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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56화. 던전밥

중앙일보

입력

끔찍해 보이는 괴물도 맛난 요리 재료가 된다


던전(미궁)입니다. 모험이 시작되죠. 수많은 괴물이 모험가 앞을 가로막지만, 동료와 함께 거침없이 나아가요. 괴물을 물리치며 나가다 보면 이따금 보물을 발견할 수 있고, 놀라운 영광도 얻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위험도 따르게 마련이죠. 이따금 무시무시한 괴물을 만나고 동료가 모두 쓰러질지도 모릅니다.

바로 오늘…그런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일행 앞에 나타난 것은 불을 뿜는 거대한 드래곤. 일행은 용감히 맞섰지만, 자기들이 지쳤다는 사실은 생각하지 못했죠. 어느새 모두 쓰러지고, 드래곤이 거대한 입을 벌리고 다가옵니다. 다음 순간, 주인공은 동료들과 함께 지상에 있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동료가 기사회생의 주문을 외운 거죠. 일행은 무사함을 기뻐했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주인공의 동생이 보이지 않았던 거죠. 마지막 순간 동생은 주인공 대신 드래곤 앞에 섰고, 드래곤에 물리면서 주문을 외운 것입니다. 덕분에 주인공과 동료들은 무사했지만, 동생은 돌아오지 못한 것이죠.

슬퍼하는 주인공. 하지만, 이 던전에는 특별한 힘이 있습니다. 바로 죽은 사람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죠. 동생의 시체를 발견할 수 있다면, 되살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드래곤에게 잡아먹히긴 했지만, 이 세계의 드래곤은 뱀처럼 먹이를 오랜 시간에 걸쳐 소화하거든요. 완전히 소화되지 않았다면 만에 하나….

주인공은 다시금 던전에 도전하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급히 외운 주문으로 도망치긴 했지만, 돈이나 장비는 거의 다 떨어졌거든요. 가장 필요한 것은 먹을 것. 설사 다른 장비가 없어도 먹을 것만 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거예요. 역사적으로 수많은 모험이 실패한 것은 대개 먹을 것 때문이거든요. 주인공 일행이 던전 깊은 곳에 있는 드래곤에게 당한 것도 먹을 게 떨어져서 굶주렸기 때문입니다.

판타지 요리만화 『던전밥』은 위험한 던전에서 맛난 요리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세계에선 드래곤도 몬스터도 하나의 식재료가 될 수 있다.

판타지 요리만화 『던전밥』은 위험한 던전에서 맛난 요리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세계에선 드래곤도 몬스터도 하나의 식재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주인공은 먹기로 합니다. 던전에서 발견한 괴물들을 말이죠. 던전에는 다채로운 괴물이 살며, 그중엔 먹을 만한 것도 적지 않아요. 문제는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모른다는 거죠. 어쩌면 독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독이 없어도 맛이 없어서 먹기 힘들지도 모르죠. 밥이라는 게 배만 부르다고 충분한 건 아니잖아요. 던전이라는 위험한 환경이니 요리라도 맛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하늘의 도움이었을까요. 주인공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납니다. 난쟁이, 즉 드워프 전사인 그는 오랫동안 괴물 요리를 연구한 사람이었죠. 주인공 눈앞에서 요리한 ‘큰 전갈과 걷는 버섯전골’은 어지간한 미식을 넘어서는 맛이었습니다. 자신감을 얻은 주인공은 동료와 함께 던전으로 향합니다. 던전의 맛난 요리, 아니 여동생을 찾아서….

판타지 요리만화 『던전밥』은 위험한 던전에서 맛난 요리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세계에선 드래곤도 몬스터도 하나의 식재료가 될 수 있다.

판타지 요리만화 『던전밥』은 위험한 던전에서 맛난 요리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세계에선 드래곤도 몬스터도 하나의 식재료가 될 수 있다.

일본의 판타지 만화 『던전밥』은 판타지 세계의 던전을 무대로 펼쳐지는 요리 만화입니다. 편마다 다양한 괴물이 등장하고, 이들을 이용한 다채로운 요리를 선보이는 게 특징이죠. 던전은 괴물이 가득한 곳이기에 수없이 싸움이 벌어지고 다치거나 죽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괴물로 맛난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눈에 띕니다. 이 세계의 던전이 악마를 봉인하기 위해 만든 장치인 데다 던전의 보물이나 괴물은 악마가 사람의 욕망을 모아 힘을 키우기 위한 수단이기에, 던전과 이를 둘러싼 세계는 매우 암울하고 끔찍하죠. 모험가들은 대개 돈만을 위해 활동하며, 그런 모험가를 약탈하는 도적도 있습니다. 던전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덕분에 돈이 벌린다며 욕심만 부리는 영주도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음식 이외의 복잡한 설정과 상황들이 전개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던전밥’이라는 제목 그대로 던전에서 괴물로 요리하는 내용을 소개하기 위한 설정입니다. 더 정확히는 던전이란 세계에서 인간과 나름대로 공존하는 괴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내기 위한 장치죠. 주인공 라이오스는 괴물 요리를 먹기 전부터 괴물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괴물들에 어떻게 맞설지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요리사 역할의 드워프 센시는 던전 곳곳에 숙소를 마련하고 생활하며 괴물 요리를 연구하는 사람이죠. 던전 곳곳에 있는 화장실 청소도 맡는데, 이를 통해 퇴비를 만들어 각종 야채를 키워요.

판타지 요리만화 『던전밥』은 위험한 던전에서 맛난 요리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세계에선 드래곤도 몬스터도 하나의 식재료가 될 수 있다.

판타지 요리만화 『던전밥』은 위험한 던전에서 맛난 요리를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세계에선 드래곤도 몬스터도 하나의 식재료가 될 수 있다.

던전에서 먹을 것을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종 쓰레기나 화장실 같은 청결 문제까지, 던전에서의 모험가 생활을 이처럼 상세하게 보여준 작품은 보기 드물죠. 이제까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판타지에서의 ‘먹을 것 문제’를 세심하게 엮어낸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판타지 문화가 시작되고 한참이 지나면서 화려한 모험만이 아니라,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세계와는 다른 곳, 모험이 가득한 게임 같은 세상이지만 그곳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그리고 괴물도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가을…말도 살찐다고 할 만큼 먹을 게 넘치는 시간, 수확의 계절인 이 시간에 판타지 세계 사람들은 뭘 먹고 있을까요? 다채로운 괴물 요리 레시피로 넘쳐나는『던전밥』을 보면 판타지 세계의 먹거리를 맛보고 싶어집니다.『던전밥』같은 독특한 요리는 아니지만, 올가을엔 우리 세계의 온갖 다양한 먹거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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