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역대 최고급 강도의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로 6일 새벽 남해안에 바짝 접근했다. 전국 대부분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큰 피해가 우려된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는 이날 오전 3시 현재 경남 통영 남남서쪽 약 8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9㎞로 북북동진하고 있다. 중심기압 950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초속 43m(시속 155㎞)의 ‘강한’ 태풍의 세력을 지지고 있다.
태풍은 '매우 강한' 태풍에서 '강한' 태풍으로 한 단계 낮아졌지만, 2003년 태풍 '매미'와 유사한 수준이다.
태풍이 접근하면서 부산과 경남, 광주광역시, 전라, 대전, 충북·경북 일부, 제주도, 제주 모든 해상, 남해, 서해·동해 남부 해상에는 태풍 특보가 발령됐다.
올라오면서 더 강해져…기상청도 “이런 태풍 처음 봐”
문제는 태풍이 한반도에 가까이 접근했는데도 강도가 약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보통 태풍은 북위 30도 부근까지 올라오게 되면 낮은 해수면 온도와 주변 기압계의 영향으로 세력이 점점 약해진다. 하지만, 힌남노는 북위 30도를 지난 이 날 오전까지도 태풍의 눈이 더 또렷해지는 등 재발달하는 모습이 관측됐다.
한상은 기상청 총괄예보관은 “(힌남노는) 북위 30도를 넘어서 다시 발달하는 아주 이례적인 태풍”이라며 “태풍 양쪽에 위치한 고기압이 태풍의 회전력을 증가시키고 있고, 해수면 온도도 높아 태풍이 북상하면서 약화하지 않는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보관 생활을 하면서 이런 태풍은 처음 본다”라고도 했다.
힌남노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6일 오전 5~6시 사이에 경남 통영 인근 남해안 지역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오전 7시에는 부산 북쪽의 내륙 지역을 지나 8시쯤 경북 포항 인근 동해 상으로 빠져나갈 전망이다. 힌남노가 내륙을 관통하는 시간은 2~3시간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힌남노의 경로가 2020년 거제도 부근에 상륙했던 제9호 태풍 '마이삭'과 비슷한 경로로 이동하겠지만, 위력은 더 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총괄예보관은 “힌남노는 과거 어느 태풍보다 약화 정도가 적으면서 강력한 세력을 유지한 채로 국내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정도 태풍이라면 역대 최고급에 이를 정도로 강한 태풍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대부분이 태풍 영향권…서울도 폭우
힌남노가 접근하면서 6일 전국 대부분 지역이 태풍의 영향을 받아 강한 비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전국 곳곳에는 시간당 5~20㎜의 강한 비가 내리고 있고, 최대순간풍속 초속 30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 있다. 특히 태풍의 강풍 반경이 6일 오전까지도 400㎞에 달해 태풍이 상륙하게 되면 전국 대부분이 직접 영향권에 들어오게 된다.
태풍의 영향으로 제주도와 남해안에는 순간 초속 40~60m에 이르는 폭풍이 불겠고, 동해안 지역도 6일 오후까지 순간 초속 30~40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전망이다.
강풍과 함께 강한 비도 내린다. 6일 오전까지 제주도와 남해안, 경상 동해안, 강원 영동, 지리산 부근에는 시간당 50~100㎜, 그 밖의 지역에는 시간당 30~50㎜ 안팎의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또, 비가 오는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칠 것으로 보인다.
6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전국이 80~150㎜를 기록하겠고, 제주도 산지와 남해안, 경상권 동해안, 강원 영동 남부, 지리산 부근, 울릉도·독도에는 250㎜ 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태풍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서울 등 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태풍이 몰고 온 고온다습한 공기가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와 충돌하면서 비구름이 형성돼 6일 새벽까지 집중적으로 강한 비를 퍼부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15m 폭풍해일…안전한 곳 대피”
이 밖에도, 태풍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접근하면서 해수면이 높은 만조 시간대에 상륙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최대 15m에 이르는 높은 물결이 일 것으로 보여 폭풍 해일에 따른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총괄예보관은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15m를 훌쩍 넘는 아주 큰 파고가 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금부터는 시설물 관리가 아닌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간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안전한 곳에 있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