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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비영어권 첫 에미상 4관왕…"상 줄수밖에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9월 공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4일(현지시간) 미국 에미상에서 4관왕을 달성했다. '오징어 게임'은 오는 12일 열리는 주요 부문 시상식에도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해 9월 공개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이 4일(현지시간) 미국 에미상에서 4관왕을 달성했다. '오징어 게임'은 오는 12일 열리는 주요 부문 시상식에도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해 세계적 인기를 끈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에서 4관왕을 달성했다. 에미상에서 비영어권 작품이 수상한 첫 사례이자, 그간 화면 뒤에만 존재했던 한국 콘텐트의 기술적 성취를 인정받은 수상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 시상식(Creative Arts Emmy Awards)에서 ‘오징어 게임’은 후보에 오른 7개 부문 중 여우게스트·시각효과·스턴트·프로덕션디자인 등 4개 부문에서 수상에 성공했다. ‘오징어 게임’ 보다 많은 상을 가져간 작품은 각자 5개를 챙긴 ‘유포리아’(HBO), ‘기묘한 이야기’(넷플릭스), ‘화이트 로투스’(HBO) 뿐이다.

비영어권 작품 최초에 4관왕 달성 

미국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Television Arts & Sciences)가 1949년부터 주최하고 있는 에미상은 TV 작품의 기술적 부문 등에 상을 수여하는 ‘크리에이티브 아츠’ 시상식과 배우·감독 등을 대상으로 하는 주요 부문 시상식을 나눠서 진행한다. ‘오징어 게임’은 오는 12일(현지시간) 열리는 주요 부문 시상식에도 작품·연출·극본·남우주연·남우조연·여우조연 등 6개 부문에 7번 후보로 올라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 시상식(Creative Arts Emmy Awards)에서 여우게스트상을 받은 '오징어 게임'의 배우 이유미(왼쪽)가 백스테이지에서 미소를 지으며 상을 들어보이는 모습. 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린 제74회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 시상식(Creative Arts Emmy Awards)에서 여우게스트상을 받은 '오징어 게임'의 배우 이유미(왼쪽)가 백스테이지에서 미소를 지으며 상을 들어보이는 모습. AP=연합뉴스

이날 개최된 시상식에서는 배우 이유미가 여우게스트상 수상자로 호명된 것을 시작으로 ‘오징어 게임’이란 제목이 네 차례 울려 퍼졌다. 게스트상은 시리즈물 중 한 회에서 돋보이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에게 주는 상으로, 이유미는 ‘석세션’(HBO)의 호프 데이비스, ‘더 모닝 쇼’(애플TV)의 마샤 게이 하든 등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수상에 성공, 한국 배우 최초로 에미상을 품에 안은 배우가 됐다.

이유미는 극 중 게임에 참가한 240번 지영 캐릭터를 맡아 분량은 많지 않지만, 삶의 의지를 상실한 듯한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시상식 후 SNS를 통해 “이렇게 뜻깊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지영이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겠다. 너무 행복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특수시각효과 부문에서는 7화 ‘VIPS’ 편을 작업한 VFX(Visual Effects) 기술진(정재훈·강문정·김혜진·조현진·김성철·이재범·신민수·석종연·전승만)이 팀으로 상을 수상했다. 스턴트퍼포먼스상과 프로덕션디자인상은 각각 4회 ‘쫄려도 편먹기’로 후보에 오른 스턴트 배우들(임태훈·심상민·김차이·이태영)과 6화 ‘깐부’로 후보에 오른 미술팀(채경선·김은지·김정곤)에게 주어졌다. ‘오징어 게임’이 후보에 올랐던 다른 3개 부문(촬영·편집·주제가) 상은 HBO 시리즈 ‘유포리아’(촬영·편집)와 ‘화이트 로투스’(주제가)에 각각 돌아갔다.

4일(현지시간)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은 여우게스트상(배우 이유미), 스턴트퍼포먼스상을 비롯해 총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사진 인스타그램

4일(현지시간)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은 여우게스트상(배우 이유미), 스턴트퍼포먼스상을 비롯해 총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사진 인스타그램

VFX·미술·스턴트…기술적 성취도 인정

후보에 오른 전 부문 석권은 아니었지만, 특수효과·스턴트·미술 등 그간 주로 화면 뒤에 있던 다양한 기술 분야의 공로가 높이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의 의미가 크다. 특히 배우들을 대신해 위험한 액션 장면 등을 소화하는 스턴트의 경우 국내에서도 해당 분야에 수여하는 상이 없다. ‘오징어 게임’의 무술을 담당한 ‘베스트 스턴트 팀’의 임태훈 무술팀장은 이날 통화에서 “(이번 수상으로) 앞으로 우리나라 스턴트계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배우들 뒤에서만 일하는 직장이지만, 스턴트라는 직업을 알리는 데 조금 도움이 된 것 같다. 지하에 살고 있다가 1층으로 살짝 올라온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징어 게임’의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비주얼을 완성한 특수효과와 미술 분야 역시 이번 수상으로 다시금 해당 분야에서의 높은 성취를 입증했다. 특수효과상을 받은 정재훈 걸리버스튜디오 사장은 이날 넷플릭스를 통해 서면으로 전한 소감에서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불모지나 다름없던 VFX 분야에서 아시아 최초로 이런 큰 상을 받은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더 정진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고 밝혔다.

4일(현지시간)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은 프로덕션디자인상, 특수시각효과상을 비롯해 총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사진 인스타그램

4일(현지시간) 에미상에서 '오징어 게임'은 프로덕션디자인상, 특수시각효과상을 비롯해 총 4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사진 인스타그램

미술상에 해당하는 프로덕션디자인상을 받은 채경선 미술감독은 “보물 같은 소중한 미술·소품·세트팀과 함께 기쁨 나누고 싶다”며 “‘오징어 게임’을 사랑해주신 전 세계 시청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미술 부문의 경우 채 감독에 앞서 영화 ‘아가씨’의 류성희 미술감독, ‘버닝’의 신점희 미술감독이 칸영화제 벌칸상(기술상)을 수상하고, ‘기생충’의 이하준 미술감독이 오스카 미술상 후보로 지명되는 등 꾸준히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 누적 순위를 보면 확연한 차이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여러 편의 한국 드라마가 올라있다. 이는 언어적 장벽이 없는 영국 드라마조차 하지 못한 일”이라며 “한국 드라마가 주류 콘텐트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스턴트·특수효과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해외에서 배우고 싶어할 정도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상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시상 결과에 따라 12일에 시상하는 작품상·감독상 등의 수상 가능성도 커졌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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