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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남노 위력, 중심기압으로는 사라·매미 이어 역대 3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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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병대 1사단 장병 이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침수지역에서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를 이용해 인명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해병대]

해병대 1사단 장병 이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침수지역에서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를 이용해 인명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 해병대]

기상청이 “역대급으로 강한 태풍”이라고 경고했던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6일 오전 2시간20분가량 한반도를 강타한 뒤 동해로 빠져나갔다.

이날 태풍의 상륙으로 영남 지역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물폭탄이 쏟아졌지만, 태풍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는 수도권은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지역에 따라 체감하는 태풍 힌남노의 파괴력은 천차만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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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의 위력은 상륙 당시 태풍의 최저해면기압을 보면 알 수 있다. 최저해면기압은 해수면 높이에서 측정한 태풍의 중심기압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태풍의 강도는 강하다는 뜻이다. 태풍의 중심기압이 낮으면 그만큼 주변 공기를 빨아들이는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힌남노의 최저해면기압은 부산 오륙도에서 오전 5시53분 관측한 955.9hPa (핵토파스칼)이다. 역대 1위인 1959년 제14호 태풍 ‘사라’(951.5hPa), 2위 2003년 제14호 태풍 ‘매미’(954.0hPa)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1959년 9월에 한반도를 강타한 사라는 849명이 사망·실종하는 등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남겼고, 2003년 매미 역시 4조2225억원에 이르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재산 피해를 발생시켰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최저해면기압으로 매미와 고작 1.9hPa 차이에 불과할 정도로 이번 태풍은 상당히 강력했다”며 “한 손에 꼽을 강도의 역대급 태풍이었다”고 말했다.

힌남노는 상륙 당시에도 강풍 반경이 400㎞에 이를 정도로 세력이 큰 데다 풍부한 수증기를 포함하고 있어 역대 어느 태풍보다 많은 비를 전국 곳곳에 뿌렸다. 지난 4일부터 6일 정오까지 누적 강수량을 보면 제주 윗세오름에는 954㎜의 비가 내렸고, 포항 393㎜, 울산(매곡) 334㎜, 지리산 333.5㎜ 등 영남 지역에도 300~400㎜에 이르는 많은 비가 내렸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특히 포항에는 한 시간에 110㎜가 넘는 기록적인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침수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태풍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 등 수도권에도 힌남노가 공급한 수증기의 영향으로 앞서 많은 비가 내렸고, 서울 강남은 251㎜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다만 바람은 태풍의 강도에 비해 역대 태풍보다 순위가 낮았다. 일 최대풍속은 제주 고산에서 기록한 초속 37.3m로 1위 매미(초속 51.1m), 2위 차바(초속 49m), 3위 쁘라삐룬(초속 47.4m) 등에 미치지 못하는 역대 8위를 기록했다.

이 예보분석관은 “강수량 측면에서는 이번 태풍이 매미보다 더 많은 비를 내렸지만, 바람은 매미가 압도하는 측면이 있다”며 “차바와 비교하면 차바보다는 압도적으로 강수량이 많았고, 중심기압도 확실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부산과 울산 등 대도시들이 태풍의 위험반원인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 놓인 게 그나마 바람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힌남노는 상륙 이후 내륙을 관통한 매미와 달리 태풍 중심이 남해안 지역을 스치듯이 지나갔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센터장은 “태풍의 오른쪽은 바람과 진행 방향이 같지만, 왼쪽은 태풍의 진행 방향과 바람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동 속도만큼 풍속이 떨어진다”며 “태풍이 편서풍을 타고 우측으로 빨리 이동하면서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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