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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던 구석' 이재명 사법리스크 커졌는데...尹지지율 하락, 왜

중앙일보

입력

5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8월 5주차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32.3%로 전주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열린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5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8월 5주차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32.3%로 전주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열린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여당 지지율의 반등 계기가 될 법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다. 우선 검찰이 지난 1일 백현동·대장동 특혜 의혹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여권이 국면 전환 카드로 손꼽아 기다린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신호탄 격이었다. 또 같은 날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 연일 비난을 퍼붓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성 접대 의혹’ 조사를 위한 출석을 통보했다.

비슷한 시기,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지목돼 온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2선 후퇴 선언도 있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새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뒤 사퇴하겠다는 취지의 뜻을 밝혔고, 장제원 의원은 31일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하락했다. 리얼미터의 8월 5주차(8월 29일~9월 2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1.3%포인트 하락한 32.3%였다. 8월 2주차를 기점으로 30.4%→32.3%→33.6%로 소폭이지만 꾸준히 상승하다가 4주 만에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부정평가는 64.9%로 전주보다 1.6%포인트 올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일간 조사 흐름이었다.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 일간 지지율은 35.3%였는데 이재명·이준석 소환 통보, 장제원 2선 후퇴 선언 직후인 2일 일간 지지율은 오히려 29.4%까지 내려앉았다. 당 지지율도 고전하긴 마찬가지였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1.7%포인트 하락한 37.3%로 민주당과의 격차가 9.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석열정권의 정치탄압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석열정권의 정치탄압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며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취임 초 선방하던 윤 대통령 지지율이 조금씩 하락할 때만 해도 여권에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나, 윤핵관의 2선 후퇴 선언도 기대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관련 이슈가 실제로 불거졌음에도 대통령 지지율 위기가 이어지자 여권에서는 당혹감이 번지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은 왜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걸까. 전문가들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여론 고착화를 원인으로 꼽는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취임 직후부터 용산 이전, 장관 인선 및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등이 누적돼 온 결과이기 때문에 특정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반등하기 쉽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 소환 통보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는 속도보다, 대통령에 대한 실망으로 지지층이 이탈하는 속도가 더 빠른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통령의 가족 리스크를 해소할 특별감찰관제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도 지지층의 실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친윤계 핵심 의원들의 2선 후퇴 선언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7월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나서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친윤계 핵심 의원들의 2선 후퇴 선언에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이 7월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나서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윤핵관의 2선 후퇴를 바라보는 여론의 불신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핵관 사퇴 이후 대체자로 용핵관(용산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 검핵관(검찰 출신 핵심 관계자), 신핵관(국민의힘 초·재선 그룹) 등이 거론되는데, 대중의 시선에서는 전혀 쇄신으로 비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권 원내대표나 장 의원이 말로는 2선 후퇴를 한다고 해도 여전히 여당 중진”이라며 “국민이 볼 때는 윤핵관이 실제 퇴장했다고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대통령 지지율 고착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 밖에서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반격 카드로 ‘김건희 특검법’을 꺼내고, 안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겨냥해 공세를 펴는 등 내우외환이 이어지면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 선에서 장기간 머무를 것이라는 우려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지지 기반을 넓히는 전략을 써도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갈수록 정권에서 배제되거나 이탈되는 그룹이 늘어나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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