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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투톱 퇴장 속 불붙은 초선 모임…당내선 "윤핵관 시즌2냐"

중앙일보

입력

“구(舊)핵관의 빈자리를 채울 신(新)핵관은 누구인가.”

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뒤숭숭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요즘 이런 이야기가 심심찮게 오간다. 이른바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2선 후퇴로 일시적 권력 공백이 생기면서 벌어진 일이다.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31일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도 그 하루 전 의원총회에서 새 비대위 출범 후 사실상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요즘 국민의힘에서는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의 뒤를 이를 '신핵관'이 누구일지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사진은 권 원내대표(오른쪽)와 장 의원이 8월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식당을 나서는 모습. 뉴스1

요즘 국민의힘에서는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의 뒤를 이를 '신핵관'이 누구일지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사진은 권 원내대표(오른쪽)와 장 의원이 8월 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식당을 나서는 모습. 뉴스1

친윤계 투톱이 스스로 퇴장을 예고한 상황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당내 그룹은 초선 의원이다. 최근에는 새 초선 모임 구성까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아직 모임 명칭이나 형식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고 소규모 만남이나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단계지만 ‘새 모임을 만든다’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주도하는 의원들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박수영 의원이 적극적이고, 전주혜 의원 등도 주도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모임에 참여 의사를 밝힌 초선 의원은 4일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적극 지원하고, 민생 법안 처리에 드라이브를 거는 등 하나 된 당을 만들자는 취지”라며 “정부·여당의 위기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공부 모임 성격도 가미해 당의 내실을 키우자는 목표도 있다”고 설명했다.

8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에 의원들이 참석하는 모습. 해당 의원총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뉴스1

8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에 의원들이 참석하는 모습. 해당 의원총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뉴스1

특히 최근 여당의 분열 양상이 외부에 부각된 것도 모임 추진에 불을 붙였다고 한다. 영남 지역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10여명 안팎인 친유승민계 의원의 목소리만 부각되다 보니 당이 두 쪽 난 것처럼 비쳤다”며 “이 기회에 다수파인 초선들의 진짜 목소리를 알리자는 여론이 많았다”고 했다.

다만 이들은 “계파 형성”이라는 해석에는 손사래를 쳤다. 여성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참신한 목소리를 내면서 당을 혁신하는 게 우선 목표”라며 “누구의 측근임을 강조하면서 편 가르기를 하거나, 세력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과정에서 찬성 목소리를 내며 두각을 드러냈다. 사진은 7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회의가 열린 모습. 김상선 기자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과정에서 찬성 목소리를 내며 두각을 드러냈다. 사진은 7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회의가 열린 모습. 김상선 기자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새 비대위 추진 과정에서 힘을 과시했다. 지난 7월 29일 배현진 의원의 선제적 최고위원 사퇴 선언 직후 초선 주도로 비대위 전환을 촉구하는 연판장을 돌렸고, 지난달 30일에는 새 비대위 전환에 부정적인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비판 성명을 냈다. 초선 의원의 집단행동이 부각되자 재선 의원들도 같은 날 이에 질세라 새 비대위 전환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는 일도 있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63명으로 전체 소속 의원(115명)의 54.8%에 달한다. 재선 의원 21명(18.3%)까지 합하면 초·재선 그룹 84명이 의원의 73%에 이른다. 조직력이 중요한 전당대회는 물론 의원 투표로 결정되는 원내대표 선거를 초선 의원이 좌우할 수 있는 구조다. 당 관계자는 “오죽하면 중진들 사이에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초선이 제일 무섭다’는 얘기가 나오겠나”라고 했다.

여권에선 이러한 당내 역학 구도를 대통령실도 일부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복수 의원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의총 전 일부 초·재선 의원들에게 연락해 당 안팎의 상황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명목은 의견 수렴이지만 대통령의 직접 연락을 받은 초·재선 의원 입장에선 아무래도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장제원 의원이 초반 주도했다고 알려진 친윤계 모임 ‘민들레’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모양새다. 장 의원 스스로 “계파 활동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다가, 민들레에 참여하기로 했던 초선 의원 상당수가 새 초선 모임에 발을 담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구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8월 25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구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당 안팎에선 “윤핵관 시즌 2”라는 비판도 있다. 초선 모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의원은 통화에서 “가뜩이나 윤핵관 논란 등으로 예민한 시기에 친윤계 성향의 초선 모임이 조직되면 여러 뒷말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는 “과거 초·재선 모임은 자당 출신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를 할 정도로 개혁 성향이 짙었는데, 지금 초선들은 총선 등을 앞두고 정치 세력화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대구 기자회견에서 “정치인들은 오늘도 초선 이란 이름 아래 누군가의 전위대로 활동 중”이라며 “초선이라서 힘이 없다는 비겁한 변명은 받아주지 말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초선 때부터 용감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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