는 진흙의 특성상, 바닥이 이미 굳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지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추가 수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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