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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화가의 우승…시대의 흐름인가, 예술의 사망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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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AI(인공지능) 프로그램 미드저니가 생성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글을 입력하면 거기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이 프로그램으로 만든 작품이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미술대회에서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예술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AI(인공지능) 프로그램 미드저니가 생성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글을 입력하면 거기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이 프로그램으로 만든 작품이 미국 콜로라도주의 한 미술대회에서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예술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 위키미디어]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그림은 예술 창작물인가, 아니면 산업 생산품인가. 한 미술대회에서 AI로 제작한 ‘출품작’이 인간이 직접 제작한 작품들을 누르고 1위에 오르면서 이런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논쟁의 시작은 지난달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이다. 온라인 게임 제작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제이슨 앨런(39)은 AI 프로그램인 ‘미드저니’를 통해 생성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을 출품해 이 부문 1등을 차지했다. 상금은 300달러(약 40만원)에 불과했지만, 입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찬반 논쟁이 불붙었다.

국내에도 이미 알려진 이 프로그램은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를 몇 초 만에 이미지로 바꿔준다. 앨런은 몇 달 전 이 프로그램으로 생성한 그림을 처음 본 뒤 ‘악마적 영감을 갖춘 디지털 프로그램’이라고 감탄하며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콜로라도주 박람회 미술전’에 디지털아트 부문이 있음을 확인한 뒤 미드저니를 이용해 석 점의 작품을 생성했다. 그리고 그중 하나인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을 출품해 우승을 차지했다. AI로 만든 이미지가 작품 판단에 적용하는 기준인 창작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심지어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했다는 이야기다. NYT는 앨런이 출품 계기와 관련해 “이 예술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술전을 개최한 콜로라도 농무부는 앨런이 출품자 이름을 ‘미드저니를 통한 제이슨 앨런’이라고 적어냈다며, 디지털아트 부문은 “디지털 기술을 통한 예술적 관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콜로라도 농무부는 심사위원들이 미드저니가 AI라는 사실을 몰랐다면서도, “알았더라도 이 작품에 상을 줬을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AI의 창작 영역 진입을 수용하는 측은 이를 기술 혁신을 통한 ‘경계 확장’으로 여긴다. 예로 사진의 발명에 대해 19세기 프랑스 시인이자 미술 평론가인 샤를 보들레르는 “예술의 가장 치명적인 적”이라고 비판했지만, 사진은 예술의 한 장르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20세기에 들어선 포토샵 등 각종 디지털 도구와 프로그램을 통한 편집·디자인이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있다.

최근엔 그림을 그려주는 AI가 줄이어 등장하고 있다. 미드저니를 비롯해 달리-2(DALL-E2), 스테이블 디퓨전 등을 이용하면 몇 개의 단어만 입력해도 복잡하고 추상적이거나 사실적인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2018년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선 ‘세계 최초의 AI 화가’라는 프랑스 예술집단 ‘오비어스’의 ‘에드몽 드 벨라미의 초상’이라는 작품이 43만2500달러(약 6억원)에 낙찰됐다. 온라인 시각 백과사전인 위키아트에 올라온 14~19세기 초상화 1만5000점을 입력해 학습시킨 프로그램이 생성한 작품이다.

미학자인 진중권 광운대 정보과학교육원 특임교수는 “현대 미술은 누가 제작했느냐부터 이를 미학적으로 정당화하기까지 전 과정을 포함한다”며 “AI 그림도 누가 프로그램했는지에서 시작해 이미지를 고른 사람, 이를  미학적으로 설명한 사람 등이 모두 창작의 영역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최근 AI 작품의 등장은 기존 작가들에게 충격적”이라며 “AI가 만든 그림의 표절 범위를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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