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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회사도 가입한 실손보험…이젠 하나 중지해 보험료 아껴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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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36)씨는 최근 계단에서 넘어져 발목 골절이 생겼다. 4주간 깁스를 하고 8주의 통원 치료 후 이씨는 A사 실손의료보험에 치료비(80만원)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했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지 10년 만이다. 그런데 A사는 이씨가 B사 실손보험에도 가입됐다며 보험금을 두 회사에서 나눠서 부담(비례보상)해야 하니 B사에도 보상금 청구를 하라고 안내했다. 알고 보니 이씨의 회사에서 사원 복지를 위해 B사에 단체실손보험을 신청한 것이다. 이씨는 “A사에서 받든, B사에서 받든 내가 받는 총 보험금 액수는 같은데 괜히 그간 A사에 월 10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내고 있었나 싶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중복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의 중지 여건이 좋아진다. 셔터스톡

내년부터 중복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의 중지 여건이 좋아진다. 셔터스톡

직장인이라면 내년부터 여러 개의 실손보험을 유지하며 보험료를 중복으로 내지 않아도 된다. 개인 실손보험과 단체 실손보험 중복 가입자는 한 가지를 선택해 직접 중지할 수 있다. 4일 금감원은 내년부터 단체실손보험 중지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개인실손보험 중지제도만 있다. 단체실손보험도 가입은 거절할 수 있지만, 계약자인 회사를 통해서 신청해야 하고 단체실손보험 중지로 인한 환급보험료는 회사에 지급됐다. 내년부터는 해당 보험사에 개인이 직접 연락해 중지 신청을 할 수 있고 환급보험료도 회사가 아닌 개인이 받는다.

개인실손보험 중지 부담도 줄어든다. 단체실손보험 가입을 이유로 개인실손보험을 중지했다가 개인실손보험에 재가입할 때 ‘중지 당시 가입했던 이전 상품’에 다시 가입할 수 있어서다. 단 2013년 4월 이후(표준화 실손보험) 개인실손보험에 가입한 경우 보장내용이 바뀌는 변경 주기(15년)가 지나서 재가입하면 재가입 시점의 상품으로 가입해야 한다. 2021년 7월 이후(4세대 실손보험)라면 변경 주기가 5년이다. 중지 당시 가입했던 이전 상품에 재가입하더라도 보장내용 등은 동일하지만, 보험료는 재가입 시점을 기준으로 납부해야 한다.

개인실손 중지 당시 보장내용 그대로 재가입 

실손보험은 상해나 질병 치료를 받고 보험 가입자가 실제로 부담한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상품이다. 여러 개의 실손 보험에 가입했어도 수령할 수 있는 총 보험금이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넘을 수 없다. 예컨대 100만원의 실손보험금을 받아야 한다면 실손보험이 한 개라면 해당 보험사에서 100만원을 모두 지불한다. 여러 보험사에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해당 보험사들이 각 상품의 보장내용 등에 따라서 100만원을 나눠서 보상한다.

중복 보장을 받을 수 없어 사실상 실손보험을 여러 개 가입할 이유가 없는데도 실손보험 중복가입자는 100만명이 넘는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9년 9월 실손보험이 표준화한 이후 2개 이상 실손보험에 가입한 중복가입자(지난 3월 기준)는 133만명이다. 이 중 95%인 127만명이 개인 실손보험과 단체 실손보험에 모두 가입했다. 임직원 복지를 위해 단체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다. 현재 단체실손보험에 가입자는 450만여 명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회사에서 실손보험료를 내주는 데도 그간 직장인들이 쉽게 개인실손보험을 중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재가입 시 보장내용이나 보험료 등이 달라져서다. 직장인 권모(42‧서울 노원구 공릉동)씨는 “단체실손을 믿고 개인실손을 중지했다가 퇴사라도 하게 되면 다시 가입해야 하는데 그때 되면 보장 조건이나 보험료가 불리해질 수 있어서 개인실손보험료가 아깝긴 하지만 그냥 유지하고 있었는데 잘 따져보고 개인이든 단체든 한가지는 중지해야겠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선 꼼꼼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종사자는 “입사 때 중지한 개인실손보험을 은퇴를 하면서 재가입할 경우만 해도 건강상태 등이 크게 다른데 같은 조건을 어떤 식으로 보장할지는 깊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약관 등 기초서류 변경, 전산시스템 정비 등이 완료되는 대로 시행할 예정”이라며 “내년 1월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보험사별 사정에 따라 조기 시행이 가능하면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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