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군이 전쟁으로 황폐해진 한 시골마을에 국기를 게양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고 있다.
5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에 근무하는 키릴로 티모셴코는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 한 장을 게시하며 “비소코필랴, 헤르손 지역, 우크라이나, 오늘”이라고 적었다. 최근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의 요충지 헤르손 중심부에서 167㎞ 떨어진 비소코필랴에서 우크라이나군 3명이 국기를 게양하는 장면이다. 이 곳은 전쟁이 나기 전 4000명 정도가 거주하던 작은 마을이다.
이 장면을 두고 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알린 ‘이오지마 성조기’ 사진이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군이 1945년 2월23일 일본 이오지마섬을 점령한 후 스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게양하는 장면이다. AP통신의 조 로즌솔이 찍은 이 사진 속에는 미 해병대원 5명이 대형 성조기가 매달린 깃대를 수직으로 세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담겼다. 할리우드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아버지의 깃발’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한편 러시아가 헤르손 병합을 위한 일종의 요식절차로 시행하려던 주민투표는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보도했다. 러시아 점령당국 관계자는 “보안 상황 때문에 주민투표 진행이 잠시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포격으로 헤르손 주요 다리가 파손돼 통행할 수 없게 된 것이 주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헤르손 거의 대부분을 장악한 러시아는 주민투표 강행을 통해 이 지역을 자국 영토로 편입하려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서방 주요국은 “러시아의 주민투표 실시는 불법”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전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의 주민투표 계획이 발표된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남부 영토를 수복할 것”이라며 반격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