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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포리자 원전 또 단전…사고나면 반나절 내 그리스까지 영향

중앙일보

입력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또다시 포격에 따른 화재가 발생해 가동 중이던 마지막 원자로가 전력망에서 차단됐다. 핵 재앙 위험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포리자 원전 사고 발생 시 방사능 오염 물질이 반나절 만에 우크라이나 남서쪽에 위치한 그리스·루마니아 등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러시아 군인이 지난 1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 인근 검문소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러시아 군인이 지난 1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전 인근 검문소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AP 통신·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자포리자 원전 운영 주체인 에네르고아톰은 이날 성명을 통해 "포격에 따른 화재로 원자로 6호기가 전력망에서 분리·차단됐다"면서 "인근의 화력발전소와 연결된 보조 전력선마저 단절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원자로는 지난 3일 자포리자 원전에 연결된 마지막 주요 전력선이 끊기면서 보조 전력선으로 전기를 공급받고 있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이 화재 진압을 위해 전력선을 차단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전력선 자체는 손상되지 않아서 화재만 진압되면 원자로 전력망 연결이 복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장관은 "원전 주변에서 계속되는 전투로 화재 현장에 도달할 수 없어서 전력망 복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마지막 원자로인 6호기마저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면 자포리자 원전 전체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원자로 냉각 시스템에 전력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원전 사고의 최고 수준인 '원자로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멜트다운은 원자로의 냉각장치가 정지돼 원자로의 노심이 녹는 현상으로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이로 인해 벌어졌다.

민간 위성업체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시설 근처에서 포격으로 화재가 난 위성사진을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AP=연합뉴스

민간 위성업체 막사르 테크놀로지가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시설 근처에서 포격으로 화재가 난 위성사진을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AP=연합뉴스

캐나다의 원자력 에너지 전문가 마이클 슈나이더는 AP에 "6호기가 자체 필요 전력만 생산하는 '섬 모드'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섬 모드로 원자로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에는 매우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할루셴코 장관도 "중요한 냉각 시스템이 비상용 전력에만 의존할 위험이 있다"면서 "전 세계가 핵 재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에네르고아톰은 전쟁 발발 후 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원전 6기 중 2기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난 3일 포격으로 원자로 5호기가 전력망에서 차단된 바 있다.

유럽 최대 원전 시설 자포리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유럽 최대 원전 시설 자포리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자포리자 원전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우크라이나 국립수문기상청은 자포리자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사능 오염 물질이 어느 쪽으로 이동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시뮬레이션했다. 지난 4일 오후 5시 30분부터 15시간 동안 대기 상태를 반영해 지켜본 결과 방사능 오염 물질은 자포리자 원전 남쪽에 있는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헤르손 지역과 크림반도를 거쳐 흑해를 통과했다. 그리고 그리스·튀르키예(터키)·불가리아·몰도바·루마니아 등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1일 자포리자 원전에 도착해 안전 상태를 사찰한 IAEA는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IAEA 사찰단 14명 가운데 12명은 자포리자 원전 현장 일정을 마치고 복귀했고, 2명은 현지에 상주하면서 원전 상태를 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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