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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걸렸다 겨우 해제…콩쿠르 우승 아찔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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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2022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우승한 최하영. 14일 부산문화회관을 시작으로 콩쿠르 입상자들과 함께 첫 국내 투어에 나선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22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우승한 최하영. 14일 부산문화회관을 시작으로 콩쿠르 입상자들과 함께 첫 국내 투어에 나선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최하영(24)은 2022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5월 9일~6월 4일 벨기에 브뤼셀) 첼로 부문 한국인 첫 우승자다.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3대 메이저 콩쿠르다. 해마다 바이올린-피아노-성악-작곡 분야를 번갈아 경연한다. 2017년에 작곡 대신 첼로 부문이 신설돼 올해가 두 번째였다. 바쁜 해외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중순 귀국한 그를 최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사실 이번 콩쿠르는 시작부터 꼬였다. 브뤼셀에 도착하자마자 코로나19에 걸렸다.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1차 연주 순서를 마지막 날로 돌렸다. 다행히 경연 전 음성이 나왔다. 최하영은 2011년 브람스 콩쿠르, 2018년 펜데레츠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특히 펜데레츠키 콩쿠르는 현대곡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다. 그는 “까다로운 곡들을 연주하면서 단련됐다. 루토스와프스키 협주곡에 관심이 생긴 것도 그때”라고 말했다.

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최하영의 루토스와프스키 협주곡을 들은 사람들은 이구동성 명연주로 꼽았다. 첼로 거장 로스트로포비치에게 헌정된 이 곡은 모놀로그 같이 첼로의 카덴차로 시작하고 첼로와 오케스트라가 논쟁하듯 극적이고 난해한 작품이다. 그는 “첼로와 오케스트라가 갈등하는 오페라적인 해석을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호방한 표현에는 전략적 악기 선택도 한몫했다. 2019년 금호문화재단에서 대여해준 파올로 마치니 첼로로 연주하다, 이번에는 영국 악기상 플로리안 레온하르트가 빌려준 1800년산 니콜라 베르곤지 첼로를 갖고 대회에 나갔다. 파올로 마치니는 어둡고 남성적인 반면, 니콜라 베르곤지는 직접적이고 밝은 음색 전달력이 좋다.

‘2022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우승한 최하영. [뉴스1]

‘2022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우승한 최하영. [뉴스1]

최하영은 고려대 사학과 최호근 교수의 3녀 중 차녀다. 부친 유학 시절 독일 빌레펠트에서 태어났다. 언니 최하임, 동생 최송하는 바이올리니스트다. 첼로는 7세 때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스승 장형원을 통해 기초를 다졌다. 매주 새로운 곡을 한 곡씩 외워갔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2년간 배운 스승 정명화로부터 수십 가지 음색, 비브라토를 배웠다. 11세 때 미국 보스턴 인근에 2주간 머물며 보자르 트리오의 첼리스트 버나드 그린하우스에게 받은 마스터 클래스를 잊지 못한다. 93세 첼리스트는 “첼리스트 말고 음악가가 되라”고 가르쳤다.

중학교 1학년 마치고 영국 퍼셀음악원으로 유학 갔다. 16세 때 독일 헤센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세계적 거장들의 마스터 클래스와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학교에선 경쟁과 압박감이 심했다. 최하영은 “그때 동기부여를 하면서 강해진 것 같다. 조그만 방 안에서 전문가인 청중들 앞에서 연주해야 했던 게 도움이 됐다”고 돌이켰다. 2020년 가을부터 다닌 베를린 예술대학에선 볼프강 에마뉘엘 슈미트에게 풍부한 상상력과 비유, 바디랭귀지를 배웠다. 올가을부터는 스페인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왕립음악원에서 이반 모니게티에게 배운다.

최하영은 이번 콩쿠르 입상자들과 함께 14~21일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한국 투어에 참여한다. 12월 5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니스트 손정범 반주로 우승 기념 내한 리사이틀을 한다. 라흐마니노프, 멘델스존, 브리튼의 첼로 소나타를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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