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서방제재 풀 때까지 가스관 폐쇄”…유럽 가스값 33%급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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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노동절 행사에 참가한 노동조합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노동절 행사에 참가한 노동조합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이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기술적 이유를 들어 서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1 파이프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5일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공급 중단의 이유는 서방의 경제제재”라고 털어놨다. 서방의 대러시아 경제제재 해제를 가스 공급 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한 셈이다.

‘에너지 차르’로 불려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스를 앞세워 본격적인 대유럽 압박에 나서면서 유럽 가스값의 기준을 정하는 네덜란드 에너지 선물시장에서 10월 인도분 네덜란드 TTF 가스 가격이 이날 장중 MWh당 전 거래일보다 33% 높은 284유로까지 올랐다.

5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는 다음 달부터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을 지금보다 10만 배럴 줄이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그간 국제유가 통제를 시도해 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OPEC+가 사실상 경고사격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 6월 이후 하락세인 국제유가는  OPEC+의 감산 결정 등으로 이날 급등했다. 한때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던 서부텍사스유(WTI)는 전날보다 2.28% 상승한 배럴당 88.85달러로 장을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2.38% 오른 95.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OPEC+가 내세운 감산 명분은 커지는 시장 변동성이다. 세계 각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중국이 코로나19 재봉쇄에 나서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 소비량이 줄어 국제유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간 미국이 주도해 온 국제유가 통제 시도에 대한 OPEC+의 경고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에 유가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에 대해 러시아가 포함된 OPEC+가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유가 상한제는 G7 국가들끼리 정한 가격 이상으론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이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WSJ는 “G7의 유가 상한제가 성공적으로 실현되면 국제유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종의 구매자 연합이 형성되는 셈인데, 이는 공급자인 OPEC+에 도전이 될 수 있다”며 “이번 감산은 (산유국) 카르텔의 가격 결정권을 위협하면 보복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했다.

바이든이 대선 공약으로 추진 중인 이란 핵 협상(JCPOA) 복원 협상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발이란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JCPOA 복원 협상은 미국-이란 양국 간 최종 조율에 들어가 타결이 임박한 상태”라며 “협상 타결로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풀리면 이란산 원유가 국제시장에 나와 하루 평균 약 100만 배럴 이상의 증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 등 아랍 산유국들로선 앙숙인 이란이 국제사회에 복귀하고, 원유가 시장에 초과 공급되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 에너지시장 분석 기업인 엔베루스의 빌 파렌 프라이스 이사는 “이번 감산 조치는 사우디가 JCPOA 복원을 추진하는 미국에 보내는 강력한 정치적 신호”라고 지적했다.

◆전기차 규제한 바이든, 한국 투자 자랑=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노동절인 5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연설하면서 “한국이 미국에 투자한 이유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환경과 가장 우수한 노동자 때문”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바이든은 최근 한국·유럽·일본 등에서 생산한 전기차의 미국 수출을 사실상 봉쇄하는 인플레 감축법(IRA)에 서명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어긋나는 보호무역을 추구했다는 비판과 함께 미국 투자를 결정한 한국 기업에 불이익을 안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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