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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T 배차 차별 알고리즘 없었다” 믿어도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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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모빌리티투명성위원 회가 6일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배차 알고리즘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여화수·이진우 KAIST 교수, 김현 한국교통대 교수(위원장), 김진희 연세대 교수, 김인희 공주대 교수. [사진 모빌리티투명성위원회]

모빌리티투명성위원 회가 6일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배차 알고리즘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여화수·이진우 KAIST 교수, 김현 한국교통대 교수(위원장), 김진희 연세대 교수, 김인희 공주대 교수. [사진 모빌리티투명성위원회]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가 조직한 모빌리티투명성위원회(이하 위원회)의 택시 배차 알고리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외부 전문가들이 카카오T 앱의 배차 알고리즘 소스코드를 뜯어 검증해보니, 카모가 가맹·비가맹택시 배차를 차별한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요지다. 그러나 카모 산하 위원회가 자체 조사한 만큼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슨 일이야=6일 위원회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4월 한 달간 카카오T 앱에서 발송된 17억 건의 택시 콜 데이터를 전수 분석한 결과 카모가 운영하는 가맹·일반·직영 등 영업방식과 단거리·장거리 등 영업거리에 따른 차별적인 로직(logic·논리 구조)은 없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카모가 지난 1월 발족한 최고경영자(CEO) 직속 기구다. 카모 측은 “독립성 보장을 위해 대한교통학회가 추천한 학계 빅데이터·인공지능(AI)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됐다”고 강조했다.

◆이게 왜 중요해=택시업계가 제기한 ‘콜 몰아주기’ 의혹을 정면 반박한 조사 결과이기 때문.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0년 택시단체들로부터 카모가 직영·가맹택시에만 콜을 몰아준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면 빈 택시가 코앞에 있어도, 먼 거리에 있는 카모 가맹택시(카카오T블루)가 먼저 배차된다는 주장이었다. 2년여 간 이 문제를 들여다본 공정위는 ‘자사우대’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판단, 지난 4월 카모에 검찰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아직 최종 제재 수위는 결정되지 않았다. 카모는 공정위 결정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이번 검증 결과 등을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회는 택시 배차 알고리즘의 차별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①배차 로직 ②소스코드 ③소스코드·서버 운영 일치성 ④배차 실적 데이터에 기반한 배차 로직 운영 현황 등 4가지 관점에서 검증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카모로부터 소스코드를 직접 받아 4월 한 달간 콜 발송 이력 17억 건과 교차분석했다는 설명이다.

◆배차 알고리즘, 어떻기에=승객이 택시를 부르면, 직선거리 기준 가장 가까운 빈 택시들이 ‘집합’으로 묶인다. 이때 인공지능(AI)이 일정 기준에 따라 몇가지 데이터를 집계해, 먼저 콜을 배정할 택시기사 1명을 고른다. 여기서 활용되는 기준은 ▶기계학습 모형이 예측한 배차 수락률 ▶과거 배차 수락률 ▶일 평균 ‘이 기사 만나지 않기’ 횟수 ▶일평균 평점 1점 받은 횟수 ▶평균 운행완료 횟수 등이다. 콜을 보냈는데 해당 기사가 수락하지 않으면, 이후부터는 예상도착시간(ETA) 점수순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기사에게 반복해 배차를 요청하는 ‘콜 카드’를 보낸다. 김현 위원장(한국교통대 교수)은 “알고리즘상 가맹·비가맹 택시를 구분하는 변수는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위원회 연구 결과 가맹택시에 비해 비가맹 택시가 장거리를 소폭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가맹택시는 승객의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아 (단거리 호출 비중과 단거리 수락 비중이) 동일한 비율을 보인다”며 “일반택시는 목적지가 표시되기 때문에 (단거리 콜보다) 장거리 콜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가맹택시의 5㎞ 미만의 단거리 콜 비중은 전체 콜의 57%였고, 수락한 콜 중 단거리 비중(58%)이 소폭 높았다. 비가맹 택시는 단거리 호출 비중(54%)보다 실제 단거리 콜 수락 비중(50%)이 더 낮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인가, 착시인가=그러나 카모의 가맹택시인 카카오T블루는 자동배차 방식이라, 수락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비가맹택시보다 콜 수락률이 높은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 배차 수락률에 따라 콜 우선 배차 순위가 달라진다. 때문에 카모의 알고리즘 기준 자체가 애초에 가맹택시에 유리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에 위원회의 김진희 위원은 “콜 수락률에 있어 강제배차가 되는 가맹택시가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면서도 “콜 골라잡기를 하지 않고 열심히 받는 기사들에겐 콜이 더 간다”고 말했다. 또 “일반택시는 (콜)선택의 자유도가 가맹택시보다 높다. 목적지 선택의 자유도 문제를 차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택시업계 반응은 가맹·비가맹 여부에 따라 엇갈린다. ‘콜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했던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이양덕 전무는 “카모는 올해 4월만 가지고 말하는데 문제를 제기한 건 한참 전이라 시기적으로 맞는 분석이 아니다”라며 “검증위원회는 결국 카카오가 꾸린 위원회다.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카모 택시가맹점인 태평운수의 김재욱 대표는 “가맹·비가맹 간 차이를 전부 없앤다면, 카모와 가맹을 맺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카모로부터 의견서를 받으면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위원이 참석하는 전원회의를 열고 최종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위원회의 알고리즘 검증 조사가 지난 4월 기준으로 이뤄진 만큼 공정위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팩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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