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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대이은 김신영 “일요일의 막내딸로 불러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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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3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진행된 ‘전국 노래자랑’ 첫 녹화에 나선 새 MC 김신영(39)은 “고향에 오니 금의환향한 것 같다”며 첫 관객을 맞았다. [뉴스1]

3일 오후 대구광역시 달서구 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진행된 ‘전국 노래자랑’ 첫 녹화에 나선 새 MC 김신영(39)은 “고향에 오니 금의환향한 것 같다”며 첫 관객을 맞았다. [뉴스1]

“일요일의 막내딸이라고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국 노래자랑’의 새 진행자 김신영(39)은 두 시간에 걸친 녹화를 끝낸 뒤 관객에게 이렇게 말했다. 3일 오후 대구 달서구 코오롱 야외음악당에서 새 MC 김신영의 ‘전국 노래자랑’ 첫 진행인 대구 달서구 편 녹화가 있었다. 대구는 김신영의 고향이자 전 MC 송해가 묻힌 곳이다.

녹화 시작시각인 오후 2시가 다가오자 제작진은 관객을 향해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다. MC 바뀌고 첫 녹화가 대구 달서구 편”이라고 강조했다.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하며 김신영이 무대에 등장했다. “오늘은 제가 처음 녹화하는 뜻깊은 날입니다”라고 말문을 연 김신영은 “제가 대구사람입니다. 대구직할시 중구 남산동! 직할시 시절부터 함께했는데, 대구에 와서 고향 분들을 만나니 금의환향한 기분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송해 선생님 뜻을 받아 이 한 몸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예능인 브랜드평판, 유재석 제치고 1위

오프닝 때 ‘전국~ 노래자랑!’ 함성 지르는 법을 관객에게 안내할 때도 김신영은 사투리로 친근감을 더했다. 그는 “‘전국~’ 하면 선생님들은 시원하게, ‘신영아 잘해라’ ‘대구 이름을 알려라’ 하는 마음으로 ‘노래자랑!’ 해주시면 됩니다. 뒤에 잔디(에 앉아있는) 선생님들도 함 해보께요~”라며 함성을 유도했다.

김신영은 “예전에 아버지랑 대구 노래자랑에 참가했을 때는 개다리도 제대로 못 떨었는데, MC가 돼서 왔어요”라며 “아, 신영이 예쁘지요. 대구사람 아인겨, 대구사람 말해 뭐합니까 손예진 있고요, 김신영 있고요, 둘째 이모 김다비가 있습니다”라고 농담도 건넸다.

송해

송해

‘딩동댕동댕~’ 실로폰 소리에 이어 김신영이 “전국~”을 외치자 관객이 “노래자랑!”으로 화답하며 시작한 녹화는 2시간가량 이어졌다. “반갑습니다, 대구의 딸 김신영이가 먼저 큰절 올리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로 열고, “일요일의 막내딸이라고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로 마무리했다.

남녀노소, 내외국인 등 다양한 출연진에도 김신영은 자연스레 좌중을 이끌었다. 출연자 눈높이에 맞춰 쪼그려 앉기도 하고, 어린이 출연자에게는 존댓말을 썼다. 춤추며 등장하는 출연자에 맞춰 함께 춤을 추고, 노래 중간중간 추임새도 넣어 분위기를 살렸다. 인파가 늘어나 마지막에는 광장 뒤까지 가득 찼다.

관객 이인기(55)씨는 “이질감이 없다. 아무래도 젊어서 약간 어색할 줄 알았는데 넉살 있게 정말 잘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나경숙(55)씨는 “젊어서 활기차고 좋은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발굴을 잘했나 싶다. 맞춤형 MC 같다”고 칭찬했다. 일부 시민은 주차장 주변에서 김신영의 퇴근길을 기다리기도 했다.

올해 39세인 김신영은 1988년 61세에 ‘전국 노래자랑’ MC를 맡은 송해보다 22년 일찍 진행하게 됐다. 34년간 진행해 ‘단일 TV 프로그램 최장수 진행’으로 기네스 기록에 등재된 송해만큼 진행하면 73세다. 김신영은 9월 예능방송인 브랜드평판 빅데이터(한국기업평판연구소) 순위에서 유재석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데뷔 20년차, “좌중 휘어잡을 MC”

김신영

김신영

‘95세 남성’이 하던 일을 ‘39세 여성’에게 맡긴 KBS의 결정은 파격적인 동시에 시대 변화상을 반영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 연령대가 기본적으로 높고 플랫폼 자체가 기성세대에 맞춰져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KBS가 마침내 변화를 받아들인 만큼 다른 출연자 연령대를 낮추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신영은 20세에 데뷔해 또래보다 경력이 길고 넓고 탄탄하다. 코미디언은 물론 예능인·가수로도 활동했다. MBC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을 10년 넘게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사연과 게스트를 접하며 키운 붙임성도 장점이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전국 노래자랑’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만큼 MC의 권위가 있어야 한다. 김신영은 다양한 역할을 해낸 데다 현장에 강해 좌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며 “‘전국 노래자랑’은 완전히 다르면서도 존재감 있는 새 MC를 찾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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