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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檢 불출석에 "썩 나쁘지 않다"…내심 웃는 대통령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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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기로 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국민의힘은 6일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모든 의혹이 이 대표를 향하는데 정치탄압을 내세우며 소환에 불응하는 건 겹겹의 방탄에 의지한 채 법 위에 군림하는 초법적 존재가 되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 측이 ‘서면 답변을 해 출석요구 사유가 소멸됐다’고 불출석 이유를 밝힌 데 대해서도 “소환 결정을 마음대로 바꾼 것도 모자라, 소환 사유 소멸이라는 놀라운 해석까지 더해졌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스스로 본인을 성역이나 치외법권 지역에 있다고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검찰의 수사에 적극 응할 의무가 있다. 이 대표도 예외가 아니다”고 가세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답정너’가 아니라 ‘답정명’이다. 이미 정해져 있는 답을 내놓는데 뭐 그리 배배 꼬아대시느냐”며 “이게 민주당이 그토록 자랑했던 이 대표의 유능함이냐”고 비꼬았다. 이어 “본인의 선거법 위반마저도 정치보복이라 우겨대는 건 앞으로 남아 있는 수많은 부패 의혹들에 대해 뭐라고 우겨댈지 선행학습이라도 하고 계신 것이냐. 떳떳하다면 당당히 임하라”고 적었다.

김웅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수사를 받을 것을 촉구하는 발언을 모아 페이스북에 올렸다. “범죄 피의자는 그 입 다무시고, 조사나 성실히 받으라”(기동민), “본인이 떳떳하면 수사를 받고 연관이 없음을 입증하면 될 텐데 수사를 피하시려느냐”(양이원영) 등을 예로 들었다.

아침식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비상대책회의를 마치고 참모들과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아침식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비상대책회의를 마치고 참모들과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참모들은 익명을 전제로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이재명 개인을 위해 민주당 전체가 방탄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로펌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참모는 “결국 현실화된 ‘이재명 사법리스크’ 구도가 썩 나쁘지만도 않다”고 말했다. 소환에 불응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외에도 이 대표 관련 수사는 쌍방울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대장동·백현동 특혜개발 의혹, 성남 FC 불법 후원금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선거캠프 사용 의혹 등 10여 건에 달한다.

다른 사건에서도 이 대표는 참고인이나 피의자 신분의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 때마다 펼쳐질 검찰과의 신경전이 야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부각되고 '윤석열 대 이재명'의 구도가 펼쳐지는 게 정무적으로 윤 대통령과 여권에 불리할 게 없다는 뜻이다.

다만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김건희 특검'과 국정조사의 ‘투트랙 공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도 대통령실 내부에선 읽힌다. 한 여권 인사는 “우리 쪽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조금 더 전략적으로 고민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220906 기자실 찾은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기자실을 방문, 지난 밤 태풍 힌남노와 관련 상황대기에 대한 질의응답을 마치고 참모들과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220906 기자실 찾은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기자실을 방문, 지난 밤 태풍 힌남노와 관련 상황대기에 대한 질의응답을 마치고 참모들과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한편 추석 연휴를 앞둔 대통령실은 인적 쇄신을 통한 국면 전환에 패달을 밟고 있다. 선임행정관급 이하 실무진들에 대한 추가 물갈이가 대폭적으로 단행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행정관급 직원 약 20명에게 사직을 권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19일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 내부 조직에 대해 “다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힌 뒤 최영범 홍보수석과 5명의 비서관을 포함해 모두 20명 넘게 짐을 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사직을 권유한 인사를 포함해 지금까지 물갈이 폭은 약 50명에 달한다”며 “앞으로 10~20명이 더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조만간 김대기 비서실장이 직접 대통령실 인적쇄신에 대해 설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르면 7일 정무1비서관과 정무2비서관에 전희경 전 국민의힘 의원과 장경상 전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을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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