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돼 돌아온 록그룹 뮤즈 “우린 완전히 망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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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영국 록밴드 뮤즈(MUSE)가 4년 만에 9집 앨범 ‘Will of the People’을 냈다.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영국 록밴드 뮤즈(MUSE)가 4년 만에 9집 앨범 ‘Will of the People’을 냈다.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영국 록밴드 ‘뮤즈(MUSE)’가 돌아왔다. 9집 앨범 ‘윌 오브 더 피플(Will Of The People·사람들의 희망)’을 들고서다. 지난 2018년 ‘시뮬레이션 씨어리’ 이후 4년 만의 정규앨범이다.

매튜 벨라미(44), 크리스 볼첸홈(44), 도미닉 하워드(45), 세 명의 40대 남성으로 구성된 이 요정들은 새 앨범에 절망의 시대와 개인의 고뇌를 꽉꽉 눌러 담아 올해 1월부터 차례로 선공개한 4곡을 비롯해 총 10곡을 선보였다.

1994년 데뷔한 뮤즈는 2009년 ‘더 레지스턴스’와 2015년 ‘드론즈’로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록 앨범상을 비롯해 아메리칸 뮤직어워즈, 브릿 어워즈, MTV 유럽 뮤직 어워즈 등 숱한 상을 받은 세계적 록 그룹이다. 6월 한 매체 인터뷰에서 매튜 벨라미가 “지금 이 세상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다루자는 생각을 했다”고 밝힌 것처럼 앨범에는 ‘2022년의 인류가 보는 세상’이 담겼다.

웅장한 합창으로 ‘사람들의 희망’을 반복하는 ‘윌 오브 더 피플’로 시작해, ‘넌 진짜 이걸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니, 우린 완전히 망했어’라고 노래하는 ‘우리는 완전히 망했어(We are Fucking Fucked)’로 맺는 이번 앨범은 종말론적 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완전히 망했어’는 ‘변이 바이러스와 쓰나미, 증오가 우리를 질식시킬 것’이라며 코로나19와 기후위기, 갈등사회를 콕 집어 언급하기도 한다.

거대한 석상의 두상 3개가 버려진 모래밭을 찍은 듯한 9집 표지.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거대한 석상의 두상 3개가 버려진 모래밭을 찍은 듯한 9집 표지. [사진 워너뮤직코리아]

매튜 벨라미는 또 다른 인터뷰에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늘어나는 세계, 유행병, 유럽의 새로운 전쟁, 산불과 생태주의의 영향을 받았다”며 “두려움을 극복하고 다음을 대비하기 위한 개인적 이정표”라고도 했다.

여기저기 갈라진 석상의 두상 3개가 등장하는 표지와 공식 뮤직비디오마다 등장하는 은색 가면을 쓴 인물들은 황폐한 세상, 삭막해진 관계를 은유한다. 2~4번 트랙에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복종)’-‘리버레이션’-‘원 스탠드 다운(Won’t Stand Down·물러나지 않아)’을 차례로 배치해 방향성을 보여준다.

‘줄 서서, 우리가 말하는 대로 들어라, 너는 보호가 필요해’라고 말하는 인물을 비꼬는 가사의 ‘컴플라이언스’는 공포가 엄습하는 세상에서 무력한 개인에게 ‘우리 말을 들으라’고 명령하는 존재를 비틀어 묘사했다. ‘리버레이션’은 ‘세계가 당신의 패배를 지켜볼 것, 우리 기도를 짓밟기 위해 군대를 보내겠지만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의의 권력에 저항하는 노랫말을 담았다. ‘원 스탠드 다운’에서도 ‘난 이제 눈을 떴어, 당신이 한 거짓말을 세봤고, 당신이 나를 이용한 학대자라는 걸 알겠다’며 깨달음의 순간을 말한다.

이번 9집에 대해 보컬 매튜가 “그간 뮤즈의 성취를 되돌아보는 컴필레이션 앨범의 성격도 있다”고 설명한 것처럼 뮤즈의 과거 곡 혹은 2000년대 초반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곡들이 앨범 후반부를 채운다.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는 ‘고스츠(Ghosts·유령들)’는 2003년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에브리타임’을 연상시키는 감성의 멜로디로 ‘너를 다시 데려올 수 있다면, 모든 걸 바로 세우면 넌 날 용서해줄 텐데’라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후회와 그리움을 노래한다. ‘킬 오어 비 킬드’는 ‘꿈과 희망이 지워진 세계, 죽거나, 죽이거나’라며 뮤즈가 수많은 곡에서 다뤘던 절망감을 소리친다. 고통스럽고 답답한 삶에 ‘유포리아를 달라’고 호소하는 ‘유포리아’는 뮤즈의 히트곡 ‘타임 이즈 러닝 아웃’을 연상시키는 멜로디가 스쳐 간다.

앨범 표지에 작게 묘사된 사람들의 형상은 2003년 앨범 ‘앱솔루션’의 표지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대화 음악평론가는 “음반사에서 ‘베스트 오브 뮤즈’ 앨범을 내고 싶어했지만, 뮤즈가 비슷한 새 곡들을 만들겠다고 해서 나온 앨범이라는 뒷이야기가 흥미롭다”며 “록의 최전성기에 세계 최고를 달렸던 밴드가 자신들이 잘하는 모든 걸 응축시킨 앨범, ‘뮤즈가 잘하는 걸 여전히 잘하더라’로 요약된다”고 평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뮤즈는 늘 디스토피아적인 근미래에 대한 곡을 써왔고, 9집 앨범은 포퓰리즘과 독재의 확산, 산불, 지진, 코로나19 등 모든 것을 다뤘다”며 “거기에 더해 개인적 절망과 착취적 관계를 해부해 보여주는, 절망의 감각이 모든 곡에 침투한 앨범”이라고 평했다. 다만 가디언지는 “‘리버레이션’은 퀸의 느낌이 나고, ‘베로나’는 U2를 연상시키는 느낌”이라며 “일관적으로 창조적이지만, 귀엽게 바보 같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그게 이번 앨범을 2000년대 이후 뮤즈의 앨범 중 가장 즐거운 앨범으로 만든다”고 호평했다.

NME는 “커리어를 한 번 정돈하면서 대중의 취향이 향해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음반, 록으로의 완전한 복귀”라고 평했다. 뮤즈는 이번 달부터 유럽 및 북미 라이브 투어를 시작한 뒤, 내년에는 영국에서 스타디움 투어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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